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평론가로 대중에 잘 알려져 있지만 미학자로서 문화예술·영화 비평에도 꾸준히 참여해온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정치권 논쟁의 중심에 선 영화 '암살자(들)'을 강하게 혹평했다. 진중권 교수는 29일 0시 45분쯤 페이스북에 "뭔가 했네…"라며 운을 뗐다. 이어 "뻔데기 아이큐 수준의 허접한 음모론 시나리오 들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간판급 배우들을 줄줄이 섭외한 감독의 능력에 찬사를…"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그냥 배우들이 똥 밟은 사건으로 이해하렵니다"라고 평가했다. 최근 '암살자(들)'을 두고 야권에서는 역사왜곡이라는 비판이, 영화 측과 최민희·박지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에서는 '픽션'이라는 반론이 이어지고 있다. 진중권 교수는 이와 달리 픽션이라는 형식 자체보다는 작품이 채택한 '음모론 시나리오'와 그 완성도를 문제 삼은 셈이다. ◆'디 워''부러진 화살''명량'도 거침없이 평가 진중권 교수는 서울대에서 미학을 전공하고 '미학 오디세이' 등을 쓴 미학자로, 과거에도 영화에 대해 거침없는 평가를 내놨다. 2007년 심형래 감독의 '디 워'에 대해서는 영화의 기본인 서사가 부족하다는 취지로 혹평했다. 2012년 실화를 바탕으로 한 '부러진 화살' 논쟁
끝없이 펼쳐진 들녘 사이로 바람이 흐르고 낮은 산자락 아래 오래된 시간이 조용히 머무는 곳. 예로부터 우리나라 최대 곡창지대로 불리는 '지평선의 도시' 전북특별자치도 김제의 길은 자연과 역사, 사람의 이야기가 함께 이어진다. 어느 길은 푸른 바다를 따라 걷게 하고 어느 길은 천년고찰의 고즈넉함 속으로 이끈다. 또 어떤 길은 숲의 향기로 마음을 쉬게 하고 어떤 길은 끝없는 지평선 위로 삶의 여유를 건넨다.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여행이 아니라 천천히 머물며 풍경을 느끼는 '쉼'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곳, 그것이 바로 김제 길 여행의 매력이다. 봄이면 연둣빛 들녘 사이로 따뜻한 햇살이 번지고 여름이면 짙어진 녹음 사이로 숲 향기가 가득 스민다. 가을에는 황금빛 들녘이 끝없이 펼쳐져 장관을 이루고 겨울에는 고요한 저수지와 산사가 또 다른 정취를 선물한다. 사계절 내내 다른 얼굴로 여행자를 반기는 것이 바로 김제 길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이다. ◆서해의 바람과 노을을 품은 길, 새만금 바람길 김제 진봉면 바닷가를 따라 이어지는 새만금 바람길은 이름 그대로 바람이 길을 안내하는 곳이다. 진봉면사무소를 지나 방조제 방향으로 걷기 시작하면 서해의 짭조름한 바람이 먼저 여
카이스트가 개교 50주년을 맞아 한국 추상 조각 1세대인 엄태정 작가의 60여 년 조각 세계를 한자리에 선보인다. 카이스트 미술관은 오는 26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엄태정 개인전 '탈(脫)창조의 세계로'를 개최한다. 1960년대부터 이어진 작가의 작업 가운데 철·구리·알루미늄·티타늄 등으로 제작한 조각 36점을 전시한다. 전시를 대표하는 작품은 카이스트 캠퍼스 도서관 인근에 설치된 높이 3.5m의 알루미늄 조각 '낯선 자의 출현 Ⅰ·Ⅱ·Ⅲ'이다. 개교 5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작품으로, 은빛 기둥 세 개가 하늘을 향해 솟은 형상을 하고 있다. 엄 작가는 '낯선 자'를 인간이 마주해야 할 내면의 타자이자 종교적 존재로 설명한다. 과학과 예술, 종교 역시 인간과 세계에 깃든 신비와 아름다움을 이해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전시 제목인 '탈창조'는 창작을 중단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들고 성취하려는 욕망과 작품의 주인이 되려는 자아를 내려놓고 자신을 비움으로써 더 큰 창조에 다가간다는 작가의 예술철학을 담았다. 약 1t의 철과 구리로 제작한 '철의 향기'도 전시된다. 말굽 모양의 금속 두 덩어리가 비스듬히 기대 산과 하트
"내마음에 쉼터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구름도 쉬어가고, 바람도 쉬어가고/ 하지만 정말 쉬어가게 하고 싶은 건/ 그대입니다." -윤보영 시인의 '쉼터'에서 ◆선물 같은 곳 느리게 산다는 것은, 삶의 속도를 스스로 선택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천천히 행동한다는 뜻이 아니다. 현대사회에서는 더 빨리 일하고, 더 많이 성취하고, 더 많은 정보를 소비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기 쉽다. 어느 순간, 무엇을 위해 그렇게 바쁘게 살아가는 지를 잊기도 한다. 느리게 산다는 것은 잠시 멈춰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바라보는 것이다. 지금의 순간을 온전히 경험하는 태도이다. 느린 삶은 게으른 삶과 다르다. 오히려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구별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에는 과감히 속도를 늦추는 선택이다. 남들과 비교하며 끊임없이 앞서 가려하기 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속도로 살아가는 것이다. 결국 느리게 산다는 것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되찾는 일이다. 빠르게 지나가는 삶 속에서 놓치고 있던 사람, 계절, 풍경, 생각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다시 만나는 것, 그것이 느리게 사는 것의 가장 깊은 의미라고 단언할 수 있다. 헤르만헤세는 '삿다르타'에서 빠른 성취
문장 대신 몸짓으로 감정과 생각을 표현해보는 인문학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광주문화재단은 오는 15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빛고을아트스페이스 2층 글빛마루정원과 모모홀 일원에서 제1회 광주 마임 캠프 ‘밀고 당기기’를 연다. 광주문화재단·이것은 서점이 아니다 주최·주관. 이번 행사는 말과 글 중심의 인문학에서 벗어나 몸의 움직임을 통해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으로 기획됐다. 비언어 예술인 마임을 매개로 어린이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공연과 워크숍을 함께 구성했다. 광주문화재단과 지역 문화기획사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가 함께 주최·주관하며, 마임이스트 고은결이 협력 기획으로 참여한다. 이날 프로그램은 마임 공연과 워크숍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조성진은 여는 마임 ‘원앙부인의 꽃밭’과 닫는 마임 ‘수제천에 의한 나무의 꿈’을 선보인다. 양미숙은 무용과 마임을 결합한 ‘어머니’를, 고은결은 계절의 흐름을 인간의 삶에 빗댄 ‘사계’를 무대에 올린다. 장성실은 노부부의 사랑을 다룬 ‘행복한 질문’을, 일장일딴컴퍼니 이대열은 카프카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오토마타 인형극 ‘돌연한 출발’을 선보인다. 김기민은 낡은 의자에 얽힌
"인스타 사진에 최적화된 곳입니다. 진짜 인생샷을 원하시면 거창 감악산 별바람 언덕으로 오세요." 파란 가을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진 보랏빛 꽃바다, 그 위로 거대한 하얀 바람개비들이 이국적인 춤을 춘다. 낮에는 꽃과 바람이 노래하고, 밤에는 은하수와 거창 읍내 야경이 보석처럼 반짝이는 곳.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구며 매년 수십만 명의 발길을 사로잡는 거창의 대표적인 힐링 명소, 임성진 거창군 행복농촌과 별바람언덕운영담당은 감악산 '별바람 언덕'을 가을철 우리나라 최고 명소라고 자신있게 추천한다. ◆황무지에서 천상의 정원으로 거창군 남부 신원면과 남상면에 감악산 정상 부근 해발 952m 걸쳐 있는 고원지대에 자리 잡은 별바람 언덕은 그 이름처럼 '별, 바람, 꽃'이 어우러진 생태 관광지다. 원래 이곳은 가축을 기르던 목장지대이자 잡풀만 무성했던 황량한 황무지였다. 이후 고냉지 채소를 기르기도 했지만 거창군이 감악산 정상부의 거대한 풍력발전단지와 연계해 '항노화 웰니스 체험장'을 조성하기 시작하면서 대반전이 일어났다. 척박한 고원 토양을 일구어 가을의 전령사인 보랏빛 아스타국화 등을 대규모(약 10만㎡)로 심었고, 최근에는 여름꽃과 하얀 구절초 단
백남준아트센터의 첫 글로벌 미디어아트 축제인 제1회 백남준미디어아트페스티벌 ‘백남준의 행성’이 16일부터 5일간 열렸다. 백남준 20주기를 맞아 발걸음을 뗀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그의 예술정신을 전시·퍼포먼스·학술·기술랩·대중 프로그램으로 현재화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모색하는 시간들이 이어졌다. 페스티벌의 영문 주제인 ‘Waiting for UFO’는 백남준이 1992년 스톰킹 아트센터에 설치한 동명의 작품에서 가져왔다. 푸른 잔디 위에 하늘을 향한 부처와 텔레비전, 데드마스크로 구성된 작품은 도착하지 않은 신호와 새로운 관계를 향한 열린 기다림을 보여준다. 이 기다림의 태도에서 출발한 페스티벌은 백남준이 행성에 대한 실험을 했던 1990년대에 주목했다. 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백남준의 작품을 조명하면서 완숙기 안에 들어가 있는 동양 철학 코드의 흔적을 찾아 살펴보는 것을 이번 전시와 퍼포먼스, 학술 등에서 살펴보게 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페스티벌에서는 ‘별, 괘卦’와 ‘달들’ 두 전시가 동시에 개막했다. 백남준은 1980년대 위성예술을 거치며 1990년대 별과 행성, 우주로 그 사유가 확장됐다. 1층에서 진행된 ‘별, 괘卦’는 그의 예술에 나타나는
해가 서쪽 바다로 기울 무렵, 영광 백수해안도로는 하루 중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드러낸다. 바다는 붉은빛을 머금고, 굽이치는 해안선 너머로 섬과 갯벌, 포구가 한 폭의 그림처럼 이어진다. 잠시 차를 세운 여행객들은 말없이 바다를 바라본다. 바쁜 일상에서 밀려났던 쉼의 감각이 이곳에서는 천천히 되살아난다. 수려한 경관을 갖춘 서해안, 그중 영광 일대가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바다와 산을 즐기는 이들을 위한 힐링 핫 플레이스로 부상하고 있다. ◆바다와 하늘이 붉게 물들며 황홀한 풍경 백수해안도로는 영광 관광의 첫 장면을 여는 대표 명소다. 백수해안도로는 영광 관광의 첫 장면을 여는 대표 명소다. 영광군 백수읍 길용리에서 백암리 석구미 마을까지 16.8㎞에 이르는 이 길은 서해안에서도 손꼽히는 드라이브 코스다. 해안을 따라 달리다 보면 칠산바다의 물결과 해안 절벽, 기암괴석, 광활한 갯벌이 차례로 펼쳐진다. 특히 해 질 녘이면 바다와 하늘이 붉게 물들며 황홀한 풍경을 연출한다. 차창 밖 풍경이 백수해안도로의 첫 번째 매력이라면, 바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두 발로 걷는 여유는 또 다른 매력이다. 해안도로 아래에는 3.5㎞ 길이의 목재 데크 산책로인 '해안 노을길'이
경남도립미술관은 고성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2026 찾아가는 도립미술관’ 네 번째 전시 ‘유산: 남겨진 것들로부터’를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고성의 역사·문화적 특성과 연계해 ‘유산’을 주제로 구성됐으며, 과거의 흔적과 기억이 현재의 시선 속에서 어떻게 새롭게 해석되는지를 살펴본다. 전시에서는 곽덕준, 김지평, 남정현, 노원희, 리영달, 마상철, 박노수, 성재휴, 양해광, 유택렬, 윤세열, 이상남, 이두옥, 정연두, 조현택 작가를 비롯해 고성에서 활동하는 김소연, 김영화, 안미희 작가의 작품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전통과 기억, 역사적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다. 김지평 작가는 전통 산수화의 형식과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하고, 곽덕준 작가는 ‘사회-벽화’ 연작을 통해 원시적 이미지와 문양을 반복과 지움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이상남 작가는 고분 벽화 등 오래된 이미지를 비구상·추상 작업으로 풀어내며 과거의 흔적이 오늘날 새로운 의미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박금숙 경남도립미술관 관장은 “이번 전시는 고성의 역사와 문화가 지닌 의미를 예술 작품을 통해 새롭게 조명하는 자리”라며 “지역 주민들이 작품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시간을 경
관객수 1천600만 명을 기록하며 인기몰이를 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조선 단종의 비극적인 삶을 소재로 많은 사람들에게 '단종앓이'를 일으켰다. 지난 2월 영화 개봉 이후 3개월여만인 지난 5월 17일 기준 단종의 유배지인 영월 청령포에는 29만여 명, 단종의 무덤인 장릉에 22만여 명 등 많은 방문객이 다녀갔다. 민간 전설에는 단종이 태백산의 산신이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내려오고 있다. 이러한 전설이 태백에는 어평이라는 지명과 단종비각으로 남아있다. 태백에 남아있는 단종의 흔적을 되짚어본다. ◆태백산신이 된 단종 태백시와 태백문화원에서 펴낸 '태백시지명지'(김강산 著), 단종비각 표지판 안내패널 등에 따르면 조선 6대 임금인 단종은 왕위에 오른지 3년만인 1455년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상왕이 됐다. 이듬해 성삼문 등이 복위를 꽤했지만 사육신은 죽음을 당했고 단종은 노산군으로 강등돼 영월땅으로 유배됐다. 1457년 금성대군이 순흥 땅에서 단종의 복위를 도모하다 발각되자 단종도 그해 10월 24일 사약을 받고 17세의 어린 아이에 일생을 마쳤다. 단종의 죽음이라는 역사적 사실은 민간 전승으로 확장됐다. 태백을 비롯한 인근 지역에는 단종이 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