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를 납치하는 바람에 전쟁이 터지고 말았다. 그리스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는 아무런 이득도 되지 않는 전쟁에 관심이 없었다. 그는 트로이에 가지 않으려고 미친 척했지만 거짓말을 들켜 할 수 없이 끌려가야 했다. 오디세우스는 지략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말 한 마디로 수많은 변화를 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때로는 거짓말을 밥 먹듯이 했다. 그의 거짓말은 ‘나는 항상 선을 행하고 있다’는 믿음에서 나왔다. 한마디로 ‘선의의 거짓말’ ‘하얀 거짓말’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의 목마’를 고안해 10년이나 끈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겨우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지만 귀향길은 멀고도 험했다. 바다 괴물과 싸웠고 거인과도 다퉜다. 어떤 인간도 겪지 못한 온갖 희한한 일을 다 경험했다. 오디세우스가 이타카로 바로 귀국하지 못한 것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저주 때문이었다. 오디세우스는 신의 아들인 폴리페모스의 눈을 멀게 만든 적이 있었다. 분노한 포세이돈은 그를 죽이려 했다. 신들의 왕인 제우스가 이를 겨우 만류해 고향에 돌아가는 길을 험난하게 만드는 것으로 복수를 대신했다.
1164년 쾰른의 대주교 ‘다셀의 라이날드’는 이른바 ‘동방박사 3인의 유해’를 얻게 됐다. 신성로마제국 황제인 프레데릭 바르바로사가 이탈리아 밀란의 산유스토르지오 대성당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유해는 종교적으로 매우 귀중한 것이었기 때문에 수많은 순례자가 참배하러 몰려들었다. 라이날드 대주교는 유해를 모실 대성당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바로 쾰른 대성당이었다. 공사는 1248년 콘라드 대주교 때 시작됐다. 공사를 맡은 건축가는 당대 최고로 소문난 게르하르트였다. 그는 공사 도중 추락사고로 죽고 말았다. 그러자 이상한 소문이 돌게 됐다. 게르하르트가 악마와 내기를 하다 죽었다는 것이다. 다음은 쾰른 대성당과 게르하르트를 둘러싼 전설이다. ■대공사의 시작 1248년 ‘예수 승천일’ 전날 밤이었다. 쾰른의 한 건축가가 쿤라드 대주교에게 쾰른 대성당 신축 계획을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라일의 게르하르트’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건축가였다. “쾰른 대성당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이 될 겁니다.” 콘라드 대주교는 게르하르트가 펼친 도면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비록 설계안에 불과하지만 정말 아름다운 성당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깊이 생각해볼 필요도 없다
연꽃은 품위 있는 꽃이다. 매란국죽 사군자와 비교해도 모자라지 않는다. 중국 송나라 때 대학자 주무숙은 ‘진흙 속에서 나지만 물들지 않고, 맑은 물결에 씻어도 요염하지 않다. 향기가 멀수록 더욱 맑다. 깨끗이 서 있는 품이 꽃 가운데 군자라 한다’라며 연꽃을 극찬했다. 제철을 맞아 연꽃이 만개했다. 경남 곳곳의 연꽃단지에서는 다양한 색깔의 연꽃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여행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저마다 독특한 단지 구성과 주변 환경을 자랑하기 때문에 같은 연꽃이지만 다른 향기를 느낄 수 있다. ■함안 연꽃테마파크 진분홍색 연꽃이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하늘을 향해 머리를 내밀고 있다. 무엇이 그리 부끄러운지 마치 볼이 빨개진 어린아이 모습이다. 경남 함안군 가야읍 가야리에 11만㎡ 면적으로 조성한 함안연꽃테마파크. 시원한 바람에 흔들리는 푸른 연잎과 분홍색 연꽃은 마치 함께 댄스를 즐기는 아름다운 연인 같기도 하다. 함안연꽃테마파크의 연꽃은 홍련과 백련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물양귀비, 물아카시아, 물수세미, 무늬창포 등 다양한 수생식물도 함께 자란다. 홍련은 아라홍련과 법수홍련이다. 아라홍련은 2009년 함안 성산산성에서 발굴한 고려시대 연꽃 씨앗이 700년
하이델베르크 대학교는 500년이 넘는 세월동안 독일에서 교육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수많은 학생들이 이 학교를 거쳐 갔고, 그 중에는 세계적으로 명성을 남긴 학생들도 많다. 그렇다고 학생들이 여기서 하루 종일 교실이나 방에 틀어박혀 공부만 한 것은 아니다. 교수들은 자부심 넘치는 목소리로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공부만 하고 놀 줄 모른다면 한스는 멍청이가 될 거야.” 그런데 16세기 무렵 하이델베르크 주민들은 말썽꾸러기 대학생들 때문에 골치를 앓았다. 술을 먹고 마을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거나 행패를 부리는 학생도 있었고, 자존심 대결을 벌이다 주먹다짐을 하는 학생도 있었다. 어떤 학생들은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던 축사 문을 열어 돼지 떼를 꺼낸 뒤 낄낄거리며 시내 곳곳으로 끌고 다니기도 했다. 견디다 못한 주민들은 대학교에 대책을 세워달라고 요구했다. “학생들이 계속 주민들을 괴롭히면 폭동이 일어나 상호간에 큰 피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일부 학생들의 장난이 도를 넘었다는 사실은 대학교 측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유럽에서 대학교는 자치권을 갖고 있었다. 학생들이 잘못을 저질러도 세속적 사법권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그렇다고 학생들
■시장의 배신 260년 전 뮌헨은 형제인 에르네스트 공작과 빌헬름 공작이 공동으로 통치하고 있었다. 두 공작은 백성들에게 아주 인자하고 친절한 통치자였다. 당시 다른 지역의 군주들과는 달리 백성들의 고혈을 쥐어짜 재산을 모으는 일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자신들이 다스리는 지역에 있는 모든 백성이 편안하고 여유롭게 사는 것뿐이었다. 두 공작이 도시를 아주 잘 다스린 덕분에 뮌헨은 바바리아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으로 널리 소문이 났다. 두 공작에게는 루드비히라는 아주 잔인한 사촌이 있었다. 그는 두 사촌을 쫓아내고 뮌헨의 재산을 독차지하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뮌헨을 삼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뮌헨 시장이 그에게 접근했다. “저에게 영원히 시장 자리를 맡겨주시고, 적당한 포상만 해주신다면 공작님을 뮌헨의 군주자리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자네가 나를 도와준다면 이미 일은 성사된 것이나 다름없지. 내가 뮌헨을 얻게 된다면 자네에게 아주 충분히 상을 내리도록 하겠네.” 루드비히를 몰래 만나 밀담을 나눈 시장은 질이 나쁜 부하 몇 명을 골랐다. 그들에게 어네스트, 빌헬름 공작에 대한 나쁜 소문을 퍼뜨리게 했다. 처음에 소문을 믿지 않
하루가 멀다 하고 비가 내린다. 이른 장마 같은 날씨에 여행 행선지를 고르기도 쉽지 않다. SNS에서 발견한 놀라운 사진 한 장. 수줍은 것 같으면서도 화려하게 피어오른 아름다운 연꽃이다. 장소는 1월에 경남 제1호 지방정원으로 등록했고 5월에 개장했다는 거창 창포원. 6~7월은 연꽃과 수련, 수국의 계절이라고 했다. 당장 그곳으로 달려가 본다. ■수국원과 나리원 창포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마자 부슬부슬 내리던 비는 딱 그친다. 흐린 구름 사이로 반가운 해가 머리를 내민다. 약간 습해서 불편하지만 천천히 걸어 다니는 데에는 아무런 불편이 없다. 열대식물원 왼쪽으로 돌아 수국원으로 걸어간다. 푸른색과 하얀색 꽃이 산책객과 함께 길을 걸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제철을 맞아 아름답게 활짝 피어난 수국이다. 맞은편 나리원에는 나리속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안내판에 따르면 나리속은 백합의 순우리말이다. 입구쪽에 피어난 노란색 나리속과 안쪽에 자리를 잡은 빨간 나리속이 묘한 대비를 이룬다. 둘다 아주 자극적이고 매혹적인 분위기를 잔뜩 풍긴다. 나리원 근처에서는 작고 푸른 풀들이 맑은 공기를 잔뜩 머금고 있다. 안내판을 보니 국화원이다. 가을이면 이곳은 온통 노랗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눈앞에 다가왔다. 다행히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도 완화됐다. 그동안 자제해야 했던 여행의 갈증을 풀 수 있는 시기가 다가왔다. 올해는 머드 축제와 해수욕을 동시에 즐길 수 있고 시원한 산과 계곡, 아름다운 섬까지 갖춘 충남 보령으로 ‘쿨(Cool)’한 여행을 떠나보자. ■보령 머드축제 제24회 보령 머드축제는 7월 23일~8월 1일 ‘온 앤 오프(ON&OFF)’축제로 개최된다. 온라인 콘텐츠와 오프라인 콘텐츠를 이원 생중계로 연결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온라인 콘텐츠는 모두 11개다. 먼저 양방향 스트리밍 시스템을 활용해 머드 체험과 공연을 함께 즐기는 ‘집콕 머드 체험 & 머드 라이브 인 더 월드’가 진행된다. 또 지역의 농?수산물로 음식을 만드는 ‘테이스트 오브 보령’과 지역의 농특산품·해산물·숙박권·식당음식구매권 등을 경매로 파는 이벤트인 ‘머드옥션 경매의 달인’ 등이다. 대천해수욕장에서 열리는 오프라인 콘텐츠는 7개다. 1인 머드 자동 체험시설인 ‘머드스프레이 샤워부스’, 셀프 머드팩 체험인 ‘머드 비치 케어’, 미리 모은 100개 팀이 갯벌에서 황당한 행동을 주제로 경연하는 ‘천하제일 뻘짓대회’ 등이다. ■대천·무창포
뮌헨 시청사(노이에 라트하우스) 옆으로 돌아가면 유명한 교회가 하나 나온다. ‘성모 마리아 교회’로 번역되는 ‘돔 주 운저 리벤 프라우’이다. 뮌헨 여행을 가는 사람들에게는 프라우엔키르헤로 알려진 곳이다. 옛날에는 운저 프라우엔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프라우엔키르헤의 두 첨탑 사이에 큰 문이 하나 있다. 문의 오른쪽에 서서 위를 올려다보면 예루살렘 동쪽의 감람산에 있는 예수 그리스도를 새긴 돌 하나를 볼 수 있다. 500여 년 전 옛 프라우엔키르헤에 얽힌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돌이다. 아주 정직하고 겸손하면서 신을 두려워하고 공경했던 슬픈 어머니 마리아에 얽힌 이야기이다. 방탕한 아들의 일탈 마리아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다. 그녀는 남편을 잃은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인생의 모든 희망을 아들에게 걸었다. 세상에 있는 모든 덕목의 씨앗을 아들의 머리와 가슴에 심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아들은 어릴 때에는 어머니의 말을 잘 들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자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가르쳐준 선한 계율을 모두 잊어버렸다. 마리아는 뒤늦게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 그녀는 아들을 타이르려고 했다. “하느님의 뜻을 거슬러서는 안 된다. 선량하고 성실하게
5월 21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차의 날’이었다. 인도의 제안에 따라 2019년 유엔 총회에서 결의안이 통과됐고, 지난해에 첫 ‘세계 차의 날’ 기념행사가 치러졌다. 올해는 두 번째였다. 유엔이 ‘세계 차의 날’을 정한 것은 세 가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다. 먼저 가난한 나라들을 지원하는 게 첫 목표다. 빈곤을 염두에 둔 것은 차 생산 및 가공이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가난한 나라의 수입원이면서 수백만 빈민 가구의 호구지책이기도 하다. 육지 생태계의 지속가능한 이용과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도 주요 목표다. 차는 커피와 함께 기후변화에 매우 민감한 식물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 차 생산량은 650만t이었다. 이중 중국이 280만t으로 가장 많은 생산량을 차지했다. 인도(140만t), 케냐(46만t), 스리랑카(30만t), 베트남(27만t) 등이 뒤를 따랐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8년 기준으로 4000t에 불과했다. 차는 인도 북부나 미얀마 북부 또는 중국 남서부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는 5000년 전부터 차를 마셨다는 증거가 남아 있다. 〈시경〉에는 ‘차(茶)’라는 이름이 나오며
독일 뮌헨 중심지인 마리엔 플라츠(마리엔 광장)에는 1년 내내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곳에 가면 고개를 들고 위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이 시선을 빼앗긴 것은 새 시청사인 노이에 라트하우스의 벽에 설치된 글로켄슈필이다. 1908년에 만들어진 글로켄슈필은 이른 바 편종이다. 음악을 연주하려고 종 여러 개를 설치해 만든 장치다. 음악이 이어지는 동안 인형들이 차례로 튀어나와 재미있는 춤을 추는 기계다. 글로켄슈필에서는 매일 11시와 정오, 오후 5시에 15분 동안 편종을 이용한 인형극이 진행된다. 종 43개와 실물 크기 인형 32개가 80m 높이의 탑 중간 부분에서 매일 춤을 춘다. 인형극은 3가지로 진행된다. 먼저 빌헬름 5세의 화려한 결혼식 이야기다. 이어 마상 창 대결이 진행되고, 새플러탄츠라는 ‘통 제조업자의 춤’이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황금 새가 나타나 세 번 짹짹거리면 쇼는 끝난다. 그런데 글로켄슈필에서 공연하는 세 인형극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거기에는 어떤 사연이 숨어 있는 것일까. ■빌헬름 5세 세기의 결혼 마차 행렬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길고 가느다란 도로는 서쪽에서 동쪽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