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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두바퀴로 달리는 경북도 명품길 2천km] 경주 두번째 코스 '유네스코길'

어디를 가나 봄꽃 흐드러진 유적
보문호∼양동마을∼옥산서원 65km 도시 전체가 봄꽃 향연 펼치는 중

 

일본에는 흔히 3개의 수도가 있다고 얘기한다. 즉, 정치 수도는 도쿄(東京), 경제 수도는 오사카(大阪) 그리고 관광의 으뜸지는 교토(慶都)라고 한다. 연간 5,500만명이 몰리는 교토는 오히려 젊은이들과 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도시다. 교토는 경주와 여러모로 닮아있다.

 

약 천년의 역사적인 도읍지였고 불교사원등 스토리가 즐비하고, 옛것과 새것이 혼합된 조화미를 선사한다. 교토는 비와코(琵琶湖)라는 일본 최대의 호수가 도시를 감싸고 있고 경주는 보문호, 덕동호, 형산강이 도시와 어깨를 같이한다. 유네스코 유적지도 온통 곳곳에 펼쳐져있다. 그 누구도 교토를 역사 도시라 부를지언정 낡은 도시라 않는것 처럼 경주 또한 끊임없이 진화하는 역동적인 도시다.

 

 

◆옛것과 새것이 어울어진 도시

 

경주는 오래된 도시이지만 오히려 젊음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로 변모했고 사진 명소, 꽃 명소, 스토리 명소가 가장 많은 곳이다. 천년의 미소를 품은 관광 수도로 거듭나기 위한 경주의 발걸음은 늘 분주하다. 곧 사월이 되면 경주는 온통 순백색 속에 잠기게 된다.

 

봄이 되면 어디나 벛꽃들이 허드러지지만 경주만큼 한 도시 전체가 몽땅 꽃잎의 향연속에 허우적 대는 곳은 없다. 4월 첫 일요일에 건각들의 국제 뜀박질 대회를 매년 개최해 왔지만 코로나로 3년째 답보 상태다. 다시금 거친 숨소리가 퍼지기를 고대한다.

 

이 경주를, 저 봄날에, 온 향연속에, 온전히 두바퀴 자전거로 유네스코를 따라 즐기는 것은 매 순간! 가장 호사중 호사이다. 예기치 않은 횡재(Serendipity)이다. 그대! 오늘을 즐기라! ( Thou! Carpe Diem ). 겨우내 겹겹옷을 툴툴 던져 버리고!

 

 

◆역사 도시에서 관광 도시로 변모

 

▶경주 유네스코길:보문호~선덕여왕길~유네스코유산~금장대~양동마을~옥산서원 65Km, 덤 도덕암 업힐도전

 

보문호는 혜안(慧眼)이다. 50만평의 넓은 호수는 경주가 진화하는 역사 도시로 자리매김 하게된 일등 공신중 하나이다. 1970년대, 먹고 살기도 빠듯한 시절에 먼 미래를 보고 개발된 보문호는 경주가 역사 도시에서 관광 도시로 변모하게된 시발점이 되었다. 그 보문호를 끼고 한쪽켠을 달려서 명활산성 입구에 도착했다. 옛날 경주의 보호막으로 외곽지 역할을 했던 성벽이다.

 

 

약 6Km에 걸쳐 경주 중심지를 둘러싸고 있는 명활산성은 복원공사가 한창이다. 이곳, 명활산성 입구에서 진평왕릉에 이르는 약 1.8Km의 길은 선덕여왕의 길이라 불리운다. 성마른 벚꽃이 서둘러 지고 난 다음, 은연한 왕벚꽃의 화려함이 한참동안 지속되는 구간이다. 27대 선덕여왕(632~647년 재위)은 아버지 진평왕릉 무덤까지 무슨 생각을 하며 이길을 걸었을까?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여왕! 남성 중심의 왕조 사회에 번쩍 손을 들고 삼국통일 "꿈"의 근간을 이룬 여왕! 김유신, 김춘추를 과감히 발탁하고, 황룡사 9층탑에 그녀의 꿈을 싣고, 첨성대 27개 계단에 지혜를 쌓은 여왕! 그 여왕의 꿈은 훗날 통일로 이어졌다. 선덕여왕길의 끝자락, 아버지 진평왕릉의 무덤은 의외로 소박하다.

 

달랑 무덤하나다. 그 왕릉을 뒤로하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경주의 몸통속으로 들어간다. "월성지구를 관통하여 분황사, 동궁과 월지, 교촌 마을, 황리단길, 월정교, 대릉원, 첨성대" 등 눈길 닿는곳마다 역사 교과서가 펼쳐진다. "벽없는 박물관 (The museum without walls)"에 딱 들어맞는 파노라마이다.

 

 

◆전통마을인 양동마을에 다다르다.

 

교촌마을에는 한복 매무씨 청춘들의 뽐냄이 한창이고, 경주 황성동과 서울 경리단길에서 이름을 땄다는 황리단길은 인파가 어깨에 부딪힌다. 여느 대도시 핫플 이상이다. 경주는 미래다. 잘 생긴 월정교옆의 샛강을 따라 유채꽃이 흐드리지게 널부러졌다. 이 길을 따라가면 경주, 포항의 젓줄인 형산강과 맞닥뜨린다. 강은 넓고 바람은 시원하고 머리는 상쾌하다. 두바퀴는 거침없이 내달린다.

 

 

강건너 언덕끝에 정자가 나타난다. 금장대(金藏臺)다. "경치가 빼어나 기러기들도 쉬어간다"는 명소다. 정자위로 올라서면 형산강 줄기를 따라 멀치감치 경주 시가지가 시원스럽다. 소설가 김동리의 무녀도(巫女圖)의 배경으로도 등장한 곳이다. 고대 암각화도 볼수있고, 아래쪽으로 유채꽃, 버드나무들의 조화가 수채화의 한 장면을 연출한다. 다들 인생샷 찍기에 분주하다.

 

프로 사진사들의 삼각대도 바쁘게 움직인다. 그 정자위 마루바닥에 누워 목청 나는대로 노래를 부른다. 아무렇게나 불러도 좋다. 노랫말을 몰라도 좋다. 이게, 경주다. 부르조아 놀음이다. 잠시 호사를 누리고 다시 페달을 밟는다. 강변을 따라 안강쪽으로 접어들 무렵, 끝자락에 양동마을이 쩍하니 나타난다. 500여년의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전통마을이다.

 

 

약150호가 살고 있다. 안동 하회마을과 더불어 2010년 유네스코 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마을 안켠으로 자전거를 슬슬 움직인다. 어슬렁대도 참 좋다. 전통을 온몸에 푹 적신다. 이제는 라이딩의 끝을 향해 달린다. 종착점인 옥산서원까지는 약 12 Km 남짓, 옥산서원(玉山書院)은 2019년 유네스코 유산으로 지정된, "한국의 서원"중 하나다.

 

조선시대 이언적(1491~1553)선생을 봉헌한다. 학문의 전당인 무벽루를 비롯하여, 서원 계곡앞 넓다랗게 펼쳐진 세심대(洗心臺)는 어떻게 마음을 닦는(洗心)것인지, 도량의 진수를 보여준다. 약700미터 떨어진 이언적 선생의 고택인 독락당은 또 다른 덤이다.

 

정규 코스 라이딩 후, 잠시 번외 오르막 오르기 경쟁이 펼쳐졌다. 바로, 옥산서원 뒤쪽 도덕산(703m)의 자락에 위치한 도덕암자까지 약2Km 정도 오르막을 오르는 것이다. 순간 경사도 약22%, 극악 오르막 코스중 하나다.

 

왠만큼 내노라는 라이더들도 십중팔구는 마지막 고비에서 내려 버린다. 약 십수명이 도전한 도덕암 오르기 경쟁에서 딱 두명만이 무정차 업힐에 성공했다. 부상으로 아이스크림 파티가 벌어졌다. 마지막 순간에 아쉽게 포기한 몇몇 라이더들은 아직도 분함(?)이 덜 가셔진 얼굴빛이다. 이래 저래 또 재미난 얘깃거리 하나를 만들었다.

 

경주를 동서(東西), 2가지 갈래길로 달려본 경주 자전거길은 아쉬움이 가득하다. 진화하는 역사도시 경주는 가볼곳이 너무 많은 탓이다.

 

글·사진 김동영 여행스케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