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는 희망이다. 동해는 소통이다. 새로운 도약이다. 지난 3월, 울진등 동해지역에 산불이 발생했다. 서울시 면적의 40%, 축구장 25,000개 규모의 산림이 한번의 실수로 홀라당 사라져 버렸다. 역대 최악이다. 사라진 잿빛속에도 희망은 늘 피는 법이다. 88명의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자전거 라이더들이 뭉쳤다. 희망의 불쏘시개를 틔운다. 서울, 경기, 울산, 경북, 대구등지에서 모여던 두바퀴는 "울진 산불피해 극복을 위한 사랑의 라이딩"에 기꺼이 동참한다. 화마속에 잠시 실의에 빠졌지만, 새 희망의 물동이를 다시 들이붇기 위해서 88명의 라이더들은 동해의 샛푸른 바다길을 달리며 울진땅에, 동해땅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십시일반으로 호주머니도 모았다. "사랑해요! 울진!!" 불끈 쥔 두 주먹속에 모아둔 600만원의 사랑도 전했다. 동해를 내지르는 자전거는 사랑과 희망의 두바퀴다. 그렇다. 동해는 생명이고 푸른바다는 희망이다.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동해안 자전거 길-해파랑길' (770Km) 2016년 강원도 고성에서 부산을 잇는 동해안 해안선따라 우리나라 최장 트레일 코스가 만들어졌다. 770Km에 이르는 장대한 길이다. 떠오르는 '해' 와 푸른바
1949년 12월, 타이완에는 중국공산당과의 내전에서 패한 후 국민당 정부를 옮겨 온 중화민국 장제스(장개석, 蔣介石)의 국부천대(國府遷臺)가 있었다. 타이완은 지리적으로 동아시아 해상의 중심지여서 17세기부터 스페인과 네덜란드에 점령당했다가, 이후 청나라의 영토로 편입되지만 청일전쟁 이후 50년 동안의 일본 식민통치 하에서 2차세계대전으로 막 벗어난 참이었다. 1975년까지 총통 겸 국민당 총재로서 타이완을 지배한 장제스는 중국 본토 공산당에 대해 산발적인 공격을 계속하며 계엄을 유지하다가, 사후 아들 장징궈(蔣經國)가 그 뒤를 이어 아버지가 생전 실시하던 계엄을 해제하는 등 민주정치의 기초를 다졌다. 그 뒤로는 우리가 익히 아는 대로 최초의 본토박이 총통 리덩후이에서 천수이벤, 마잉주를 거쳐 현재의 차이잉원 총통 체제이다. ◆타이베이 국립고궁박물원(國立故宮博物院) 장제스는 중국 전통문화에 애착이 많았다. 평소 지론이 '나라가 없어도 살 수 있지만 문물 없이 살 수 없다'는 것이었고, 국공내전 와중 패주하면서도 베이징 자금성고궁박물관에 있던 유물 중 가치가 높다고 판단한 29만점과 전국 각지의 유물들을 타이완으로 가져왔다. 사실 유물의 상당수는 열하사변 시
왠? 정몽주? 난데없이? 영천은 포은과 별과 포도와 최무선이 잘 버무려진 길고긴 이야기 실타래이다. 그 실낱들을 하나씩 파헤치러 두바퀴는 달린다. 자전거는 팔공산 자락 치산계곡을 시작으로 은해사에 심취하고 최무선, 화랑을 지나, 포은을 만나고, 영천댐 백리길을 내질러 1천미터 고지, 보현산을 기어이 올라야 85Km의 마침표를 찍는다. ◆은빛바다의 물결을 닮았다는 은해사와 일곱 암자 팔공산, 동봉, 동화사, 갓바위로 이어지는 능선에 닿아있는 치산계곡 자락을 출발한다. 가뭄탓에 골짝마다 물살들은 졸졸대지만 캠핑족들의 행렬은 줄을 지었다. 그 틈새에 끼어 빵 한 조각과 커피로 아침을 음미하며 서서히 몸을 덥힌다. 살풋 냉기가 솟아나는 계곡을 빠져나와 한적한 시골길을 노래하며 영천땅을 달린다. 우선, 은해사(銀海寺)로 향한다. 809년 창건되었다. 영험하다고 소문난 갓바위와 쌍벽을 이룬다. 물안개가 자욱한 새벽녘, 사찰주변이 은빛바다의 물결을 닮았다고 지어진 이름에 연고한다. 여느 사찰과는 달리 은해사 경내의 암자를 간다고 하면 자전거도 통과 시켜주는 후덕함을 지녔다. 은해사의 또 다른 백미는 약 16Km에 걸쳐 펼쳐져 있는 일곱개의 암자다. 각기의 이색스러움으로
빛에도 상처가 있다니! 드디어 얼굴을 드러내는 빛의 묘혈(墓穴)들, 아가미 닫혀가는 물고기처럼 사람들 죽음의 집을 향해 오르는 중이었다. 짓이겨진 풀에서 햇볕 냄새, 어린 새들이 무너진 지붕 위로 날아올랐다.(졸시 -'불의 사원') 조로아스터교의 조장(鳥葬) 터였던 침묵의 탑을 향해 오르며 그때 내가 외던 것이다. 두 개의 흙탑은 남자, 여자와 아이로 구분되어 역시 주검의 자리마저 이슬람식으로 철저하게 이분법적이었다. 멀리 모스크의 첨탑에서 애절한 아잔(aḏān)이 들려온다. 무슬림들의 기도 시간인가보다. 하지만 여긴 다크메이 자르토슈티얀, 즉 이슬람보다 천 년 전 조로아스터교도들의 장지여서 누구도 메카를 향해 무릎을 꿇지 않는다. 무너진 침묵의 탑을 둘러싼 높이 70미터 남짓 풀 한 포기 없는 민둥산 위로 검은 새들이 산 자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불길하게 울며 날았다. 숨이 차고 땀이 흘렀다. 그리고 서글펐다. 뙤약볕 아래 모든 것은 빛이고 흙이었다. 햇빛에 빛나고 반짝거리는 흙더미들에서 매캐한 먼지 냄새가 났다. 시간이 한 일 중 하나이리. ◆페르시아, 페르시아 이란은 고대 아케메네스왕조의 수도 파르스(fars)에서 파르시어(farsi)를 썼다 해서, 그리
◆ 미술관과 박물관이 가득한 바이킹의 도시 오슬로 북극탐험을 위해 계절을 여름으로 다시 바꾼 6개월 후 13시간 비행 끝에 바이킹의 후예들이 사는 나라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에 도착했다. 유럽전체에서 가장 비싼 물가가 여행자들의 발목을 잡기도 하지만, 뭉크와 비켈란으로 대표되는 독특한 예술세계, 바이킹과 극지방 탐험으로 나타나는 도전의 역사가 반겨준다. 혹한의 한겨울과 달리 8월, 한여름 햇살의 고마움을 가장 깊숙하게 체감하는 녹지로 가득한, 정갈하고 아름다운 시내의 모습은 오슬로를 결코 놓칠 수 없게 한다.오슬로는 백여 년 전 북유럽을 주름잡던 바이킹들이 가장 사랑했던 도시다. 숲과 빙하가 가득한 풍경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현대화된 도시 속에 어우러진 자연과 깨끗한 모습은 오슬로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노르웨이 남동쪽에 있는 인구 70만의 오슬로는 오로라가 펼쳐지는 겨울도 좋지만, 여름만이 가진 매력도 많은 여행지다. 특히 백야가 가장 활발한 시기라서 이때 진가를 나타내는 여행지들을 만나볼 수 있다.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주변 지형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차분한 정서가 어우러진 도시다. 다양한 콘서트 프로그램, 연극, 오페라, 박물관, 갤러리 등이 볼거리를 제공하고
죽령옛길~금선계곡~죽계구곡~소수서원~부석사~마구령~서천 강변길~무섬마을 까지 선비? 꼴통? 고지식? 똥고집? 에헴하고 행여 도포에 먼지가 묻을까봐 물튀기는 위인? 오랫동안 조선 유교의 주축을 이룬 선비에 대한 편견이다. 정작, '어질고 지식이 있는 사람','학식과 인품을 갖춘 사람' ,'출세 지향적이라기보다는 스스로 자신을 돌보며 인격을 갖추는데 치중하는 사람'을 뜻한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 했던가? 옛것을 돌아보고 새것을 창출하는 요즘이다. 인문학 열풍의 한 꼭지점에 선비가 존재하고 선비다움의 기품이 존재한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 자신을 되돌아보고 찾아가는 열풍이 한창이다. 옛적 한양가는 길섶의 영주, 문경, 안동은 선비들의 큰 배움터였고 학문도량의 주축이었다. 그 새롭게 태어난 선비길을 자전거로 찾아가 본다. 영주가 되살아난다. 잊혀진 스토리들이 스물스물 베어나오고 교통도 사통발달 획기적이다. 서울 청량리를 출발하는 ktx이음은 안동과 영주까지 불과 1시간 40분만에 주파한다. 선비촌 초입에 갓쓰고 도포자락을 휘날렸던 "선비"는 오늘날 다시금 생동감있게 살아난다. 소백산 둘레길, 죽령(竹嶺)을 시발점으로 무섬마을까지 약85Km에 이르는 영주 선비길은
멕시코시티 외곽의 빈민촌은 켜켜이 쌓아 올린 총천연색 성냥곽 같다. 빨강과 파랑, 분홍, 노랑 상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달겨드는 나쁜 꿈처럼 밀집한 집들은 끝없기도 하다. 한숨이 섞인 찬사를 늘어놓으며 외곽도로를 30분쯤 달렸을까, 송곳니를 드러낸 코요테가 그려진 간판들이 하나, 둘 눈에 띄기 시작한다. 콜롬버스가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하기 전부터 원주민들의 주거지였으나 자주 출몰하는 코요테 서식지로 더 알려져 명명된 코요아칸(Coyoacan)이다. 스페인에서 건너온 에르난 코르테스가 이곳을 첫 정복 수도 누에바에스파냐로 정해 아즈텍의 테노치티틀란을 침공하는 거점으로 삼기도 했던 곳이다. 아, 그때 그 정복자들이 이리의 일종인 코요테를 멸종시켰다는 설도 있다. 멕시코에서 나는 사실 이곳 코요아칸이 가장 궁금했다. 벽이 온통 진청색이어서 카사 아술(La Casa Azul)로 불리는 프리다 칼로 미술관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남편이자 멕시코의 국민화가 디에고 리베라 미술관은 바로 옆의 흰색 건물이어서 카사 아술과는 옥상 통로를 통해 서로 드나들었다고. 프리다 칼로에게는 '고통을 환상으로 승화시킨 축제의 삶을 살다간 화가' '멕시코의 천재 여성화가' '폭탄을 둘러
◆ 친구의 환대로 북극행 대기한 바두포스 트롬쇠를 출발한 버스에서 내리자 기다리고 있던 노르웨이 친구 헤게 리안(Hege Lian)과 1년 만에 반가운 포옹을 했다. 눈과 어둠이 내리는 길을 스노우모빌을 타고 산속의 별장으로 향했다. 스노우모빌을 타고 가면 자동차론 들어갈 수 없는 눈으로 쌓인 숲 사이사이를 갈 수 있다. 언덕과 숲속으로 질주하는 거라 긴장했는데, 의외로 재미있는 신바람이 추위마저 잊게 했다. 북극의 관문에서도 발이 묶인 여행자는 인근에 사는 친구에게 연락을 했었다. 노르웨이 여행친구의 흔쾌한 승낙으로 갑자기 찾아간 야생과 아름다운 자연으로 둘러싸인 바두포스(Bardufoss)는 트롬쇠 남쪽 50km에 위치한 인구 2,500여명의 마을이다. 바두포스는 한마디로 연중8개월은 눈으로 덮여 있단다. 자작나무와 스코틀랜드 소나무 등 숲으로 이루어진 마을은 다소 대륙기후로 해안지역에 비해 추운겨울로 눈이 무척 많이 내린다. 다운타운에는 예쁜 호텔과 마트는 물론 박물관, 공원, 교회, 문화 및 영화시설, 공공도서관 및 유치원과 중등학교, 스포츠경기장, 하이킹 트레일 까지 비교적 풍요로운 마을이다. 별장에 도착하자 눈 덮인 설원에 별장 한 채가 절반은 눈
일본에는 흔히 3개의 수도가 있다고 얘기한다. 즉, 정치 수도는 도쿄(東京), 경제 수도는 오사카(大阪) 그리고 관광의 으뜸지는 교토(慶都)라고 한다. 연간 5,500만명이 몰리는 교토는 오히려 젊은이들과 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도시다. 교토는 경주와 여러모로 닮아있다. 약 천년의 역사적인 도읍지였고 불교사원등 스토리가 즐비하고, 옛것과 새것이 혼합된 조화미를 선사한다. 교토는 비와코(琵琶湖)라는 일본 최대의 호수가 도시를 감싸고 있고 경주는 보문호, 덕동호, 형산강이 도시와 어깨를 같이한다. 유네스코 유적지도 온통 곳곳에 펼쳐져있다. 그 누구도 교토를 역사 도시라 부를지언정 낡은 도시라 않는것 처럼 경주 또한 끊임없이 진화하는 역동적인 도시다. ◆옛것과 새것이 어울어진 도시 경주는 오래된 도시이지만 오히려 젊음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로 변모했고 사진 명소, 꽃 명소, 스토리 명소가 가장 많은 곳이다. 천년의 미소를 품은 관광 수도로 거듭나기 위한 경주의 발걸음은 늘 분주하다. 곧 사월이 되면 경주는 온통 순백색 속에 잠기게 된다. 봄이 되면 어디나 벛꽃들이 허드러지지만 경주만큼 한 도시 전체가 몽땅 꽃잎의 향연속에 허우적 대는 곳은 없다. 4월 첫 일요일
'어째서 지금까지 이렇듯 높은 하늘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제야 알게 되어 나는 정말 행복하다. 맞다! 이 끝없는 하늘 말고는 모든 것이 허무하고, 모든 것이 기만이다. 이 하늘 말고는 아무것도,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톨스토이는 나폴레옹과의 전투에서 중상을 입었다가 의식을 되찾은 청년 공작 안드레이 볼콘스키의 입을 빌어 이렇게 독백한다. 아마도 이 읊조림이 톨스토이가 『전쟁과 평화』에서 통렬하게 주장하고 싶었을 주제였을 것이고, 코로나 팬데믹을 관통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켜보는 전 인류의 심정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 톨스토이의 나라가 푸른 하늘을 상징하는 아름다운 국기를 가진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2022년 3월 17일 아침에 눈을 뜬 지구의 인류는 이 팬데믹 시대에 아수라 같은 전쟁터를 실시간 중계로 지켜보며 절규한다. 키이우(키예프)에서 죽어가는 아이를 안고 울부짖는 여인들과 낡은 군복을 다시 꺼내 입고 총을 든 노병들을 보며,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는 이웃나라의 국민들을 무자비하게 도륙하는 독재자를 혐오하며 마블 코믹스의 악당처럼 그의 권선징악적 말로를 열렬히 염원한다. 나는 우크라이나령이었지만 그 독재자가 또한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