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우로 경남지역 곳곳에서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 22일 오전 11시께 굴삭기와 덤프트럭이 창원교육단지 사거리의 한 인도에 무릎 높이만큼 쌓인 흙을 분주하게 퍼나르고 있었다. 전날 내린 호우로 인근 공사장에서 흘러내린 토사를 제거하는 작업이었다. 공사 관계자는 “시간당 100㎜가 넘는 비가 쏟아지면서 토사가 유출돼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며 “창원이나 김해보다 더 심한 곳도 많다”고 말했다. 이날 기상청과 경남도 등에 따르면 창원과 김해에는 200년에 한 번 내릴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일 자정부터 21일 자정까지 창원 529.4㎜, 김해 431.1㎜, 고성 417㎜, 사천 407㎜, 양산 382.6㎜, 거제 381.2㎜의 비가 내리는 등 최단 시간에 역대 최대 강우를 기록했다. 이틀간 쏟아진 호우로 경남은 고성 122세대 175명, 김해 43세대 90명, 진주 63세대 90명, 합천 51세대 62명, 거제 33세대 61명 등 11개 시군에서 469세대 674명이 긴급 대피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의 한 빌라에서는 높이 5m의 옹벽 일부가 기울어져 주민 54명이 대피했다. 또 김해 조만강하천과 구산소하천이 범람해
31일 오후 2시 20분께 ‘폭염경보’가 발효된 창원시 성산구의 한 주택가. 챙모자를 쓰고 폐지를 줍고 있는 A(81)할아버지의 얼굴이 강한 햇빛에 찡그러졌다. 흘러내리는 땀방울에 눈도 제대로 뜨기 어려워 보였다. 휴대전화 날씨 정보의 현재 기온은 섭씨 36.4℃로 가만히 서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수준이었다. A할아버지는 연신 땀을 닦으며 주택과 상가 곳곳에 버려진 종이 상자를 하나하나 정리해 손수레에 실었다. A할아버지는 “새벽 4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작업을 하고 집에 들어가 쉬려고 했는데 폐지를 가지고 가달라는 곳이 있어서 덥지만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창원시는 이날 오전 시민들에게 ‘폭염경보 발효 중으로 야외활동 자제, 충분한 물 섭취와 그늘에서 휴식을 바라며, 무더위 속 나홀로 작업은 매우 위험하니 절대 하시지 않길 당부드린다’라는 안전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권고’에 불과해 현장에서는 사실상 지켜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용노동부의 ‘근로자 맞춤형 폭염 영향예보’도 마찬가지. 경고단계가 발효되면 매시간 15분씩 그늘에서 휴식하고, 가장 무더운 오후 2~5시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옥외작업을 중지하라고 나와 있다. 불가피한 경우라면
속보= 창원의 벚꽃 명소로 꼽히는 창원교육단지 인근 다수의 왕벚나무가 잘려나간 가운데 창원시가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제거를 승인한 것으로 나타났다.(20일 1·5면) 25일 창원시 등에 따르면 시 푸른도시사업소 공원녹지과는 대상공원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 추진에 따른 도로 확장 공사를 위해 성산구에 교육단지 일대 왕벚나무 제거를 요청했다. 성산구는 현장 확인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이식이 아닌 제거를 결정, 지난 11일 승인을 통지했다. 이에 따라 시공사 측은 지난 19일부터 왕벚나무 53그루를 베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당시 창원시는 왕벚나무가 고령에다 생육 상태도 좋지 않아 이식을 하면 고사할 가능성이 있어 제거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는 관련 심의위원회 심의도 거치지 않고 승인을 내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지난 2016년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지자체에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도시림 등의 조성·관리계획을 수립하거나 ‘가로수 제거’ 등 관련 사업의 승인에 앞서 심의위의 심의를 거치게 했다. 산림청은 당시 보도자료에서 “그동안 지역 주민 의견수렴이나 전문가 심의 없이 이뤄졌던 지자체의 무분별한 수목
한낮 기온이 33℃까지 치솟은 19일 낮 11시께 창원시 성산구 신월동의 한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 끓어오르는 무더위에 노동자들은 안전모 사이로 쏟아지는 땀을 연신 닦았다. 서 있기만 해도 후끈한 아스팔트를 식히려 신호수들은 호스로 물을 뿌리고 있었다. 이날 만난 노동자들은 ‘역대급 더위’라고 입을 모았다. 건설 현장에서 전기 작업을 하는 50대 A씨는 “작년에는 이렇게 땀을 안 흘렸는데, 올해는 땀이 엄청 난다”며 “오후 2~3시가 가장 더운데 머리까지 아플 정도”라고 힘들어했다. 크레인 작업을 하는 노모(29)씨는 “8월도 되기 전에 이렇게 더운 거 보니 올여름은 정말 힘들 거 같다”며 “그나마 나는 장비 안에서 일해서 나은 편이지만, 맨몸으로 땡볕에 일하는 작업자들은 더 힘들 것”이라고 했다. 콘크리트 타설 오전 작업을 마친 20년 경력의 강모(49)씨 역시 “올여름이 역대급으로 가장 덥다”고 혀를 내둘렀다. 휴식은 어떻게 취하는지 묻자 강씨는 “시멘트가 굳으면 안 되니까 쉬는 시간도 없이 일한다”며 “건설 현장 작업 중에서도 땡볕에 그대로 노출되는 가장 취약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청이 최저가로 입찰을 하니 그만큼 단가가 낮아지고, 우리 같
15일 오전 8시 40분께 창원시 성산구 장미공원(가음 은아아파트) 버스정류장. 이날 창원 원이대로 S-BRT(고급 간선급행버스체계)가 임시 개통하면서 시내버스들이 전용차로를 쌩쌩 달렸다. 정류장에는 교통 안내원들이 배치돼 승객들의 탑승을 도왔다. 취재진이 이날 오전 시내버스를 타고 S-BRT 기점부터 종점까지 이동해 보니, 차량 정체가 빚어지진 않았지만, 바뀐 신호체계로 일부 구간 교통 혼란이 우려됐다. S-BRT 구간에 횡단보도가 늘면서 신호 대기 시간이 늘었다는 불평도 나왔다. 시민들의 기대와 우려 속에 창원 원이대로 S-BRT가 이날 임시 개통했다. 원이대로를 지나는 시내버스 339대는 이날 오전 5시부터 의창구 도계광장에서 성산구 가음정 사거리까지 9.3㎞에 이르는 45개 노선(S-BRT 1단계 사업 구간)을 운행했다. 창원시는 버스와 승용차가 각각 독립된 차로를 운행함에 따라 버스가 지하철 수준의 정시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버스 승객들은 S-BRT 개통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의창구 동읍에 위치한 우곡사를 방문하기 위해 성산구 장미공원 정류장에서 156번 버스에 몸을 실은 이미란(62)씨는 “승용차와 뒤섞
‘짝이 되는 동무’를 뜻하는 반려(伴侶)를 붙여 ‘반려동물’이라고 불리지만, 경남에선 사실상 이들이 반려(返戾) 즉 되돌려지고 있다. 동물자유연대가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을 분석해 발표한 ‘2022 유실·유기동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경남에서 발견된 유실·유기동물은 1만2287마리로 전국 시·도 중 경기(2만1224마리)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경남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유실·유기수가 많은 이유와 개선 과제를 3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도내 유기동물 발생 현황= ‘2022 유실·유기동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지자체 중 유실·유기동물이 가장 많이 발견된 곳은 밀양이다. 1년 간 1997마리가 발견됐다. 매일 5마리가 버려지거나 주인을 잃은 셈이다. 김해(1765마리)와 창원(1325마리), 거제(1295마리)도 1000마리 이상으로 많다. 창녕(839마리), 진주(713마리), 함안(527마리), 사천(523마리)이 뒤를 이었다. 도내 유실유기동물의 절반가량은 태어난 지 1년도 채 안 돼 버려지거나 주인을 잃었다. 1년 미만이 전체의 50.2%(6178마리)를 차지했다. 1~3세(33.3%)가 다음이었고, 전체의 83.5%가 3세
경남지역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인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주인이 버리거나 잃어버리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2022년 반려동물 보호 및 복지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경남지역에 등록된 반려견은 모두 16만8121마리로 전국 17개 시도 중 5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반려견 1만8029마리가 새로 등록됐다. 반려인구가 늘어나면서 유실·유기 동물도 늘고 있다. 지난해 경남지역 동물보호센터에서 구조해 보호한 유실·유기 반려동물은 1만2273마리로 경기도 다음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전년(1만1937마리) 대비 소폭 증가한 것으로, 하루 평균 34마리의 반려동물이 유기·유실돼 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받고 있는 셈이다. 유실·유기 반려동물 10마리 중 8마리는 개로 조사됐다. 유실·유기 반려동물 중 개가 82.6%(1만136마리)로 가장 많고, 그다음은 고양이 17%(2088마리), 토끼 등 기타 0.4%(49마리)로 나타났다. 구조된 유실·유기견 중 44.8%(4544마리)는 주인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죽는 것으로 나타났다. 22.8%(2317
밀양산불 1년을 하루 앞둔 30일 찾은 밀양시 부북면 무연리와 춘화리 일대. 울창했던 숲은 검게 그을린 채 1년 전 피해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무연리 소재 무연회관에서 산을 끼고 춘화리 방향으로 7km 정도 달리자 곳곳에 민둥산이 펼쳐졌다. 일부는 검게 그을린 나무가 듬성듬성 있었다. 현장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산불 피해 지역인 교동의 한 아파트 단지 주차장 인근 임도 입구에 다다르자 ‘진입금지’라고 적힌 팻말 2개와 ‘임도 사용 금지’라고 쓰인 현수막이 설치돼 있었다. 시는 벌채 작업으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밀양시는 지난 3월부터 일부 피해 구역에 새로 나무를 심기 위해 불에 탄 나무를 벌채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전체 피해면적 660ha 가운데 부북면과 교동 일대 숲 199ha를 인공조림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는 올해부터 2년간 100억원을 투입해 올해 170ha, 내년 29ha를 벌채할 계획을 세우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벌채를 마치면 산수유와 편백나무, 낙엽송 등 58만본을 심을 예정이다. 문제는 다가올 장마철 집중호우 예보로 산사태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부북면 무연리 소재 대방못에서 차량 한 대 겨우 지나갈 너비의 산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