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세의 춤꾼은 나이가 무색하게 무대 위에서 펄펄 뛰고, 날았다. 강태홍류 승무 북가락을 치는데, 전율이 느껴졌다. 손에서 북채가 떨어져 나갈 듯 말 듯 가벼운 손놀림이었지만 리드미컬하게 움직였다. ‘동래야류’ 문둥이춤은 고통으로 시름을 푸는 고성오광대 문둥이춤과는 또 달랐다. 맺고 풀기를 반복하는 담백한 춤사위였다. 덧배기춤 전통이 살아있는 선생의 춤사위로 만나서 더 그렇게 여겨졌는지도 모르겠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벌인, 미수(米壽·여든여덟을 달리 이르는 말) 춤판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클래식 음악 공연장도 아닌데, “브라보!”가 연신 객석에서 터져 나오고, 중간 박수도 끊이지 않았다. “오랜 세월 함께 춤출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후배이자 동료 춤꾼의 소감은 빈말이 아니었다. 이날 공연장엔 부산에서 내로라하는 춤꾼은 거의 다 와서 선생의 공연을 축하했다. 선후배 동료 춤꾼들이 함께한 자리는 훈훈하다 못해 감동이었다. 공연이 끝난 후 국립부산국악원 연악당 로비에서 열린 ‘김온경 미수 기념 공연 리셉션 겸 출판 기념회’도 많은 이로 복작였다. 참석자들은 선생이 100세까지도 건강하게 춤출 수 있기를 한목소리로 기원했다. 누군가의 건배사처럼
6·3 대통령선거 주자들의 출마·불출마 선언이 잇따르면서 여야 경선 구도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충청권 성장동력을 견인할 현안 상당수가 좌초 위기에 놓여있다는 점에서 표심을 자극할 맞춤형 공약이 나올 지도 벌써부터 관심을 모은다. 국민의힘은 주요 주자들의 잇따른 불출마 선언으로 초반부터 경선 구도가 출렁이고 있다.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됐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2일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어 13일에는 유승민 전 의원도 경선 불참을 선언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유력 주자로 꼽혔던 오 시장과 함께, 중도층 소구력이 큰 것으로 평가받는 유 전 의원의 불참으로 국민의힘 경선 구도는 조금 더 단순해졌다는 분석이다. 현재까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전 대구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이철우 경북지사, 나경원·안철수 의원 등 7명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충청권 주자로 유력시됐던 김태흠 충남지사의 불출마 선언으로, 이장우 대전시장이 직접 주자로 뛰어들지도 관심사다. 다만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 1강 체제에 맞설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점에서 보수진영 일각에선 '한덕수 차출론'까지 부상하는 모습이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선거 사무실에서 출정식을 열고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선다. 지난 20대 경선 시 민심을 얻고도 당심을 얻지 못해 패한 만큼 차별화된 전략을 보일지 주목된다. 홍 전 시장은 지난 11일 대구시장직을 퇴임한 뒤 서울로 상경했다. 그는 14일 캠프 사무실인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선언 및 캠프 개소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출정식에서는 대선에 나서는 홍 전 시장의 포부와 향후 캠프 인선에 대한 방향성 등이 언급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홍 전 시장이 주요 당직을 두루 거치고도 당내 기반이 약해 이를 보완해 줄 수 있는 인사가 합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홍 전 시장은 지난 20대 경선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민심에서 10.3%포인트(p) 앞섰지만 당심에서 22.9%p로 차이로 밀려 공천을 받지 못했다. 이후 홍 전 시장은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대구경북(TK) 당심을 얻기 위해 대구시장을 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 전 시장은 당심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이번 조기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과 연이어 1대 1 식사를 하고 원외 당협위원장들에게도 각별히 신경 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하며 한미 원전 협력에 적신호가 켜졌다. 다만 단기간 내 국내 원전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보고서 ‘미국 에너지부의 민감국가 지정, 어떻게 볼 것인가?’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DOE)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것과 관련, 원자력 등 에너지 산업에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연구개발 분야에서는 장기적 대응이 요구된다. 민감국가 지정은 단순 외교관계뿐만 아니라 기술적 신뢰성과 안보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미국의 전략적 결정이다. 이 결정으로 한국 연구진이 미국 연구소 등을 방문하려면 미국 에너지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기존에는 없던 규제다. 문제는 국가 신뢰도 저하나 연구자 간 협력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이 협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방문 규제 등의 조치가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봤지만 신뢰도 저하는 대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한국 출신 유학생, 박사후연구원, 방문연구자 등을 선발할 때 민감국가 출신이라는 점이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특히 민감국가 지정
광명 신안산선 복선전철 공사현장 붕괴사고로 1명이 실종돼 소방당국이 사흘째 수색·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미 수년 전 지반이 불량하다는 당국의 경고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붕괴우려 신고 이후 보강작업을 펼치다가 작업자가 고립되는 상황까지 빚어진 것으로 나타나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3시13분께 광명 일직동 신안산선 복선전철 제5-2공구에서 포스코이앤씨가 시공 중인 지하터널 공사 현장과 상부 도로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 지하 30m에서 지하철 환기구 터널 공사를 벌이던 중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 사고의 경고음은 사고 당일을 비롯해 여러 차례 울렸던 것으로 확인된다. 감사원은 앞서 지난 2023년 관련 보고서를 통해 “신안산선 제5공구(시흥시청∼광명)의 경우 터널 시점으로부터 약 19㎞ 떨어진 구간에 암반이 부스러지는 등 일부 단층파쇄대가 존재해 지반 상태가 ‘매우 불량’ 상태인 5등급인데도 터널 설계에 인버트 설치가 반영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암반이 취약한 지점에서 무리한 공사가 진행됐을 수 있다고 추정할 수 있는 근거다. 감사원이 언급한 ‘단층파
부산 금정구 부산도시철도 1호선 노포차량기지를 이전하는 안이 부산시 용역 결과 충분한 타당성을 가진 것으로 조사돼 노포동 일대 개발에 청신호가 켜졌다. 부산시는 이전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추가 용역을 진행할 방침인데, 인근의 부산종합버스터미널 등 침체된 노포동 일대가 차량기지 이전을 통해 지역 거점으로 새롭게 개발될 전망이다. 13일 부산시의회에 따르면 부산시의 ‘도시철도 차량기지 재배치 사전타당성조사 용역’ 결과 노포차량기지를 이전하는 안이 충분한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용역은 현 차량기지가 도시철도 효율성과 도시 발전을 저해하기에 차량기지 재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본격적으로 대두된 2023년 4월 시작됐다. 용역 결과 총사업비 9184억 원을 투입해 노선 4.6km를 연장하고 정거장 2개소(노포, 신평)를 이전하는 안은 비용 대비 편익(B/C)이 1.077로 나타났다. B/C가 1을 넘기며 타당성이 있는 사업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노포차량기지 이전 부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기존 차량기지 인근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차량기지 이전을 통해 북부산을 부울경 초광역권 핵심 지역으로 재창조하겠다는 계획도 사업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정구
속보=강원도가 주도해 만든 산림녹화 기록물(본보 3월 25일자 1면 등 보도)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관련기사 4면 산림청은 지난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21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4.2.~4.17, Executive Board)에서 산림녹화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UNESCO Memory of the World)에 등재됐다고 밝혔다. 이 기록은 민관 협력으로 이룩한 산림녹화 모델이며, 6.25 전쟁 이후 황폐해진 국토를 복구하기 위해 정부와 국민이 함께 추진한 산림녹화사업의 전 과정을 담은 자료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법령, 공문서, 사진, 필름 등 총 9,619건으로 구성돼 있다. 등재되는 산림녹화 기록물 중 강원도에서 발굴된 사료는 총 2,700건으로 전국 발굴 건수의 28%를 차지한다. 특히 강원도는 제1·2차 대단위 화전정리 사업과 독자적으로 추진한 강원특별자치도청 공무원 복지조림 기록 등을 포함해 중요한 사료들을 보유하고 있다. 제1·2차 대단위 화전정리사업과 강원도만 추진한 도청 공무원 복지조림 관련 기록물이 포함돼 그 가치가 더욱 높다. 화전정리 관련 사료 중 강원도청에 보관된 화전 관리도는 19
전남 지역 농민들이 이상기후로 농작물 수확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평년보다 2~6도 낮은 이상 저온이 3월 말부터 지속되면서 농작물 생육이 차질을 빚고 있고, 일부 작물은 수확에 어려움을 겪거나 품질이 나빠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배 재배농가에서는 이미 배꽃이 피기 전 한차례 냉해를 입은 상황에서 추위가 또다시 찾아오면서 걱정이 두배가 됐다. 나주시 금천면에서 20년째 배농사를 짓고 있는 김준(52)씨는 최근 과수원의 절반에 가까운 배꽃이 냉해를 입었다. 인편(꽃봉오리 껍질)이 벌어진 시점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꽃이 피기도 전에 씨방이 검게 괴사된 것이다. 김씨는 “정상적인 꽃눈은 8개 정도의 꽃망울을 틔우는데, 꽃눈 하나당 3~4개씩만 살아있는 상황”이라며 “더욱이 ‘특품’이 맺힐 가능성이 큰 꽃(한 꽃눈에서 피는 여러 개 꽃 중 일찍 핀 꽃)들이 모두 죽어버려 상품성이 떨어질 것 같다”고 걱정했다. 김씨는 “지난 8일부터 나흘에 걸쳐 수분작업을 진행하는 등 작업량을 평소 대비 두 배로 늘렸지만, 착과율을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아무리 농사의 8할은 하늘이 짓는 것이라고 하지만, 지난해에도 다 키워
석 달간 "오늘은 경로당으로 출근하겠습니다!"라고 외치던 '청년 이장'은 다시 취재 현장으로 돌아갑니다. 이제 사무실로, 취재 현장으로 출근합니다. 잠깐 기자라는 직업은 내려놓고 완주군 고산면 화정마을의 청년 이장으로 지내면서 행복한 일도, 슬픈 일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아무 사고 없이 잘 마무리해서 다행입니다. 다른 것보다 기성 언론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서 파생되는 이야기를 주워 담고 있는 요즘 시대에 지역 신문이 할 수 있는 진짜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이 잘 전달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정책을 끌어내고 고발하는 기사·기획 모두 좋지만 월요일 아침마다 신문을 봤을 때 조금은 가볍게, 기분 좋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기획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저희가 매일 말하는 '지역소멸' 하면, 마트가 멀어서,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없어서, 일자리가 없어서 등 이러한 이유만 전달하는 건 최대한 피하려고 했습니다. 전북을 비롯해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노력해도 막을 수 없는 것을 저희가 석 달 동안 해결하는 건 무리라고 일찍이 알았기 때문이죠. 차라리 우리는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지역이 사라지지 않으려면 그 지역이 살고 싶은
서귀포시 예래휴양형 주거단지가 도시개발사업으로 재추진된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이사장 양영철)는 지난 10일 예래동주민센터에서 휴양형 주거단지 개발사업 기본계획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JDC는 예래휴양형 주거단지를 도시개발사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기본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향후 국내외 기업의 투자를 유치해 민·관 공동개발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지역주민들은 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도시개발 등 다양한 인구 유입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현재 예래초등학교 전교생은 57명인데, 지난해 1학년은 3명이 입학했지만 1명이 전학 가서 현재 2학년은 2명 뿐”이라며 “이번 사업에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 극복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JDC는 도시개발사업 일환으로 휴양형 주거단지에 단독·공동주택을 조성하고, 글로벌 워케이션(휴가지 원격근무)과 문화·예술 공간을 마련하는 복합시설 건립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1단계로 사업으로 건립된 140동의 콘도에 대해서는 제주도와 협의해 전면 재사용, 일부 재사용, 멸실 후 재건축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JDC 관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