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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두바퀴로 달리는 경북도 명품길 2천km] 선죽교의 정몽주가 영천(永川)에 ?

809년 창건 은해사, 갓바위와 쌍벽…16km에 걸쳐 7개 암자 이색美 선사
포은 정몽주 고향에 세운 임고서원…개성 선죽교 재현한 돌다리도 매력

 

왠? 정몽주? 난데없이? 영천은 포은과 별과 포도와 최무선이 잘 버무려진 길고긴 이야기 실타래이다. 그 실낱들을 하나씩 파헤치러 두바퀴는 달린다.

 

자전거는 팔공산 자락 치산계곡을 시작으로 은해사에 심취하고 최무선, 화랑을 지나, 포은을 만나고, 영천댐 백리길을 내질러 1천미터 고지, 보현산을 기어이 올라야 85Km의 마침표를 찍는다.

 

◆은빛바다의 물결을 닮았다는 은해사와 일곱 암자

 

팔공산, 동봉, 동화사, 갓바위로 이어지는 능선에 닿아있는 치산계곡 자락을 출발한다. 가뭄탓에 골짝마다 물살들은 졸졸대지만 캠핑족들의 행렬은 줄을 지었다. 그 틈새에 끼어 빵 한 조각과 커피로 아침을 음미하며 서서히 몸을 덥힌다. 살풋 냉기가 솟아나는 계곡을 빠져나와 한적한 시골길을 노래하며 영천땅을 달린다. 우선, 은해사(銀海寺)로 향한다.

 

 

809년 창건되었다. 영험하다고 소문난 갓바위와 쌍벽을 이룬다. 물안개가 자욱한 새벽녘, 사찰주변이 은빛바다의 물결을 닮았다고 지어진 이름에 연고한다. 여느 사찰과는 달리 은해사 경내의 암자를 간다고 하면 자전거도 통과 시켜주는 후덕함을 지녔다. 은해사의 또 다른 백미는 약 16Km에 걸쳐 펼쳐져 있는 일곱개의 암자다.

 

각기의 이색스러움으로 이름값을 높힌다. 운부암, 백흥암, 묘봉암, 중암암, 기기암, 원효암, 천성암등 총 7 암자이다. 자전거를 제법 탄다하는 고수들이 도전하는 극악 업힐 코스이다. 첫 암자인 운부암은 낭만스럽다. KBS사찰기행 '不二門'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운치스럽게 맛보는 이층 누각 보화루 茶의 향기는 으뜸이다.

 

비구니 선원인 백흥암은 일년내내 꽁꽁 잠겨 있다가 딱 두번만 빗장을 푼다. 암자의 백미는 중암암(中巖庵)이다. 가장 가파른 곳에 위치한다. 좁다란 바위 구멍을 통과하면 전국 사찰중 제일 높은곳에 위치한 똥간과 넓게 펼쳐진 삼인암, 만년송을 접한다. 원효암, 너럭바위가 멋스런 천성암을 지나서 무등산의 입석대를 닮았다는 기기암까지 은해사가 품고있는 암자들은 그 품새가 남다르다.

 

운부암의 보화루 누각에서 제멋대로 인생샷 놀이의 호사를 한참이나 누리고, 사찰 뒷길을 빠져나와 논밭길 사이로 발길질 한다. 왠? 최무선? "최무선 과학관"이 나타난다. 바로 영천이 고향이다. 최초의 화약을 개발하였고 화룡도감을 지었다.

 

 

◆포은 정몽주와 임고서원

 

연이어, 또 다른 얘기마을인 "화랑 설화마을"에 당도한다. 코로나가 한창인 2020년 가을에 개장한 신라 천년의 설화를 엮어 펼쳐 보이는 판타지 공원이다. 그 건물의 거창함에 살짝 주눅이 들 정도다. 이젠, 인근의 "돌할매"도 그냥 지나칠수는 없다. 10Kg 정도의 돌덩이가 안들리거나 무겁게 느껴지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소원바위 이야기다.

 

암튼, 들리거나 말거나 좋은쪽으로 해몽을 한다. '행(幸)'과 '복(福)'이 내내 하기를 두손 모은다. 모든게 식후경! 아랫배가 살살 허기를 호소한다. 그렇다! 영천시장으로 달려가야한다.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커다란 가마솥들이 시장 한쪽에 줄지어 섰다. 바로 소머리 국밥 거리다. 매스컴을 탄 인기몰이집 뒷쪽으로 빠꼼 내밀은 집이 단골집이다.

 

찐하디 찐한 국물에 나긋나긋한 머릿고기가 듬뿍 담겼다. 마지막 궁물(?)까지 남김없이 들이키고 바닥을 싹싹 긁으며 고복(敲腹)을 연신한다. 인삼, 산삼을 몇 뿌리나 삼킨냥 힘이 불끈한다. 엄지척하고 거들먹대며 시장통을 빠져 나온다.

 

원기를 충전한 자전거는 또 다른 스토리를 찾아서 달린다. "임고서원"을 만나야 한다. 1392년, 고려말 이방원의 손에 옛 개경(開京) 땅 선죽교에서 생을 마감한 포은이 구만리 떨어진 영천의 땅에서 환생했다. 생판 몰랐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이 몸이 죽고 죽어, 일 백번 고쳐 죽어...". 하여가(何如歌), 단심가(丹心歌)를 읊조리던 고려말 충절 사표의 고향이 이 땅이었음을.

 

 

그의 사후 약150년 뒤, 1553년 포은의 고향땅 영천 임고면에 그를 추모하는 '임고서원'이 세워졌고, 그의 호를 딴 '포은로' 거리도 만들어졌다. 서원앞에 개성 선죽교를 재현한 돌다리를 건너면서 충신의 혼을 다시금 되새긴다. '동방이학지도(東方理學之道)'라고 커다랗게 세워져 있는 바위석은 선생이 성리학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스승임을 선언한다.

 

서원 앞 높이 20m, 둘레 6m의 500년 수령의 은행나무는 포은 선생의 문지기 노릇을 톡톡히 해낸다. 잘생긴 고목을 뒤로하고 영천댐을 향해서 페달질을 하려는데, 일행중 한 사람이 손사래를 친다. 쉽사리 지나치기 쉬운 Must-visit 한곳을 소개 하겠단다. 바로 "임고 초등학교"다. 1923년에 세워졌으니 딱 100년의 역사다. 교문에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을 가진 곳이란 자랑이 선명하다.

 

이내 " 와~ " 탄성이 솟아 나온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플라타너스 나무들이 교정을 뒤덮고 있다. 수십미터나 되는 고목들이 즐비하다. 여느, 값비싼 테마공원보다 몇 곱절이다. 아름드리 나무 아래서 얼마를 노닥 댔는지 모른다. 참 행복한 숲 보물 학교다. 또 와야지 꼭꼭 다짐한다.

 

 

◆우리나라 3대 천문대의 한 곳인 보현산 천문대

 

갈길이 멀어 페달질을 서두른다. 벚꽃 백리길을 자랑하는 50년된 영천호를 스쳐 지나간다. 사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영천호 한바퀴 35Km를 희희낙낙 달리는것도 힐링일듯 하다. 하지만, 오늘은 엄청난 도전을 앞두고 있어 또 다른 봄날에 찾겠노라고 기억속에 꼬깃해둔다. 일행이 소중하게 가져온 영천 포도즙을 보양으로 들이키고 도전의 초입에 숨고르기를 한다.

 

바로, 보현산(1,124m)을 오르는 것이다. 꼭대기에 소백산 천문대, 대덕 천문대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천문대의 한곳인 보현산 천문 관측소가 있다. 천문대를 가로질러 꼭지점인 시루봉에서 마침표를 찍기로 한다. 왠종일 자전거를 타고서 또 1천미터 산을 오르는것은 간단치 않다. 몇 구비나 돌았는지 기억도 없다. 산길로 접어든다.

 

시속 3~4m에 불과하다. 숨은 끊어질듯 하고, 흐르는 땀은 두 눈을 뒤덮는다. 연신 가뿐숨을 몰아쉬며 얼마나 올랐을까? 저 너머로 커다란 탑이 보인다. 무감각해져 버린 안장에서 내려 버릴까 몇번이나 유혹을 참아내며 마침내 천문대에 당도했다. 보현산의 또 다른 매력은 천문대~시루봉까지 약2Km 놓여진 아름다운 데크길이다.

 

1천미터 이상의 고산에서 내려다보는 영천 시가지는 압권이다. 마침내, 보현산의 꼭지점인 시루봉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금방이라도 몸이 날려갈듯 바람이 거세다. 그 만큼 땀방울도 가슴의 벅참도 거세다. 온갖 스토리가 가득찬 새김질도 거세다. 여기는 영천이다.

 

 

◆경산 삼성현 공원, 삼성산 그리고 반곡지(盤谷池)

 

경산은 사실 대구와 같은 생활권이고 영천, 청도와 인접하여 독단적인 그림 보다는 연계된 코스들이 다채롭다. 경산만을 고집하는 것은 다소 옹졸하다. 하지만, 그 중에도 경산만의 보배로운 곳이 두 곳이나 있다. 바로 삼성현 공원과 연결된 삼성산(555m)과 전국적인 사진의 핫플인 반곡지이다.

 

길은 삼성현(三聖賢) 공원에서 시작한다. 경산에 연고를 둔 세 분의 위대한 성현, 즉 첫번째 불교의 대중화를 이끈 원효대사, 그리고 그의 아들인 설총, 세번째 삼국유사 일연스님등 3성현(聖賢)을 기리는 기념공원이다. 이 세 분의 업적을 기리고 널리 그 사상을 계승하려는 노력은 계속된다.

 

 

자전거는 삼성산을 오른다. 대왕산, 백자산, 선의산과 이어지는 삼성산(三聖山)은 삼성현에서 유래한 어머니와 같은 산이다. 누구나 쉽사리 접근이 가능하고 우악스럽지 않다. 포근하다. 한 여름이면 산길 내내 시원한 바람과 짙은 숲 그늘을 제공한다. 겨울녘, 눈이라도 오는날에는 바람 한점없는 은백색의 파노라마를 제공한다. 등산, 트레킹, 자전거 그 무엇이나 넉넉하게 받아준다.

 

삼성산은 경산의 보배다. 여기서 그다지 멀지 않은곳에 또 다른 핫플 반곡지가 있다. 두말할 필요도 없는 사진과 낭만의 명소다. 물빛위로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반사되는 경치는 언제나 감탄이다. 봄이면 반곡지를 따라서 복숭아 꽃, 도화(挑花)가 한창이다.

 

 

'선명한 분홍빛'의 도화는 사주풀이에서 이성을 유혹하고 마침내 파멸에 이르게 하는 액운으로 치부된다. 반곡지의 정취와 둘러싼 도화의 아름다움은 그만큼 치명적인지도 모른다. 삼성현 공원, 삼성산, 반곡지를 크게 한바퀴 도는 약40Km의 라이딩은 경산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제 자전거는 도화의 바람을 타고서 어디로 내달릴지 모르겠다.

 

글·사진 김동영 여행스케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