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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안용모 신비의 북극을 가다] 노르웨이 여행친구의 고향 '바두포스'

'개썰매 우승' 베테랑 6마리…끝없는 설원 '폭풍 질주'

 

◆ 친구의 환대로 북극행 대기한 바두포스

 

트롬쇠를 출발한 버스에서 내리자 기다리고 있던 노르웨이 친구 헤게 리안(Hege Lian)과 1년 만에 반가운 포옹을 했다. 눈과 어둠이 내리는 길을 스노우모빌을 타고 산속의 별장으로 향했다. 스노우모빌을 타고 가면 자동차론 들어갈 수 없는 눈으로 쌓인 숲 사이사이를 갈 수 있다.

 

언덕과 숲속으로 질주하는 거라 긴장했는데, 의외로 재미있는 신바람이 추위마저 잊게 했다. 북극의 관문에서도 발이 묶인 여행자는 인근에 사는 친구에게 연락을 했었다. 노르웨이 여행친구의 흔쾌한 승낙으로 갑자기 찾아간 야생과 아름다운 자연으로 둘러싸인 바두포스(Bardufoss)는 트롬쇠 남쪽 50km에 위치한 인구 2,500여명의 마을이다.

 

바두포스는 한마디로 연중8개월은 눈으로 덮여 있단다. 자작나무와 스코틀랜드 소나무 등 숲으로 이루어진 마을은 다소 대륙기후로 해안지역에 비해 추운겨울로 눈이 무척 많이 내린다. 다운타운에는 예쁜 호텔과 마트는 물론 박물관, 공원, 교회, 문화 및 영화시설, 공공도서관 및 유치원과 중등학교, 스포츠경기장, 하이킹 트레일 까지 비교적 풍요로운 마을이다.

 

 

별장에 도착하자 눈 덮인 설원에 별장 한 채가 절반은 눈에 묻힌 채 노르웨이 국기를 펄럭이며 기다리고 있다. 이곳은 환경을 위해 자체 지하수 개발이 안 되고, 어디든지 모든 물이 음용수가 되기에 스노우모빌을 타고 물을 찾아 갔다. 2m가 훨씬 넘어 보이는 깊이의 얼어붙은 물길을 찾아 물을 길러 왔다. 이 물로 요리, 청소, 샤워 등 모든 물을 사용하고 있다.

 

난생 처음 보는 대구생선 혓바닥 요리를 함께 했다. 남자는 요리를 담당하고 여자는 앉아서 커피를 즐기는 우리와는 다소 반대의 문화가 여행자를 놀라게 했다. 우리나라도 요즘은 많이 달라졌지만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뭐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한때 있었다니 모두들 파안대소하며 남자는 다음에 다시 태어나면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고 싶다고 한다. 와인과 곁들인 대구 혓바닥 요리가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다.

 

밤이 깊어가자 야외의 눈 위에 캠프파이어를 하면서 와인과 따뜻한 뱅쇼를 즐기며, 오로라를 보는 꿈같은 건배를 했다. 쏟아질 듯 많은 별들 아래에서 국경을 넘나드는 여행이야기로 잠시 북극 탐험의 일정에 대한 긴장감을 내려놓고 환상적인 밤을 맞이했다. 밤새 영어와 한국어, 노르웨이어로 별과 오로라와 친구와 추억을 이야기했다. 자연, 야생동물, 노르웨이 사미족의 사미문화 및 현지음식에 대한 열정적인 토론으로 새로운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별장에서 노르웨이의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체험하기도 했다.

 

 

◆ 스키와 개썰매로 질주하는 눈부신 설원

 

이곳에서 즐길거리 1위는 당연 스키다. 다음날 별장 앞 설원에서 친구와 함께한 크로스컨트리 스키의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바두포스에서만 할 수 있는 이색 활동이 있다면 바로 북극권 지방의 전통스키와 개썰매다. 눈이 쌓여있는 기간이 긴 지역특성상 이 지방에서는 자전거나 오토바이대신 스키를 타고 다니는 겨울문화가 있단다.

 

끝이 보이지 않는 설원은 내가 꿈에서 그리던 환상의 무대였다. 바두포스의 겨울과 눈 그리고 스키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며, 앞에서 때로는 뒤에서 달리며 친구가 안내했다. 겨울에는 모두가 스키를 타고 이곳저곳을 다니는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겨울일상이라고 한다. 능숙한 친구와 함께 스키를 타면서 바라본 이국적인 자연은 그 어디에도 견줄 수 없는 장관이었다.

 

다음날 개썰매를 타러 나갔다. 아름다운 눈꽃 터널을 지나 캠프가 가까워오자 들려오는 컹컹 개짓는 소리. 캠프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던 100여 마리의 썰매 개들이 여행자를 반기기라도 하는 듯 일제히 짖어대기 시작했다. 개썰매 사파리는 시베리안 허스키 여섯 마리가 끄는 썰매를 타고 설원을 달리는 프로그램으로 여행자가 직접 드라이버로 나서 썰매를 운전한다.

 

 

개들은 생각보다 작아 보였지만 이곳에는 노르웨이 개썰매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베테랑 중에서도 베테랑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주변을 가득 매운 시베리안허스키들은 엄청난 질주 본능을 자랑한다. 브레이크를 당기기 전까지는 절대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멈추면 빨리 출발하라고 노려보는 느낌마저 들었다.

 

나무에 묶어 놓은 견인줄을 푼 후 눈 위에 깊숙이 박아 놓은 앵커를 뽑아내자 썰매는 빠른 속도로 튕겨나갔다. 미끄러지듯 설원을 질주하는 썰매. 시속15~20㎞로 달리지만 체감속도는 무척 빠르다. 눈 덮인 숲속 나무 사이를 달릴 때는 손잡이를 잡은 두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간다. 두 사람을 태운 썰매는 무게만 해도 150㎏ 가까이 나가지만 오르막길에도 속도가 전혀 줄지 않는다. 자작나무로 만들어진 썰매 날과 몸통은 나무 특유의 탄성 덕분에 울퉁불퉁한 노면의 굴곡과 충격을 흡수한다.

 

10여분 정도가 지나자 썰매 몰기에 익숙해졌다. 앞 썰매와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한 시간 동안 숲을 오르내리기를 반복하자 사방으로 시야가 확 트인 평지가 나타났다.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뒤덮인 설원, 그 위로 펼쳐지는 푸르고 파란하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기분은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았다.

 

 

◆ 북극행 길에 용기 준 노르웨이 친구의 응원

 

여행지에서 만나 오래 소통한 친구 헤게 리안이 경영하는 회사 리안 개러밴(Lian Caraban Company)은 노르웨이에서도 손꼽히는 이곳 바두포스 최고의 기업이다. 이회사의 CEO라는 것을 말하지 않았던 친구는 떠나는 날 여행자를 회사로 안내해서야 알게 되었다.

 

회사에 가서 브리핑을 듣고 캐러밴 전시장에서 여행자를 위한 환영행사로 이곳에서 유명한 가수의 축가를 준비해서 감격했다. 갑작스런 환영에 여행자는 아리랑으로 답가를 불러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동안은 물론 3일이나 같이 있으면서도 이야기 하지 않았던 회사의 규모에 놀랐다.

 

 

 

1982년에 창업 이래 회사는 크게 성장하고, 최신 캐러밴을 개발하여 캠핑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가만도 35명이나 된단다. 탄탄한 경제력으로 고품질의 캐러밴 및 캠핑카 브랜드의 대리점을 갖춘 노르웨이 최대의 캐러밴 중 하나다. 이 회사는 스포츠 활동 후원자로 스포츠 팀을 지원하여 국가대표팀 스폰서십으로 올림픽 챔피언을 배출하는 큰 자부심도 있었다.

 

마지막 날 밤 친구는 캠프파이어를 하며 와인이 오른 여행자에게 북극행 쇄빙선 예약표를 건네주었다. 트롬쇠에서 겨울시즌에 북극을 가려면 바늘구멍보다 좁은 극지방 전문 탐사 팀에 합류해야 하고, 그 심사도 까다롭단다. 지금은 혹한과 폭설로 전문탐사대도 출발을 못하고 있으니 6개월 후 여름시즌에 북극의 전진기지 스발바르(Svalbard)제도의 롱이어비엔(Longyearbyen)에서 쇄빙선을 타라고 한다.

 

그곳은 전체 영토의 90%가 빙하로 덮여 있고, 한 겨울에는 영하 40도 아래까지 내려가는 극지의 환경이란다. 한때는 북극동물들에게만 허락된 땅이었지만, 1890년대 석탄광산이 발견되며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단다. 지구 최북단의 인간 거주지로 스발바르제도의 롱이어비엔 마을은 북극점과 연결되어 북극점까지 가는 이들에게 베이스캠프 역할을 한단다.

 

안용모 대구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 · 전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

ymahn110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