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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아파트단지야 군부대야? 윤형 철조망 둘러치고 입주민이 보초…할인분양이 부른 갈등 백태

‘미분양 무덤’ 대구, 할인분양 둘러싼 시행사-입주민 갈등 고조
‘소급 적용 특약’ 적용 여부, 대금 반환 시기 두고 시행사-입주민 의견 엇갈려
"악성 미분양 물량 해소 위해 세제혜택 등 정치권 지원 필요" 목소리도

대구 아파트 미분양 사태로 일부 시행사가 파격 할인에 들어가자 기존 가격에 매입한 입주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아파트 단지 입주자는 바리케이드를 치고 '보초'를 서면서까지 시행사 관계자 출입을 통제했고, 다른 한 단지에서는 소송전까지 벌이고 있다.

9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수성동4가 빌리브 헤리티지 아파트 정문. 군 부대에서나 볼 법한 윤형철조망이 출입구 일부를 막고 있었다. 철조망 뒤로는 아파트의 가압류 사실을 알리거나 시행‧시공사를 비판하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몇몇 입주민들은 파라솔 아래서 아파트를 드나드는 사람‧차량을 살피는 등 '보초'를 서기도 했다.

이 곳은 전체 146가구 중 25가구만 분양돼 분양률을 20%도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공매로 넘어갔다. 이후 다섯 차례 공매를 거치면서 잔여 매물 매매가는 최초 분양가 대비 3억1천만원~4억8천만원 가량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공매 전 계약을 체결한 25가구 주민은 '계약 조건이 변경되면 기존에 체결한 계약도 동일한 조건으로 소급 적용(변경)한다'는 취지의 특약사항을 근거로 대금 일부 반환을 요구했다. 하지만 시행사 측은 '공매 과정은 계약 조건에 없다'는 논리로 대금 반환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측간 타협의 여지가 보이지 않으면서 '바리케이드 대치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같은 날 찾은 수성구 신매동 시지라온프라이빗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입주민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당신의 집도 가압류 될 수 있습니다' 등 할인 분양을 견제하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내걸었다.

앞서 이곳은 지난해부터 전체 207가구 중 미분양된 80가구를 1억원 정도 할인해 분양했다. 이 과정에서 시행사‧건설사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 상환을 마친 뒤 대금을 반환하겠다고 하자, 결국 입주민 비대위가 분양대금 일부 반환 소송에 나섰다. 입주민 비대위는 지난달 12일 법원이 담보제공 명령을 내린 것을 사실상의 가압류 승인으로 받아들여 현수막을 걸기 시작했다.

미분양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는 걸 막기 위해선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 매물에 대한 세제 혜택 등 정치권 합의에 따른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악성 미분양의 경우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등을 감면해 주는 게 유일한 갈등 해소 방안"이라며 "정치권 합의가 쉽진 않겠지만, 입법을 통한 제도적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