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원도심 슬럼화와 인구 소멸의 주원인으로 꼽혀왔던 건축물 높이 제한 등 장기 도시계획 규제를 대대적으로 정비한다. 변화된 도시 여건에 맞춰 주민 재산권 침해를 최소화하고, 도심 균형 발전을 꾀하는 한편 잇따르는 건설업체 부도(부산일보 5월 7일 자 1면 보도) 등 심각한 위기에 처한 지역 건설업계를 살리자는 취지다.
부산시는 지역 주민, 지자체 등의 지속적인 요구와 도시 여건 변화로 규제 재검토 필요성이 대두되는 데 맞춰 장기 도시계획 규제를 전면 재검토한다고 9일 밝혔다.
시는 우선 원도심 산복도로를 중심으로 지정돼 있는 고도지구에 대해 해안조망과 도시경관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존치·완화·해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중구, 동구, 서구 등에 걸쳐 있는 원도심 고도지구는 1972년 최초 지정 후 50여 년째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아파트 건립과 북항 재개발 등으로 고도지구 여건이 변화됨에 따라 당초 지정 목적이 퇴색되고, 도시 개발을 저해해 슬럼화를 초래하는 등 주변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시는 경관 분석, 차폐도(건물 입면이 가로막는 정도), 표고 등을 분석해 지정 목적 훼손 여부에 대해 중점적으로 검토하고, 해안조망과 도시경관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할 계획이다.
시는 또 역세권 내 청년층 임대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시가지경관지구에는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인 ‘희망더함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 용도를 완화할 계획이다. 시가지경관지구는 중앙대로, 유엔평화로 등 노선식 8개 구간과 해운대해수욕장, 하리항 등 집단식 4개 구역이 지정돼 있다. 단, 집단식 시가지경관지구의 경우 관광 기능을 위해 현행대로 유지하고, 노선식 구간에 대해 허용 용도를 완화할 계획이다.
시는 자연녹지지역과 준공업지역 내 아파트에 대해 원활한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도록 관련 조례를 개정하고 용도지역 변경 등을 추진한다. 과거에 건립된 자연녹지지역과 준공업지역 아파트는 2001년과 2003년 각각 관련 법과 조례가 개정되면서 현재는 공동주택 건축이 불가능해 재건축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부산에는 재건축 내구연한인 건축 30년 이상 된 아파트가 자연녹지지역에 95곳, 준공업지역에 19곳이 있다.
또 시는 공공의료서비스 확충 차원에서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용적률 완화 또는 용도지역 상향을 검토한다.
시는 이번 도시계획 규제 완화를 포함한 용도지역·지구 등에 관한 도시관리계획을 정비해 하반기부터 열람공고, 시의회 의견 청취 등 행정 절차를 거쳐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임원섭 시 도시계획국장은 “이번 도시계획 규제 완화로 주거환경 개선, 주택 공급 확대, 공공의료서비스 확충 등이 가능하다. 또 시민 삶의 질을 제고하고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어 침체한 부산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