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고질적인 서부산권 교통난 해소를 목적으로 추진해 온 대저·장낙·엄궁대교 건설이 또다시 국가유산청 승인을 받지 못했다. 개별적으로 추진되던 3개 대교 건설은 국가유산청이 이른바 '통합 심의'를 통해 종합적으로 분석(부산일보 5월 10일 자 10면 등 보도)하겠다고 막아섰고, 결국 퇴짜를 놓으면서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다. 지역 주민과 기업들은 오랜 이동 불편 해소는커녕 막대한 교통·물류비용을 감내하게 됐다며 원성을 쏟아내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달 26일 ‘제2차 자연유산위원회’를 열어 부산시가 신청한 장낙·대저·엄궁대교 건설 사업 문화재보호구역 현상 변경 신청안을 보류했다고 8일 밝혔다. 출석 심의위원 12명 중 조건부 가결은 1명, 부결은 2명, 보류 의견은 9명이었다. 국가유산청은 3개 대교 건설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잇따른 교량 건설이 철새 서식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자연유산 보존과 경관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류 이유를 설명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추가 자료를 제출하면 심의가 다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국가유산청은 환경단체 반발 등으로 추진 어려움에 봉착하자 3개 대교 건설 관련 종합적인
부산 해운대구의 한 도로를 건너던 60대 여성이 SUV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24일 부산 해운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30분께 해운대구 우동 도시철도 2호선 동백역에서 수영만 요트경기장으로 향하는 이면도로에서 30대 A 씨가 몰던 SUV가 도로를 건너던 60대 B 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B 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목숨을 잃었다. 사고가 난 구간은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시속 30km 이하로 달려야 하는 곳이다. 사고 당시 A 씨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주변 CCTV 확인 등을 통해 과속 여부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두꺼운 장갑과 방한 신발, 넥워머(겨울 목토시)로 중무장했지만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은 천과 천 사이의 틈을 파고들어 온다. 부산 북구 만덕동에서 비탈길을 쓸고 쓰레기를 모아 수거하는 그는 두꺼운 방한복과 추위에 굳은 몸 때문인지 평소보다 청소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잠바 주머니에 든 핫팩은 강추위에 이미 식어 버렸지만, 희미하게 남아 있는 작은 열기도 그에겐 소중하다. 25일 오전 10시께 거리에서 만난 환경미화원 공 모(47) 씨는 이날 오전 6시부터 거리에서 쓰레기를 치웠다. 이미 몸은 얼음장이었고, 넥워머 안쪽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혔다. 공 씨는 “찬 바람을 맞으면서도 계속 움직이다 보니, 얼굴 주변에 얼음 같은 서리가 계속 생긴다”며 “10년 가까이 환경미화원으로 일했지만 이런 강추위는 처음이다”고 말했다. 이렇게 추운 날이면 쉬엄쉬엄 일해도 되지 않냐는 질문에 공 씨는 “춥다고 쉬면 거리가 더 지저분해질 것이다”라며 “가정이 있으니 성실하게 일해야 되지 않겠냐”고 답했다. 24일 오후부터 기록적인 한파가 거리를 덮쳐 시민들의 몸과 마음을 움츠리게 했다. 특히 거리의 노동자들은 극한의 상황에 내몰리기도 했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 등으로 허덕이는
부산지역 기초지자체들이 설을 앞두고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시작했다. 전국의 기부자들을 유치하고자 이색적인 답례품을 내세우고 있는 건데, 마땅한 특산물이 없는 구·군은 ‘기부 격차’가 벌어질까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때문에 부산시 차원에서 부산을 대표하는 특산물 등을 선정해 타 시·도에 비해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부산지역 16개 구·군과 부산시 등에 따르면 14개 기초지자체와 부산시가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선정을 완료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진구와 서구만 아직 품목 선정을 하지 못한 상황이고, 중구와 동구는 각각 한 상품만 등록돼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을 살리고 열악한 지방재정 확충을 유도하기 위해 올해부터 시행됐다. 기부자는 현재 주민등록 주소지 외 다른 지자체에 기부금을 내면 세액 공제 혜택과 기부액의 30% 범위 내로 마음에 드는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1인당 연간 최대 500만 원까지 기부할 수 있고 10만 원까지 전액 세액공제된다. 10만 원의 초과분은 16.5%의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지자체는 이렇게 모인 기부금을 주민 복리 증진 등의 용도로 사용한다. 매년 예산 부
지난 23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장애인 참배움터’. 거동이 불편해 전동 휠체어를 타고 온 이들부터 지적 장애인까지 학생들로 강의실은 북적북적했다. 밖에는 매서운 칼바람이 불었지만 학생들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참배움터에 다니는 성인 장애인 학생 60여 명 중 절반이 자리를 채웠다. 이날은 부산 유일 성인 야학인 장애인 참배움터 종강식이 있던 날이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뜻 깊은 날이지만, 이중설 교장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이 교장은 “날이 이렇게 추운데 종강식에 많은 학생들이 참석해 뿌듯하다”면서도 “해를 거듭할수록 재정 문제가 심각해져 다음 학기 운영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부산 유일 장애인 야학인 ‘장애인 참배움터’의 교실 불이 꺼질 위기에 놓였다. 정부에서 나오는 보조금은 부족하고, 치솟은 물가와 경기 침체로 경영난은 악화됐다. 그나마 위안이 됐던 후원도 끊길 위기다. 참배움터는 학령기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성인 장애인들에게 한 줄기의 등대 불빛과 같은 곳이다. 학령기에 교육을 받지 못한 뇌병변장애인, 지체장애인 등 성인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검정고시나 창업 교육 등 생애주기에 따른 모든 교육을 한다. 보건
‘이태원 참사’ 이후 첫 주말을 맞은 5일 부산 도심에서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참사 부실 대응 논란을 빚는 정부를 규탄하는 촛불 집회가 열렸다. 이날은 국가애도기간 마지막 날이기도 하다. 부산을 바꾸는 시민의힘 민들레, 부산경남주권연대 등 부산 지역 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부산촛불행동’은 5일 오후 5시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 옆 하트 조형물 앞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 집회를 열었다. 이날 촛불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0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대학생부터 직장인, 자영업자, 아이의 손을 잡고 온 부모 등 많은 시민이 참여했다. 이들은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한편, 부실 대응이 드러난 정부에 책임을 강하게 물으며 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날 집회는 오후 5시부터 참사 희생자를 위한 묵념을 시작으로 시민 발언, 추모 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이어 참가자들은 촛불을 들고 하트조형물~롯데백화점~서면교차로~NC백화점~하트조형물 코스로 행진하며 오후 7시 10분 집회를 마무리했다. 촛불 집회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집회 참여자들은 대부분 어두운 계열 색상의 옷을 입고 집회에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두
2일 오전 10시 20분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 장례식장.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숨진 두 청년 희생자의 발인이 엄수됐다. 빈소에는 비통함이 가득했고 그 어떤 말도 들리지 않았다. 울음소리와 한숨만 장례식장 복도를 가득 채웠다. 유족들은 소중한 가족을 잃은 슬픔을 형언조차 할 수 없었다. 단지 목놓아 울 뿐이었다. 그렇게 유족들은 희생자들을 눈물로 배웅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20대 여성 A 씨는 부산에서 간호사로 일하다 올해 초 서울의 한 병원에 취업했다. 그는 사고 당일 회사 동료 5명과 이태원을 찾았고, 이 중 1명과 함께 잠시 편의점에 들르기 위해 무리에서 이탈한 사이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희생자인 30대 여성 B 씨는 컴퓨터 디자이너로 일하며 서울에 거주했다. 참사 당일 동생과 함께 이태원에 갔다가 참변을 당했다. 당시 한 시민이 동생을 극적으로 구해 동생은 현장을 탈출할 수 있었지만, B 씨는 세상을 떠났다. 오전 10시 30분 두 희생자의 운구 행렬이 영락공원 화장장으로 향했다. 영정사진을 든 유족이 앞장섰고, 나머지 유족은 모두 슬픔에 잠긴 채 고개조차 제대로 들지 못했다. 빈소에서 화장장으로 가는 거리는 1
지난해 6월 붕괴 사고가 난 부산 서구 암남동 절개지가 사고 1년이 넘도록 복구 공사 등 안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수도권 등지에서 기록적 폭우로 침수 피해가 잇따르면서 서구 암남동 등 붕괴 우려가 있는 부산 급경사지 곳곳에 대한 신속한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부산 서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붕괴 사고가 벌어진 서구 암남동 급경사지에 대한 복구 공사는 현재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해당 지역은 지난해 6월 대규모 붕괴 사고가 벌어졌다. 당시 약 50m 높이에서 흙과 돌이 떨어져 인도와 도로를 덮쳤다. 붕괴된 면적만 1700㎡ 안팎에 달했다. 다행히 인근을 지나다니던 사람이 없어 인명 피해는 피했지만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특히 당시 붕괴 사고는 ‘예고된 재난’으로 드러났다. 2012년부터 사고 현장에서는 낙석 사고가 4차례나 발생했고 2019년에는 안전위험등급 D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땅 소유자와 구청 간 갈등 등으로 안전 조치가 미뤄지면서 끝내 붕괴 사고로 이어졌다. 해당 지역은 사고 이후에도 관할 지자체에서 복구 공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날 낮 12시께 찾은 서구 암남동 사고 현장에는 낙석을
코로나19 장기화의 여파를 직격으로 맞았던 부산지역 해수욕장들이 올여름 전국에서 몰려든 피서객들로 모처럼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 방문객이 배가량 늘었는데 해수욕장 주변 상인들도 밀려드는 손님을 맞느라 모처럼 ‘장사할 맛 난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런 모습은 그간 야외 활동을 억눌렀던 이들이 ‘보복 여행’의 목적지로 비용이 많이 들고 준비가 복잡한 해외여행 대신 부산 바닷가를 찾으면서 나타난 결과다. 2일 오후 1시께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은 전국에서 모인 피서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비가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하면서 덥고 습한 날씨였지만 이들에겐 별문제가 되지 않는 듯했다. 해수욕장 일대 주차장마다 차례를 기다리는 차가 길게 늘어섰고 이를 정리하는 관리 요원들도 연신 호루라기를 불어 댔다. 바다가 보이는 ‘오션뷰’ 카페는 이미 손님들이 들어차 번호표를 받고 대기하거나 발길을 돌리는 이도 많았다. 해운대해수욕장뿐 아니라 부산 해수욕장 대부분에서 비슷한 풍경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실제 부산 대표 해수욕장인 해운대해수욕장과 광안리해수욕장 올여름 방문객은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 이날 부산 각 구청에 따르면 해운대해수욕장의 지난달 방문객은 285만 9
부산 송도해수욕장이 있는 서구 암남동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서종담(67) 씨는 최근 〈부산일보〉 취재진을 만나자마자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침 TV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다시 증가한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그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지난 3년간 겪은 매출 부진을 ‘악몽’으로 기억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걱정부터 앞선다는 것이다. 여름 피서철인 7월 말과 8월 초에 코로나 재유행 바람이 불어닥치면서 부산의 해수욕장 상인들은 다시 손님 발길이 끊길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로 피서객이 몰려들면서 모처럼 여름 특수를 기대하던 상황이었지만 며칠 사이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겨우 회복세로 돌아선 가게 매출이 다시 꺾일까 봐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해운대 방문객 지난해보다 갑절 ‘보복 여행’ 바람에 모처럼 대목 확진자 급증 소식에 악몽 떠올려 어렵게 회복된 매출 타격 우려 체온 측정기 다시 들일까 고민도 전문가 “세부적 방역 지침 필요” 서 씨는 “지난주만 해도 가게에 손님이 꽉 차곤 해서 이번 여름 장사에 기대가 있었다”면서 “송도해수욕장은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