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에서 잇따른 하굣길 미성년자 유인 미수 사건으로 학부모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경남에서도 지난 5년간 64건의 미성년자 약취·유인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오후 2시 30분, 창원시 성산구 용호동의 한 초등학교 앞. 교문 인근은 자녀를 기다리는 학부모들로 붐볐다. 학교 담벼락을 따라 길게 늘어선 차량들 사이로 부모들이 분주히 아이들을 맞이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이곳에서 만난 학부모 조모(49)씨는 “지난달까지는 아이를 혼자 학교에 보냈는데, 요즘 유괴 미수와 관련한 보도를 보고 걱정이 많이 된다”며 “아이가 아직 휴대전화도 없어 잠시만 연락이 안 돼도 불안한 마음이 들어 등하교 시간에 맞춰서 데리러 온다”고 전했다. 이달 들어 서울, 제주, 대구, 울산 등 전국 곳곳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 “드라이브를 가자”는 등 수법으로 아동을 유인하려 한 사건이 잇따라 보도되면서 경남 학부모들의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경남에서 발생한 미성년자 약취·유인 사건은 총 64건이다. 연도별로는 2020년 9건, 2021년 5건, 2022년 15건(미수 3건 포함), 2023년 13건(미수
“저희가 겪었던 일을 미국인들이 겪었다면 미국은 핵을 떨어뜨렸을 겁니다.” 32살의 남성 A씨는 지난 12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80여 명의 인원을 한방에 수용하면서도 공기정화시설도 제대로 없는 교도소 탓에 기관지가 안좋아졌지만, 그런대로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그는 덤덤하게 말했고, 건장한 젊은 남성답게 씩씩했으나 그는 그가 겪은 일을 ‘핵폭탄을 떨어뜨릴 일’이라고 표현할 만큼 가슴엔 큰 상처를 입었다. A씨는 지난 겨울 미국 조지아주 소재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 투입됐다. 역할은 배관시공.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하청업체의 재하청 업체 소속으로 돼 있다. 비자는 이스타비자(관광비자)였다. 그의 비자 만료일은 3월11일이어서 2월 말 출국하겠다고 회사에 통보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후 미국으로 올 교대인력 12명이 못들어왔다. 회사는 추가보상을 제시했고, 이를 받아들인 것이 이번 사태를 겪은 발단이었다. A씨와 같은 한국인들은 구금돼 있는 동안 아무 정보 없이 미국 당국이 오라하면 오고, 가라하면 가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에서 용변도 자유롭지 않은 비인간적인 처우까지 겪어야 했다. 그는 “미국이 매뉴얼의 나라
이재명 정부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을 핵심으로 하는 개헌과 함께 향후 5년간 추진할 123대 국정과제를 16일 확정했다. 광주·전남에서는 개헌 과정에 5·18 정신 수록과 5극·3특 추진, 인공지능(AI)·에너지 전환 투자 등이 포함되면서 지역 정체성과 성장 동력이 함께 강화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역 특화산업의 AI 전환과 호남권 전력망 보강, 역사관광 활성화가 맞물릴 경우 체감 효과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관련기사 3면>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비전 아래 5대 국정목표와 23개 추진전략, 123개 과제로 구성된 국정과제 관리계획을 의결했다. 국정과제 체계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국가비전으로 삼아 국민이 하나되는 정치, 혁신경제, 균형성장, 기본이 튼튼한 사회, 국익 중심 외교안보 등 5대 목표와 23대 추진전략, 123개 과제로 구성됐다. 5대 국정목표는 ▲국민이 하나되는 정치 ▲세계를 이끄는 혁신경제 ▲모두가 잘사는 균형성장 ▲기본이 튼튼한 사회 ▲국익 중심의 외교안보 등으로 구성됐다. 이 중 ‘세계를 이끄는 혁신경제’ 분야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취임 '105일'만에 정부세종청사에서 첫 국무회의를 펼쳤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제42회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세종 회의는 처음인데, 빨리 대통령 제2 집무실 지어 가지고 세종으로 옮겨야 될 것 같다"며 "너무 여유 있고 좋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종집무실과 세종의사당 건립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집무실 건립 조기 추진'은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담긴 내용이다. 이 대통령이 행정수도 완성의 핵심 과제에 대한 속도감 있는 추진을 재천명하면서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내년도 예산안에 대통령 세종집무실 240억 원, 국회 세종의사당 설계비 및 부지 매입비 1196억 원을 담은 상태다. 이 대통령은 행정수도 완성을 통해 지역균형발전 꾀하겠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는 지역균형발전의 상징 같은 곳"이라며 "행정수도 세종의 완성은 균형발전에 주춧돌을 놓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허허벌판이었던 세종을 오늘날의 모습으로 키워낸 우리의 성과 그리고 이를 위해서 애쓴 여러 공직자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며
개헌 등 이재명 정부가 5년간 중점 추진할 국정과제 123건이 16일 확정돼 새 정부 운영의 밑그림이 완성됐다. 4년 연임 개헌, 권력 기관 개편 등 정치·사회는 물론 남북관계, 외교, 국방, 경제발전, 균형발전 등 분야별 계획안들이 포함됐다. 개헌안의 경우 논의 진행 경과에 따라 이르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찬반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혀 정치권이 조만간 '개헌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이날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지난달 13일 국정기획위원회가 제안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과 그 안에 포함된 123대 국정 과제를 확정했다. 이날 확정된 국정과제에서 첫 번째는 정치 분야 과제인 헌법 개정이 채택됐다. 여기에는 대통령 4년 연임제 및 결선투표제 도입 등 권력 구조 개편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구상이 명시됐다. 개헌 로드맵으로는 국회의 개헌안 마련, 정부 의견 제출 등 과정을 거쳐 2026년 지방선거 또는 2028년 국회의원 선거와 동시에 찬반 투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개헌 논의가 빠르게 진행될 경우 당장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개헌 블랙홀'에 빨려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4년 연임제 등 권
빚을 제때 갚지 못해 ‘부실’ 평가를 받는 지방 건설사가 3년 새 2배 이상 폭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에서 손꼽히던 여러 중견 건설사들도 잇따라 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지역 건설업 규모가 크게 쪼그라들었는데, 악순환이 거듭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부산일보〉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공 받아 분석한 ‘2022~2025년 신용평가 및 상시 모니터링’ 자료에 따르면 올해 HUG의 전체 보증거래업체 2740곳 가운데 397곳이 ‘주의’ 또는 ‘경보’를 받아 부실 단계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찰’까지 더한다면 역대 처음으로 전국의 부실 위험 업체가 1000곳을 넘게 된다. 특히 주의 또는 경보를 받은 지방 건설사는 247곳으로 수도권(150곳)에 비해 100곳 가까이 많았다. 2022년만 해도 지방의 부실 건설사는 114곳에 불과했는데 3년 만에 그 숫자가 116% 이상 폭증했다. 지난해 220곳을 기록하며 수치가 확 뛰더니 올해도 부실 업체가 늘어났다. HUG 상시 모니터링은 통상적인 신용등급평가만으로는 놓칠 수 있는 리스크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다. 정상→관찰→주의→경보 순으로 부실 위험도가 높아진다. 내부 정보(보증·사업장 정보)와
올 11월 착공이 예정됐던 새만금국제공항이 법원의 판결로 발목이 잡히면서 전북 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들의 현안 해결능력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이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오히려 현안이 후퇴한 사업들에 대해서도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다. 정치권이 그동안 보도자료와 기자회견을 통해 희망이 있다고 말한 주요 숙원 사업 중 제대로 되는 일을 찾아보기 어려운데, 실제 적지 않은 도민들은 이번 패소 사태로 반성 없이 자신의 능력만 과신하는 ‘자화자찬 정치’에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16일 전북일보가 국제공항을 비롯한 도내 핵심 사업의 추진현황을 분석한 결과 제대로 결실을 이룬 사업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새만금 사업은 그 자체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1991년 노태우 정부 때 시작한 사업의 매입률은 49.2%(2025년 6월 기준)로 아직 절반조차 진행되지 못했다. 새만금은 25년 후에 사업이 완성될 예정이다. 그러나 전면 해수유통 추진 등 여러 환경적 시시비비로 제때 공사가 추진될 확률은 극히 낮을 전망이다. 실제 비슷한 시기인 1990년도에 간척을 시작한 중국 상하이 푸동(浦東)지구, 인천 송도,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가 어떻게 변화
멸종위기종 1급 검독수리 번식 둥지가 우리나라에서 77년 만에 한라산에서 확인됐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한라산 북쪽 지대 약 90m 높이의 절벽 하단에서 지름 2m, 높이 1.5m 규모의 검독수리 둥지를 발견했다고 16일 밝혔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지난 4월부터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지회와 합동으로 한라산에서 검독수리 서식지 조사에 나서, 5월 둥지 안에 있는 검독수리 암수 한 쌍과 새끼 1마리가 서식하는 모습을 200m 거리에서 망원카메라로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지난해 7월 제주대학교 야생동물구조센터 직원이 한라산 Y계곡 입구에서 어린 검독수리 1마리를 구조함에 따라 주민 목격담을 토대로 검독수리 서식지 조사를 벌였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 따르면 둥지는 마른 나뭇가지를 쌓아올려 만들어졌고 안쪽에 마른 풀잎과 푸른 솔가지가 깔려있었다. 사진 분석 결과 암수 개체 모두 6년 이상의 어른 새로 추정됐고 새끼 성별은 확인되지 않았다. 한반도 이남에서 검독수리 번식 둥지를 비롯해 번식 쌍과 새끼가 함께 발견된 것은 미국 육군장교에 의해 1948년 4월 경기도 예봉산 절벽에서 어른 새와 둥지가 발견된 이후 처음이다. 수리목 수리과에 속하
MZ세대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 중인 건강한 아침 문화가 전주에 상륙했다. 커피와 러닝, 음악을 결합한 새로운 트렌드 ‘커피 레이브’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미 자리를 잡은 이 문화는 밤의 클럽 문화를 대신해 아침에 건강하고 활기차게 즐길 수 있는 음악 축제로, 청년들의 새로운 일상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오는 21일 전주시 완산구 피덴스커피에서 ‘피덴스 커피 레이브(FIDENS COFFEE RAVE)’가 열린다. 행사는 아침 러닝으로 몸을 깨운 뒤 카페에 모여 DJ의 음악과 함께 커피를 즐기는 신개념 모닝 이벤트다. 현장에는 DJ 캐시트레이(CASHTRAY)가 참여해 135BPM의 비트로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135BPM은 운동 시 최적의 심박수와 맞닿아 있어, 음악과 러닝의 리듬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기획됐다. 홍규택 피덴스커피 대표는 “처음엔 러닝의 장점을 알리고 싶어 음료 할인 이벤트만 진행했지만,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기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커피 레이브로 확장하게 됐다”고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단순한 마케팅에서 출발했지만, 그의 고민도 담겨 있다. 그는 “쉼 없이 일하며 몇 년을 달려오며, 더 행복하게 일할 방법을 고민하다 시작했다”며 “작은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17일 영화의 바다로 출항한다. 오는 26일까지 열흘간 해운대 영화의전당과 남포동 일대를 비롯한 부산 전역은 축제의 무대로 변한다. 올해는 영화제 30주년을 맞아 첫 경쟁 부문 도입과 아시아영화 100 특별 기획, 다채로운 게스트 초청으로 더욱 풍성한 축제를 예고한다. ■BIFF에서만 만나는 특별한 영화 올해 주목할 만한 특별전은 ‘아시아영화 100’이다. 특별전은 ‘아시아영화의 결정적 순간들’을 주제로 지난 30년간 아시아 영화사를 빛낸 작품들을 상영한다. 자파르 파나히의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 지아장커의 ‘스틸 라이프’, 차이밍량의 ‘안녕, 용문객잔’, 두기봉의 ‘흑사회’, 왕빙의 ‘철서구’가 초청됐다. 일본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드라이브 마이 카’로, 한국에서는 이창동의 ‘버닝’, 박찬욱의 ‘올드보이’가 함께한다. 상영 후 감독과 배우가 직접 관객과 만나 창작 과정과 작품의 의미를 공유한다. 올해 처음으로 경쟁 부문 ‘부산 어워드’를 신설한 점도 눈에 띈다. 장률의 ‘루오무의 황혼’, 비간의 ‘광야시대’, 미야케 쇼의 ‘여행과 나날’ 등 14편이 후보에 올랐다. 이 가운데 10편은 월드 프리미어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