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마테이코의 그림 두 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주는 사람에게는 현상금 1000만 마르크를 주겠다. 독일 시민권과 여권도 제공하겠다.’ 1939년 10월 폴란드를 점령한 독일군 사령관 괴벨스는 폴란드 전역에 독특한 내용의 공지문을 발표했다. 공지문은 바르샤바, 크라쿠프, 그단스크 등 주요 도시 곳곳에 부착됐다. 학교, 교회 등 주요 시설에 배포되기도 했다. 도대체 얀 마테이코의 그림이 무엇이기에 괴벨스는 이렇게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았던 것일까. ■문화를 없애고 역사를 없애라 독일 나치는 폴란드를 점령해 영토를 ‘게르만화’하려고 했다. 폴란드 주요 도시의 건물을 완전히 파괴한 뒤 독일의 미래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첫 시범 도시는 바르샤바였다. 바르샤바를 게르만 도시로 만들 수 있느냐 여부에 따라 동유럽 전역을 게르만화 할 수 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고 그들은 판단했다. “문화예술이 사라지고 역사가 없어지면 폴란드는 영원히 독일의 식민지가 될 것이다.” 독일 나치는 바르샤바 등 폴란드 도시를 게르만화하기 위해 먼저 문화예술을 박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폴란드 국민의 역사의식을 고양시키는 미술품을 모두 소각하거나 부수기로 했다. 그들이 특히 신경
1939년 6월 20일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기 수개월 전이었다. 아직 초여름이었지만 날씨는 상당히 더웠다. 다시 돌아온 여름을 즐기려는 듯 마인 강에서는 철부지 꼬마들이 헤엄에 푹 빠져 있었다. 마인 강 인근 도시 뷔르츠부르크 시내로 낯선 차량 수십 대가 질주했다. 소형 지프에는 장군 여럿이, 뒤를 따르는 트럭에는 병사들이 타고 있었다. 두 번째 지프에 매우 특이한 콧수염을 가진 사내가 앉아 있었다. 독일을 전체주의로 몰고 간 나치즘의 창시자 아돌프 히틀러였다. ■파브스트 플랜 프로젝트 히틀러가 달려간 곳은 뷔르츠부르크의 ‘제3제국 건설부’였다. 이곳에서는 히틀러의 지시에 따라 추진된 ‘미래 독일도시 프로젝트’, 즉 파브스트 플랜 최종 보고회가 열렸다. 파브스트 플랜 실천 최종안을 마련한 사람은 도시공학 박사이면서 건축가였던 프리드리히 파브스트였다. 그는 프로젝트의 기본적 실천 방향을 설명했다. “바르샤바 인구는 130만 명입니다. 폴란드인이 대부분이지만 유대인도 30만 명이나 됩니다. 이들을 몰아내서 도시를 완벽하게 비웁니다. 총통의 별장으로 사용할 왕궁 등 일부 시설만 제외하고 도시의 건물 95%를 모두 부숩니다. 그 자리에 새로운 독일식 미래형
바르샤바 구시가지의 선술집은 여느 날처럼 젊은이들로 흥청거렸다. 다들 상당히 취했는데도 술을 더 마시려는 듯 손에는 큰 술잔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다들 쓸데없는 이야기를 왁자지껄하게 나누고 있을 때 남루한 옷차림을 한 사내 하나가 들어왔다. 모두 무척 반가운 듯 그의 등을 두들기며 선술집 한가운데로 끌어당겼다. “어서 오게. 오늘은 우리에게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텐가?” 뒤늦게 선술집에 들어선 젊은이는 야코프였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공부도 제대로 못한 그는 직업도 없었다. 늘 돈이 없어 하루 세끼 밥을 챙겨 먹기도 어려운 지경이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성당의 쥐만큼 가난한 녀석”이라고 놀리곤 했다. 야코프에게는 딱 한 가지 장점이 있었다. 바르샤바에서 일어나는 온갖 신기한 이야기는 죄다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디서 듣고 오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남들보다 더 빨리 알고, 더 자세히 알고, 더 재미있게 이야기한다는 평을 들었다. 야코프는 하루 종일 쫄쫄 굶다가 저녁이 되면 선술집에 가서 술 취한 사람에게 신기한 이야기를 한두 개 들려주고 음식을 얻어먹곤 했다. ■오스트로스키 궁전의 황금오리 어느 추운 날이었다. 야코프는 다른 날처럼 선술집에서
“아버지, 어머니 몰래 뭍에 올라가 보면 어떨까? 서로 다른 방향으로 헤엄쳐 세상을 구경하는 거야. 나중에 돌아와 경험한 걸 서로 이야기해주는 거야.” 언니 인어는 이것이 영원한 이별의 시작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언니 인어의 말에 동생 인어는 귀가 솔깃했다. 그녀도 오래 전부터 바다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부모의 걱정 때문에 주저했을 뿐이었다. 지금도 그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인간 세상을 본다는 흥분을 누를 수 없었다. 언니 인어는 덴마크 쪽으로 갔다. 그녀는 코펜하겐 항구를 통해 뭍에 올라갔다. 이후 영원히 그곳에 머물게 됐다. 지금 코펜하겐 바닷가에 서 있는 인어 동상은 바로 언니 인어다. 동생 인어는 폴란드의 그단스크 항구로 헤엄쳐 갔다. 그곳에 머물지 않고 비스와 강을 따라 끝까지 올라가 모래로 쌓은 강둑이 있는 마을에 도착했다. 그녀는 경치가 아름다운 강둑과 마을을 정말 좋아하게 됐다. 그래서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을 버리고 강에서 살기로 했다. ■인어를 사랑한 마을 ‘이상하네. 왜 물고기가 적게 잡히는 거지?’ 젊은 어부가 강에 쳐 놓은 그물을 걷으러 갔다. 그는 종전보다 그물에 잡힌 물고기가 적은 것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누군가 물고기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2년 만에 해제됐다.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올해는 그동안 미뤘던 휴가를 계획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세계적인 고물가 상황이 길어지면서 해외보다 비용 부담이 적은 국내로 수요가 몰린다. 동해남부선 폐선 관광시설로 재탄생 가장 가고 싶은 부산 여행지로 선정 미포~청사포~송정 느긋하게 감상 SNS ‘핫플’로 연중무휴 예약 필수 ■바다를 안고 달리는 힐링 열차 여행 부산은 사계절 내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지만 특히 무더운 휴가철에 가장 사랑받는 여름 관광도시다. 부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를 꼽으라면 단연 해운대블루라인파크다. 동해남부선 폐선을 관광시설로 활용한 해변열차와 해안선을 10m 위에서 내려다보는 스카이캡슐이 일품이다. 지난해에는 부산관광포털 ‘VISIT BUSAN’에서 선정한 ‘방문하고 싶은 부산여행지’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동해남부선은 일제가 한반도의 자원을 수탈하려고 만든 철로다. 해운대해수욕장과 송정해수욕장을 잇는 부산의 ‘삼포 해안길’이 이어지는 아름다운 곳이다. 삼포 해안길은 영화 ‘해운대’ 촬영지로 잘 알려진 미포에서 시작해 달맞이고개 아래
경북도, 친환경 기차여행 여행 지원금 이벤트 ○…경상북도는 9월 30일까지 ‘여행 지원금 받고 경북으로 떠나는 친환경 기차여행’ 이벤트를 실시한다. 부산 등 8개역에서 KTX 기차를 타고 경북의 안동, 풍기, 영주, 김천구미, 신경주, 포항, 동대구역에 내려 여행하는 사람에게 1인당 최대 5만 원의 지원금을 주는 행사다. 경북 유료관광지 입장권, 숙박 영수증, 1인 1만 원 이상 영수증을 모아 제출하면 된다. 문의/대구권 여행센터(053-940-2223), 경북권여행센터(054-639-2293). 포르투갈 순례길 카미노 소개 서적 국내 첫 출간 ○…포르투갈 순례길인 ‘포르투갈 카미노’의 정보를 담은 책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출간됐다. 여행작가 김선희 씨는 최근 포르투갈 카미노를 직접 돌아본 정보를 담은 〈아주 친절한 포르투갈 순례길 안내서〉를 펴냈다. 포르투갈 카미노는 리스본에서 출발해 코임브라, 포르투를 거쳐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660km 순례길이다. 세계 순례자들이 두 번째로 많이 찾는 순례길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정보를 찾기 어려웠다. 경남도, 여름 비대면 안심관광지 13곳 선정 ○…경남도는 2022년 여름 비대면 안심관광지 13곳을 선
아주 오래전 먼 옛날의 일이었다. 폴란드의 수도가 크라쿠프일 때였다. 전국 곳곳을 다니며 여행하기를 좋아하던 왕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카지미에르스 오드노비치엘’이라고 불렀다. 왕은 해마다 여러 달 동안 여행을 다니곤 했다. 한 해 농사가 끝나는 겨울이 되면 비스와 강에서 배를 타고 북쪽으로 갔다가 배에서 내려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말을 타고 돌아다닌 뒤 다시 크라쿠프로 돌아오곤 했다. ■여행을 좋아한 왕의 순행 언제인지 알 수 없는 해 겨울의 일이었다. 왕은 여느 해처럼 북쪽으로 여행을 떠났다. 다른 해와 달리 그는 여행 이틀째부터 가지고 간 건조식품에 싫증을 느끼게 됐다. 신선한 고기와 우유, 생선을 그리워하게 됐다. 요리사가 가져온 음식을 아예 손도 대지 않고 물린 그는 바람이나 쐴 겸 해서 배 밖으로 나왔다. 마침 강변의 작은 집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저 집에 가면 평범한 폴란드 백성 가정의 음식을 먹을 수 있겠군.’ 왕은 배를 강변에 세우라고 신하들에게 지시했다. 그는 다른 일행들에게는 배에서 기다리라고 한 뒤 시종 한 명만 데리고는 조심스럽게 작은 집으로 걸어갔다. 그는 집에 들어가기에 앞서 창을 통해 내부를 몰래 훔쳐보았다. 평범하
“헝가리는 오토 폰 합스부르크를 버린 적이 없습니다. 언제나 그를 사랑했습니다. 그가 헝가리에 심장을 안치하라고 유언한 것은 이것 때문이었습니다. 그를 사랑한 나라에 신체 중에서 가장 중요한, 열정과 사랑을 담은 심장이 묻히기를 원했던 것입니다.” 2011년 7월 17일 저녁 헝가리 부다페스트 서쪽 판노할마에 있는 판노할마 대수도원에서 저녁 미사가 열렸다. 판노할마 대수도원은 13세기에 만들어진 고딕 양식 건물이다. 판노할마는 전체 인구가 고작 4000명인 작은 마을이다. 인근의 유서 깊은 도시 죄르에서 오가는 버스가 하루 4대에 불과할 정도다. 이날 저녁 미사는 무엇인가 특별했다. 참석자 숫자만 해도 수백 명에 이르렀다. 헝가리 정부의 졸트 셈젠 부총리 부부는 물론이거니와 오스트리아 정부 및 의회 관계자도 참석했다. 프로테스탄트 목사와 가톨릭 신부에 유대교 랍비까지 자리를 함께했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날 행사는 100년 전에 사라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마지막 황태자였던 오토 폰 합스부르크의 심장 안치 미사였다. 그는 13일 전이던 7월 4일 독일 푀킹에서 9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판노할마 수도원의 심장 안치 미사는 유언에 따른 것
통영 한 달 살기 ‘통영애(愛) 온나’ 2차 참가자 ○…경남 통영시는 2022년 ‘통영 여행 가는 해’를 맞아 통영에서 한 달 살아보기 행사인 ‘통영애(愛) 온나’ 2차 참가자를 모집한다. 신청 기간은 6월 2~14일이다. 경남에 살지 않는 19세 이상 국민 중에서 개인 SNS 등을 통해 지역 관광자원을 불특정다수에게 홍보할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참가 팀당 하루 5만 원 내에서 숙박비를, 참가자 1인당 5만~8만원 범위 내에서 참가 실비를 지원한다. 신청서는 이메일(blisgood@korea.kr)이나 우편(경남 통영시 통영해안로 515 통영시청 관광과 관광마케팅팀)으로 제출하면 된다. 함안군 역사 생태 체험 프로그램 7월 24일까지 ○…경남 함안군은 ‘2022년 함안군 역사 생태 체험 프로그램’ 참가자를 모집한다. 프로그램 운영 기간은 7월 24일까지다. 주말에는 오전 10시 30분~낮 12시, 오후 1시 30분~3시에 운영한다. 7월 15~16일에는 1박2일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참가비는 1인당 주말 5000원, 1박2일 5만 원이다. 매회 참가자는 4인 가족 기준 6팀, 총 24명이다. 문의/운영대행 업체(055-724-9266),
헝가리 수도는 부다페스트다. 부다 지구와 페스트 지구, 오부다 지구를 합친 도시다. 대부분 도시의 이름에는 뜻이 있다. 부다페스트에 처음 갔을 때 이 도시의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궁금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1873년에 세 지구를 합칠 때 부다와 페스트의 이름을 따서 붙여 부다페스트라고 부르게 된 것이었다. 오늘은 부다페스트라는 도시가 생긴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도시 통합으로 새 수도를 19세기에 헝가리는 수백 년째 오스트리아의 속국 노릇을 했다. 훈족의 후예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오스트리아 왕의 지배를 받았다. 수도는 브라티슬라바였다. 이곳은 지금은 슬로바키아의 수도이지만 당시에는 헝가리 영토였다. 브라티슬라바는 오스트리아와 체코에 너무 가까워 군사적으로 매우 취약한 도시였다. 그래서 수도를 동쪽으로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늘 존재했다. 헝가리가 오스트리아로부터 독립을 추구한 1848~49년 헝가리 혁명 도중에 부다와 페스트를 합쳐 헝가리의 새 수도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맨 처음 터져 나왔다. 두 지역의 통합을 주도한 정치인은 세체니 다리를 만든 귀족 세체니 이슈트반이었다. 독립주의자였던 그는 당시 헝가리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