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분쟁의 불똥이 종량제 봉투 수급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종량제 봉투 원료인 나프타 공급이 줄어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한 가운데, 인천에서는 지난주부터 종량제 봉투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등 사재기 현상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23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 10개 군·구는 지난주부터 종량제 봉투 재고량 파악에 나섰다. 중동 전쟁 이후 나프타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원료를 제때 받지 못한 종량제 봉투 제조업체들이 생산량을 줄여야 할 상황에 놓이자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최근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에 전수조사를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종량제 봉투에 쓰이는 원료는 석유화학 제품인 폴리에틸렌이다. 폴리에틸렌은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나프타를 다시 가공해 만들어지는데, 종량제 봉투를 비롯해 각종 비닐 포장재를 생산하는 핵심 원료다. 국내에서 쓰이는 나프타는 중동을 비롯해 해외에서 수입되는 물량이 전체의 45%, 나머지는 국내 석유화학업체가 원유를 가공해 비닐 제조업체 등에 공급한다.
폴리에틸렌 공급에 차질이 빚어진 건 나프타 수입 물량이 70% 가까이 줄었기 때문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여기에 국내 정유사들도 중동 전쟁 이후 원유를 휘발유나 경유로 정제하는 물량을 대폭 늘리면서 나프타 생산량이 줄어든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같은 원유를 정제하더라도 나프타로 파는 것보다 휘발유·경유로 파는 게 이윤이 더 남아서다.
이 때문에 종량제 봉투 생산이 이른 시일 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천 서구의 한 종량제 봉투 제조업체 관계자는 “지금 확보하고 있는 원료로는 이번 주를 넘기기가 쉽지 않을 걸로 보고 있다”며 “원료를 들여와도 평상시 생산 물량의 60~70% 수준에 그칠 것 같다. 생산량을 줄이는 게 불가피하다”고 했다.
종량제 봉투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 인천 일부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종량제 봉투 구매량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날 인천 남동구 종량제 봉투 판매 사업소에 따르면 가정에서 주로 쓰는 10ℓ·20ℓ 봉투 등의 판매량이 급격히 늘어 오후에 생산업체에서 추가 물량을 다시 받아오는 상황도 벌어졌다. 각 구는 편의점·마트 등에 종량제 봉투를 판매하기 위해 별도의 사업소를 두고 있는데, 이날 하루 남동구 사업소에서 판매된 종량제 봉투 물량은 평상시보다 7~8배 많았다는 설명이다.
남동구 사업소 관계자는 “지난주 목요일부터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주문하는 종량제 봉투 물량이 늘었는데, 오늘 들어 급격히 늘었다. 평소 1천장이 나간다고 가정하면 오늘은 7천장 가까이 나간 수준”이라며 “특히 가정에서 사용하는 흰색 봉투나 마트에서 물건을 담을 때 돈을 주고 사는 재사용 봉투가 빠르게 소진됐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