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대형 산불이 휩쓸고 간 함평군 신광면 연천마을엔 올해도 ‘검은’ 봄이 찾아왔다. 개나리가 피고 분홍색 벚꽃으로 갈아입을 시기지만 검게 그을린 나무가 초록색 꽃들을 뒤덮고 있었다. 까맣게 타버린 소나무 배경의 산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었고 군데군데 불에 탄 고사목 조각들도 덜 치워진 채 널부러져 있어 2년 전 화마가 할퀴고 간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흉한 모습의 검은 산 속에 ‘산불조심’ 현수막은 유난히 눈에 확 들어왔다. 함평군 연천리에서는 지난 2023년 4월 3일 낮 12시께 양봉 자재 소각으로 추정되는 산불이 발생해 4일 오후 7시께 진화됐다. 대동호와 대동저수지 인근 산 641.45㏊가 불길에 휩싸였고 그사이 소나무 등 침엽수림을 중심으로 총 344㏊가 피해를 입었다. 특히 함평군 산림에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는 소나무(전체의 26%) 피해가 컸다. 총 33만 7000여 그루의 나무가 탔으며 공장 1개 동, 축사 1개 동, 하우스 3개 동이 전소해 피해액은 19억 7000만원에 달했다. 하루 반나절 만에 타버린 피해를 복구하는 데만 25년이 넘게 걸린다는 게 함평군 계산이다. 함평군은 피해면적(나무가 직접 불탄 지역) 344㏊ 중 자
전체 면적 중 81%(136만6,644㏊)가 산림인 강원특별자치도는 대한민국에서 산불에 가장 취약한 지역이다. 이 때문에 도와 일선 시·군은 대형 산불에 대비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진화헬기를 임차해 운영하고 있다. 올해 봄철 산불에 대비해 편성한 헬기 임차 예산만 79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이 모든 비용이 국비 지원 없이 전액 지방비로 충당된다는 점이다. 도와 시·군이 3대7 비율로 나눠 부담하고 있는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29.4%에 불과한 강원도로서는 재정적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산불진화 헬기 66%는 지자체 몫"=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 배치된 산불진화헬기 119대 중 78대(66%)가 지자체가 직접 임차한 헬기다. 1997년만 해도 전국에 14대에 불과하던 임차헬기는 산불 대형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특히 2022년 강원 동해안에서 발생한 대형산불 이후 급증했다. 강원도에 배치된 산불진화 임차헬기는 총 10대다. 춘천·홍천, 원주·횡성, 철원·화천, 양구·인제, 영월·평창, 정선·태백, 속초·고성, 강릉·양양, 동해·삼척 등으로 권역을 나눠 공동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임차헬기 운영 비용 79억원을 국비 지원 없이
"대피하라고 고함을 치는데도 멀뚱히 쳐다보기만 하는 어르신을 냅다 업고 달렸습니다." 지난 25일 청송에서 넘어온 불이 영덕군 지품면 황장리를 덮치는 데는 채 1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면사무소 대피명령만 기다리고 있다가는 모두 죽겠다고 생각한 신한용(36) 씨는 마을을 뛰어다니며 어르신들에게 "도망가라"고 외쳤다. 하지만 청력을 잃은 할머니는 신 씨의 고함을 그저 인사로 여기며 집안으로 다시 발을 옮겼다. 신 씨는 주저 없이 할머니에게 달려가 등을 내밀었다. 할머니와 차에 오르는 순간, 사방에 불꽃이 튀었다. 큰 불이 바람을 타고 집으로 몰아치는 사이, 그는 어르신 1명을 더 태운 뒤 읍내로 내달렸다. 그 와중에도 마을로 올라오는 차량을 마주 막아서며 접근을 막았다. 그 덕분에 당국의 늦은 대피명령에도 불구하고 이곳 마을에서는 단 1명의 사상자도 나오지 않았다. 신씨는 "어린 시절 저를 업어 키워주신 분들인데, 만약 망설이다가 어르신들이 화를 당했다면 평생 죄스러워하며 살았을 것"이라며 "모두가 무사해 너무 다행스럽다"고 했다. 신 씨는 이곳에서 대를 이어 친환경 사과·배·복숭아를 재배하고 있다. 7년 전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돌아가신 이후 지금까지 홀
4·2 부산시교육감 재선거 사전투표율이 5.87%로 집계됐다. 2014년 사전투표제 도입 이후 전국 광역 단위 선거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교육감 단독 선거라는 구조적 한계에다, 탄핵 정국과 전국적인 산불까지 겹치며 ‘역대급 무관심’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런 분위기가 본투표까지 이어질 경우 최종 투표율이 20%를 밑돌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8~29일 이틀간 실시된 부산시교육감 재선거 사전 투표는 전체 선거인 287만 324명 가운데 16만 8449명이 참여했다. 최종 사전투표율은 5.87%다. 이는 역대 광역 단위 선거 가운데 '최저 사전투표율'이다. 사전투표제가 전국적으로 처음 도입된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에선 대구가 8.0%, 부산이 8.9%로 가장 낮았다. 이후 제도가 안착하면서 모든 광역 선거에서 사전투표율은 두 자릿수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재선거가 8.28%를 기록했고, 이번 부산시교육감 재선거가 최저 투표율 기록을 갈아치웠다. 유권자로부터 표심을 끌어내지 못한 이유로 교육감에 대한 낮은 관심이 꼽힌다. 부산시교육청은 올해 예산만 5조 3351억 원에 달하는 지역 교
‘멈춰있어도 우리의 갈 길을 간다’. 경기도와 인천광역시 등 7개 지자체가 참여한 태릉 국제스케이트장 대체지 선정이 답보상태(2024년 8월30일자 2면 보도)인 가운데, 유치전에 뛰어든 지자체들이 홍보 소모전에 빠진 모양새다. 선정 절차가 지지부진한 상황임에도 체육계 주요 인사가 오는 행사에 시·군민, 시·군청 직원, 체육회 직원 등을 동원해 홍보전을 하거나 관련 예산과 인력 투입이 상당하다. 28일 대한체육회 등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공고된 태릉국제스케이트장 대체시설 부지선정 공모에 경기도 양주시·동두천시·김포시와 인천광역시 서구, 강원도 원주시·철원군·춘천시 등 7개 지자체가 참여했다.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은 현재 전국에서 유일하게 운영되는 400m 국제 규격 훈련장이다. 태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확장·복원을 위해 오는 2027년 철거·이전해야 하자 대한체육회는 대체지 선정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대한체육회가 이사회를 열고 ‘태릉국제스케이트장 대체 시설 용지 공모 연기’ 안건을 서면으로 의결하면서 문제가 됐다. 대체지 선정 절차가 중단된 지 약 8개월이 지났지만 지자체들은 여전히 유치를 위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
정부와 여당이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대도시권 광역교통망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거세게 반대하면서 유독 차별받고 있는 전북지역 기반시설과 교통망이 재조명되고 있다. 30일 전북 정치권에 따르면 전북은 육·해·공 모든 분야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사업 추진 시기가 무기한 연기되거나 아예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가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군산항이다. 전북에 유일한 무역항이자 대한민국 건국 이전 대한제국 시대인 1899년 5월 1일 개항한 국내 대표 항구였다. 근대에는 부산항, 인천항에 이어 전국 3대 항만으로 기능했으나 1960년대 이후 국제무역항으로서 기능이 급격히 쇠퇴한다. 항로에 쌓인 퇴적토 문제 때문이다. 전북도의회와 군산시 등은 ”군산항은 금강하구둑 완공 이후 매년 300만㎥에 달하는 토사가 퇴적되고 있지만 한해 준설량은 턱없이 부족한 60만∼70만㎥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제2준설토 투기장 신속 확보, 금강하구둑 상류구간 준설 등을 정부와 국회에 건의했다. 군산항을 둘러싼 이 같은 요구는 반복되고 있지만, 해양수산부 등 정부는 다른 지역에 항만에 지원을 훨씬 더 몰아주고 있는 실정이다. 전북에 대한 차별은 해양수
제주 제2공항의 밑그림을 그리는 기본설계가 착수됐다. 국토교통부 제주지방항공청은 제2공항 기본설계 용역사로 ㈜유신을 선정했다고 30일 밝혔다. 공개 입찰에 따른 낙찰금액은 247억원이다. ㈜유신과 함께 용역 분담업체로 한국종합기술, 동명기술공단종합건축사사무소, 도화엔지니어링, 제이피엠(제주), 인트랜(제주) 등 5개 업체가 기본설계 용역을 수행한다. 기본설계는 총사업비 5조4532억원이 투입되는 제2공항의 기본 틀을 짜는 것으로 1단계로 연간 1690만명의 여객처리를 목표로 한다. 내년 하반기까지 18개월 동안 진행되며, 규모와 시설물 배치, 공사기간, 설계도면이 작성된다. 제주항공청은 또한 다음 달 중 환경영향평가 준비서를 제주특별자치도에 제출한다. 이는 환경영향평가협의회를 구성하기 위한 첫 단추로 국토부 1명, 제주도 1명, 주민 대표 2명(찬성 1명·반대 1명), 전문가 8명 등 총 12명 이하로 꾸려지며 제주도가 협의회를 구성한다. 환경영향평가는 ▲항공기-조류 충돌 위험 ▲항공여객 수요 예측 ▲입지 타당성 의혹 ▲숨골 보전 평가 ▲용암동굴 분포 가능성 등 5대 쟁점에 대한 조사와 대책 방안에 대해 2년간 진행된다. 제주항공청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 발
‘김유정 선생 제88주기 추모제’가 오는 29일 오전 10시 김유정문학촌 낭만누리 김유정 동상 앞에서 열린다. 영원한 청년 작가 김유정을 기리기 위해 해마다 개최되고 있는 추모제는 (사)김유정기념사업회와 춘천문화재단이 주최하고, 김유정문학촌과 (사)김유정기념사업회가 주관한다. 올해 추모제는 김유정의 작품 ‘땡볕’과 ‘두포전’을 중심으로 김유정 선생의 생애와 문학적 가치를 회고한다. 땡볕은 변유정 연출가의 각색으로 낭독극으로 재탄생, 김유정 특유의 짙은 향토성 해학을 담아낸다. 두포전은 춘천시립합창단의 하모니로 새롭게 해석된다. 추모제 당일 김유정문학촌에서는 시민을 위한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펼쳐진다. 이날 오후 2시 문학촌 야외무대에서는 추모 공연 ‘봄을 그리다가 소리 한마당’이 개최되며, 기획전시실에서는 기획전시 ‘시대를 기록하다:김유정과 차상찬’이 개막한다.
대구 출신 피아니스트 신윤영이 독일 뮌스터에서 열린 '스타인웨이 푀르더프라이스(Steinway Förderpreis)'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 스타인웨이 푀르더프라이스는 세계적인 피아노 제조사 '스타인웨이 앤드 선스'가 젊은 피아니스트를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주최하는 권위 있는 콩쿠르이다. 신윤영은 이번 콩쿠르에서 뛰어난 기량과 섬세한 연주로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았다. 세계적 피아니스트인 피터 폰 빈하르트(Peter Von Wienhardt) 교수는 "신윤영은 음악성이 뛰어나며 스타인웨이 피아노의 깊고 풍부한 음색을 완벽하게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경북예고를 졸업하고 경북대 음대에 성적우수 장학생으로 입학한 신윤영은 지난해 10월 뮌스터 음악학교(Musikhochschule Münster)에 수석입학 한 바 있다. 서울사단법인오케스트라콩쿨 2등, 대구음악협회 전국학생음악콩쿠르 1등, 한국음악협회 전국학생음악콩쿠르 3등, 플뤼겔하우스 주최 전국학생음악콩쿠르 전체대상, 라모아트컴퍼니 음악콩쿠르 전체대상 등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나간 신윤영은 이번 콩쿠르 우승을 통해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제주 근·현대 생활사가 담긴 역사·문화 관련 자료 기탁 및 기증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관장 박찬식)에 따르면 최근 서귀포시 용흥마을회(회장 김영주)가 일제강점기부터 200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마을회가 보관한 각종 문서 6000여 점을 기탁했다. 마을회가 기탁한 문서는 일제강점기 용흥동의 인구 구조와 가족관계를 보여주는 ‘민적부’와 ‘호적부’를 비롯해 1950년대 마을 공동목장조합 관련 문서 등 귀중한 자료가 포함됐다. 용흥리 공동목장조합 관련 문서에는 일제강점기 설립된 이후 4·3사건으로 폐장됐다가 1950년대에 부활한 마을공동목장 활동 상황을 알 수 있는 회의록 등 각종 내용이 담겼다. 또 농가 지붕개량, 퇴비 생산, 인구 조사, 화입(火入) 허가, 감귤 묘목 구입, 고구마 거래 단속, 쥐 퇴치 사업, 마을 회의록 등 1960년대 마을사를 알 수 있는 문서들도 포함됐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 과정에서 시멘트 수급, 도로 포장을 위한 노동력 지원, 지붕 및 변소 개량 사업 등을 확인하기 위해 마을회와 관공서(중문면) 간 오간 문서들도 기탁됐다. 특히 기탁 문서에 과거 용흥마을에서도 해녀들이 활동 했음을 유추할 수 있는 자료인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