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권은 선거 때마다 예측 불가능한 표심으로 당락을 결정짓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는 이견 없이 야권의 손을 더 들어주는 경향을 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일정보다 빠르게 치러진 제19대 대선에서 충청권 민심은 더불어민주당으로 향했다. 대전과 세종, 충남·북 지역을 통틀어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0.43%의 표를 얻어 1위에 올랐고, 기존 여당이었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23.54% 득표율에 머물러 2위를 차지했다. 3위 자리는 득표율 22.81%를 차지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돌아갔다. 각 지역의 후보별 세부 지지율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문재인 후보는 다른 후보들과의 격차를 두 배가량 벌리며 승리했다.
이는 그동안 충청권에서 보기 드문 선거 결과였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대전시민들은 당시 박근혜 후보에 49.95%, 문재인 후보에 49.70%의 지지를 보내며 0.25%포인트 차의 초박빙 승부를 만들어냈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작은 득표율차였다. 이를 두고 당시 박근혜 후보의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충청권에서의 승리'라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충청권의 캐스팅보트 역할이 다시 한번 강조된 순간이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 때마다 충청권 민심의 향배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예측 불가능한 표심으로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며 "다만 탄핵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는 전국적인 분위기에 따라 야권 쪽으로 대세가 많이 기울어진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지난 19대 대선 당시 충청권의 표심이 한 쪽으로 쏠린 이유로 '충청대망론'의 실패를 꼽는 의견도 있다. 탄핵 사태로 인한 여권을 향한 심판의 의미와 더불어 충청대망론 실패에 따른 지역민들의 아쉬움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충청권 출신 대권주자로 떠올랐던 유력 인사들이 줄줄이 낙마하면서 다른 선택의 여지 없이 '여권 심판론'을 따르게 됐다는 분석이다.
정치에 입문하기도 전에 강력한 대권주자로 주목받았던 충북 음성 출신 반기문 전 UN사무총장과 시대 교체를 강조한 충남 논산 출신의 젊은 정치인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같은 논산 출신인 연륜의 이인제 전 의원 등이 당시 대선 출사표를 던졌으나 후보에도 오르지 못하고 좌절된 바 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이때 충청대망론이 시들해지면서 충청권 지역별로 여론이 크게 갈리는 등 지역주의적 색채가 더욱 옅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지역 정치권 인사는 "(당시에도) 충청권 대권주자들이 줄줄이 떨어지자 민심이 타격을 입었다"며 "그 결과 지역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구심점이 희미해지면서 충청권 지역별로 여론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예전보다 더 예측이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헌정사상 두 번째로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된 가운데 과거처럼 '여권 심판'으로 기울지, 일관되지 않은 개인의 선택으로 치우칠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