23일 오전 의성군 안평면 신월리 신동마을. 옹기종기 모인 민가에는 화마가 할퀴고 지나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창고 지붕은 검게 그을리거나 잿빛이 감돌았고, 운전석이 모두 타버린 화물차도 눈에 띄었다. 강한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마감재가 흘러내린 지붕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마을 안길에 세워둔 경운기는 불길에 휩싸인 듯 바퀴가 모두 녹아내렸다. 불길에 뼈대만 남아있는 집들을 지나 마을 끝에 이르자 폭격을 맞은듯 완전히 무너져 내린 집이 시야에 들어왔다. 사람이 살던 흔적은 무너진 흙벽이 전부였고, 마당 구석에는 우그러진 샌드위치 패널과 벽체 잔해만 쌓여 있었다. 불에 탄 기둥과 벽체, 외양간만 남아있는 집 마당에서 김민수(52) 씨 3형제가 말없이 서 있었다. 이 집에는 큰 형과 막내 동생이 함께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무너진 지붕 아래, 아직도 흰 연기가 피어오르는 방 구석에 막내 동생 김역수(47) 씨가 세숫대야로 물을 부었다. 화마가 휩쓸고 간 흔적은 처참했다. 지붕은 모두 무너졌고, 단 하나의 세간살이도 남은 게 없었다. 부모님과 함께 일군 터전이 한순간에 모두 무너진 셈이다. 마당 한쪽에는 불에 탄 경운기와 트랙터, 관리기, 이앙기 등 각종
지난 21일 산청군 시천면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사흘째 이어지면서 하동군 옥종면까지 확산됐다. 또 이날 낮 12시 25분께 함양군 유림면 한 야산에서도 불이 났다. 23일 경남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산청 산불 진화율은 70%를 보이고 있다. 산림청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이날 산청 산불 진화를 위해 헬기 32대, 인력 2452명, 진화차량 244대를 투입해 불길을 잡고 있다. 함양에는 헬기 7대와 인력 105명, 장비 5대 등을 투입해 진화작업에 나서 이날 오후 3시 50분께 주불을 진화 완료하고 현재 잔불을 정리 중이다. 지난 21일 오후 3시 26분께 산청군 시천면 신천리 산39 일원에서 시작된 산불은 급격히 확산하면서 당일 오후 6시 40분께 ‘산불 발생 3단계’가 발령됐다. 대응 최고 단계인 3단계가 발령된 건 올해 들어 처음이다. 지난 22일 오전 한때 진화율이 75%까지 올랐으나, 오후 들어 강한 바람 등 기상 악화로 다시 불이 번지면서 진화율은 크게 떨어졌다. 이로 인해 산불영향구역 (23일 오후 4시 기준)은 1379㏊(추정)로 확대됐다. 총 화선은 45㎞로 13.5㎞를 진화 중이며, 31.5㎞는 진화가 완료됐다. 현재까지 10명의 인
최근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고 강풍까지 불면서 대형 산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30년간 강원도 대형산불은 모두 봄철에 발생했고 막대한 인명·재산피해로 이어져 각별한 주의와 예방 대책이 요구된다. ■강원도 건조·강풍특보 발효=지난 주말 강원도에 건조주의보와 강풍주의보가 발효된 가운데 평창과 정선에서 산불이 있었다. 지난 22일 오후 2시54분께 정선군 신동읍 덕천리 한 야산에서 불이 나 산림 0.5㏊가 소실됐다. 이에 앞서 21일 오후 2시32분께 평창군 용평면 백옥리에서도 산불로 0.5㏊가 불에 탔다. 특히 경북 의성군 안평면, 경남 산청군 서천면, 경남 김해시 한림면, 울산 울주군 온양읍 등 전국에서 28건에 달하는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23일 오전 8시 기준 산림 3,286㏊가 불에 타고 10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강원도는 국가소방동원령이 발령되자 경북 의성에 진화 차량 등 장비 10대와 소방대원 20명을 긴급 지원했다. 김진태 지사는 “현장에 투입되는 모든 대원이 최선을 다해 진화작업에 임하되 무엇보다도 대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대형산불 발생 확률 높아=메마른 대기에 강풍까지 겹치면서 대형 산불에 대한 긴장감
‘유행은 돌고 돈다’. 이는 비단 패션에만 국한되는 말은 아니다. 1992년 TGIF를 시작으로 베니건스, 아웃백 등 패밀리레스토랑과 함께 뷔페 형식의 VIPS, 애슐리가 높은 인기를 끌며 가족·연인·친구들 간의 외식 1번지로 각광받던 때가 있었다. 유행과 함께 점포 수를 늘려가던 업계는 경기불황과 소비침체, 새로운 외식문화의 형성 등으로 하락세를 보이다 코로나 전후로 타격을 입으며 하나 둘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팬데믹까지 휩쓸고 지나간 2025년 현재, 패밀리레스토랑 프랜차이즈 ‘애슐리 퀸즈’의 모습은 반전이다. 점심과 저녁 시간대가 되면 미리 예약한 손님은 물론 바깥에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 있을 정도다. 지난 22일에 찾아가 본 수원의 한 애슐리 퀸즈 매장은 주말을 맞아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내부로 들어서면 한식, 중식, 일식, 양식은 물론 계절에 맞춘 딸기와 디저트류까지 다양하게 차려져 있다.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을 골라서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뷔페의 장점인 만큼 매장을 찾은 사람들의 접시에는 저마다 먹고 싶은 음식들이 소복하게 쌓였다. 식사 후에 먹을 수 있는 후식과 커피·티들도 잘 갖춰져 있었다. 투박해 보이는 모양이지만 실용성 측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100일 넘게 늦어지면서 헌재에 조속한 윤 대통령 파면 선고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헌재가 오는 24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을 윤 대통령보다 먼저 선고하기로 하면서 헌재가 ‘대통령 탄핵 사건을 우선 처리하겠다’던 당초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렸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전남비상행동(전남비상행동)은 24일 오후 2시 전남도청 앞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즉시 파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전남비상행동은 23일을 기점으로 국회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100일이 지난 데다, 지난달 25일 탄핵심판 변론이 종결된 이후로도 한 달이 지났음에도 헌재가 선고기일조차 정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선고까지 6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91일이 소요됐던 것에 비교하면 지나치게 오랜 시간 심리를 지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헌법 수호의 의무를 저버렸는지 여부와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배했는지 여부를 가리는 헌법재판관들이 정치적·정무적 판단을 고려해 의도적으로 선고를 늦추
전북특별자치도와 전라남도, 광주광역시가 호남권 공동발전을 위한 '경제동맹' 강화에 나섰다. 이번 협약은 명목상의 협력이 아닌 실질적인 실행 동맹으로,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하는 호남권 공동 전략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3개 시∙도는 23일 전남 나주시청 대회의실에서 ‘호남권 메가시티 경제동맹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김관영 전북자치도지사와 김영록 전남도지사, 강기정 광주시장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 이번 협약은 지난해 7년 만에 재개된 호남권 정책협의회의 후속 조치로 보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핵심은 ‘연합 추진체계’를 기반으로 한 공동 대응이다. 3개 시∙도는 2036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연합추진단을 구성해 성공 유치를 위한 공동 전략을 마련하고, 제33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3·여수 유치 예정)와 2025 광주 세계양궁선수권대회 개최에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농협중앙회 호남 이전을 비롯해 AI 미래산업 기반 조성, 청정에너지 기반 첨단산업 육성, 에너지원 공동 R&D 사업 등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수도권 중심 산업구조에 맞서 ‘호남권 공동
올해 신입생 11명이 입학한 제주국제대학교가 폐교 위기에 놓였다. 대학 폐교에 앞서 재학생들의 타 대학 편·입학과 교직원 60명에 대한 체불임금 350억원 해결이 선결 과제로 떠올랐다. 23일 사립대학 관리·감독 기관인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제주국제대는 금주 중에 임시이사에서 정이사(8명) 체제의 이사회가 구성돼 대학의 존폐 여부를 결정한다. 정이사 체제는 대학 재정과 재산 처분 의결권이 주어진다. 제주도에 따르면 정이사 체제 이사회에서 자진 폐교를 결정하면 교직원 체불임금 350억원 해결 방안으로 대학 재산을 국가 시설로 기부채납하거나 건물과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각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한 재학생 267명과 대학원생 195명은 특별 편·입학이 시행된다. 제주대·제주한라대·제주관광대에 동일·유사한 학과로 편·입학을 유도해 학생들을 보호하고 학업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할 방침이다. 그런데 타 지역 사례에서 폐교 재적생 수용과 관련, 일부 종합대학은 특별 편입을 거절한 바 있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지난 21일 436회 임시회에서 이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제주국제대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호형 행정자치위원장(제주시 일도2동)과 이경심 의원(비례대
충청권 지자체들이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과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경제자유구역 지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충남도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충남 경제자유구역 지정 요청을 보고한 데 이어, 올 하반기 지정·고시를 목표로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대전·세종시는 경제자유구역 지정에 큰 걸림돌이었던 안산첨단국방산업단지 조성 사업이 해소 국면에 접어든 만큼, 연내 안산산단 착공 사전 작업을 마무리한 뒤 경제자유구역 지정 절차에 본격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경제자유구역에 지정되면 조세 감면과 규제 완화 등 외자 유치를 위한 각종 혜택이 제공된다. 충청권 지자체들이 준비 중인 각종 전략산업과 맞닿아 있는 데다,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도 대전·세종·충남 경제자유구역 지정의 필요성과 당위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23일 대전·세종·충남 등 각 지자체에 따르면 충남도는 최근 열린 산자부 제143차 경제자유구역위원회에서 충남 경제자유구역 지정 요청 보고를 했다. 이는 지난해 7월 30일 지정 신청 이후 3차에 걸친 개발계획 적정성 검토를 통과한 데 따른 것으로, 충남 경제자유구역 개발 계획이 정부 심사 대상에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는 '베이밸리' 건설 핵심사업 중 하나
화천에는 자연이 빚어낸 비경이 있다. 바로 ‘곡운구곡(谷雲九曲)’이 주인공이다. 지금의 화천군 용담리 일대에 자리 잡은 이곳은 조선 시대의 대표적 유학자인 김수증(1624~1701년)이 은거하며 학문을 닦던 장소다. 김수증은 이곳을 중국의 주희가 머문 무이산의 ‘운곡(雲谷)’에서 착안해 ‘곡운(谷雲)’이라 이름 붙였고, 절경이 뛰어난 아홉 곳을 선정해 ‘곡운구곡’이라 이름 지었다. 김수증은 당쟁이 격화되던 시기인 1670년, 벼슬을 내려놓고 화천의 깊은 골짜기로 들어왔다. 그가 머물던 곳은 구곡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제6곡 ‘와룡담(臥龍潭)’이었다. 이곳에는 그가 직접 지은 농수정과 곡운정사가 자리했다. 정사는 학문을 익히고 후학을 양성하는 공간으로, 후에 서원으로 발전하기 전 학당의 역할을 하였다. 김수증은 자신이 사랑한 곡운구곡의 풍광을 남기고 싶어 했다. 이에 따라 1682년, 평양에서 활동한 궁중화원 조세걸에게 ‘곡운구곡도첩(谷雲九曲圖帖)’을 그리게 했다. 실경산수화와 서예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화첩에는 ‘와룡담’을 비롯한 아홉 곳의 절경이 담겼고, 그림마다 당대의 문인들이 쓴 시가 곁들여졌다. 이는 단순한 산수화가 아니라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DIMF)이 2025 뮤지컬 인큐베이팅사업 리딩공연 선정작 5편을 발표했다. 이번 인큐베이팅사업 리딩공연은 개발 초기 단계의 신작 뮤지컬을 지원하는 DIMF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지역의 창의적이고 잠재력 있는 신작을 발굴·지원해 완성도를 높이고 초연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올해 선정된 작품들은 전통과 현대, 판타지와 현실, 가족애 등 폭넓은 소재를 참신한 방식으로 담아내 뮤지컬 장르의 다양성을 확장하고 지역 공연계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선정된 5편의 작품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받은 이들에게 치유와 위로를 전하는 '릴라 씨의 인형가게' ▷심청전과 별주부전을 새롭게 각색해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는 '심청이와 별주부, 바다를 구하라!' ▷현대 2030세대의 연애 문제를 담아낸 로맨틱 코미디 '운명의 붉은 실' ▷정신병원에 갇힌 비운의 천재 조각가 카미유 클로델의 삶과 내면세계를 그린 '카미유 클로델' ▷조선시대 명현, 탁영 김일손의 거문고를 의인화해 음악과 인생을 깊이 있게 풀어낸 '탁영금'이다. 선정된 작품들은 오는 6월 20일 개막하는 제19회 DIMF 기간 중 3~40분 내외의 리딩 공연 형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