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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경인 WIDE] 공공기관 지방 이전, 현실은 ‘이방인 신세’

정착 힘든 도시 환경

성장 정체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여전히 계획 인구 5만명 달성 못해
상가 공실률 40%… 정주 여건 열악
주말에 수도권 올라올 방법만 고민


“혁신도시는 다 그럴걸요? 공공기관 이전과 지역 정착은 별개의 문제거든요.”

 

경인지역에서 전남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로 본사가 이전한 한 공공기관에 일하는 이지은(가명)씨는 직원들이 혁신도시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이씨는 본사가 이전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수도권 근무를 희망하는 직원이 많고 이로인해 수도권에서 일정기간 근무하면 비수도권으로 발령나는 이른바 ‘수도권 총량제’가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본사에서 5년간 일한 뒤 몇년 전 인사 발령을 요청해 배우자 직장이 있는 경기도로 근무지를 옮겼다.

 

본사 근무 당시 주말 부부로 지냈던 이씨는 자녀가 생겨 비수도권으로 다시 이동하는 데 대한 부담이 더욱 커졌다고 했다. 이씨는 “수도권에 남아있던 일부 부설 기관마저 2차 공공기관 이전에 맞춰 비수도권으로 이전한다는 소식에 직원들의 실망감이 크다”며 “수도권으로 오가던 전세버스도 운행을 중단할 예정이라 본사에서 일하는 동료들은 주말에 수도권으로 올라올 방법을 고민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기관 이전과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1차 공공기관 이전 때는 수도권에 남아 있는 부설 기관이나 지사로 이동할 수 있다는 기대라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마저 어려워져 퇴사를 고민하는 직원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는 지역 균형 발전을 목표로 나주시 금천면·산포면 일대에 조성된 도시다. 당시 정부가 추진한 1차 공공기관 이전에 맞춰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전력거래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 16개 기관이 이곳으로 이전했다.

 

그러나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는 여전히 계획 인구 5만명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이곳 인구는 약 3만9천명으로, 상가 공실률도 4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혁신도시의 성장이 정체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 지난 27일 찾은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는 자족 기능을 갖추지 못한 모습이었다.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은 공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고,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1시께 다수의 식당은 직장인들의 퇴근 시간까지 브레이크타임에 들어갔다. 산후조리원과 소아과 등 정주 인프라가 부족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주민도 있었고 자녀 교육 문제로 인근 지역에서 출퇴근하고 있다는 이도 있었다.

 

전국의 혁신도시 10곳은 모두 비슷한 상황이다. 기존 대도시 생활 여건을 누릴 수 있는 부산과 대구의 혁신도시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이마저도 ‘성장’과 ‘혁신’이라는 당초 목표와는 거리가 멀다.

 

정부가 올해 말까지 수도권 350여개 공공기관의 2차 이전 계획을 마련하는 가운데 혁신도시가 자족 기능을 확보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보다 촘촘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수길 고려사이버대학교 지속가능원 원장(행정학 교수)은 “공공기관 이전이 단순히 일부 직원의 거주지를 옮기는데 그쳐서는 안되고 도시가 자족 기능을 갖추고 자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산학연 연계를 통해 실질적인 상생 효과를 만들어내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