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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부산 유일 장애인 야학, 교실 불 꺼질 판

진구 장애인참배움터 23일 종강식
성취감보다 폐교 위기감에 불안
7년 동결 교육청 지원으론 한계
직원 무급 봉사로도 감당 안 돼
지역기업 후원까지 곧 끊길 위기

 

지난 23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장애인 참배움터’. 거동이 불편해 전동 휠체어를 타고 온 이들부터 지적 장애인까지 학생들로 강의실은 북적북적했다. 밖에는 매서운 칼바람이 불었지만 학생들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참배움터에 다니는 성인 장애인 학생 60여 명 중 절반이 자리를 채웠다. 이날은 부산 유일 성인 야학인 장애인 참배움터 종강식이 있던 날이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뜻 깊은 날이지만, 이중설 교장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이 교장은 “날이 이렇게 추운데 종강식에 많은 학생들이 참석해 뿌듯하다”면서도 “해를 거듭할수록 재정 문제가 심각해져 다음 학기 운영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부산 유일 장애인 야학인 ‘장애인 참배움터’의 교실 불이 꺼질 위기에 놓였다. 정부에서 나오는 보조금은 부족하고, 치솟은 물가와 경기 침체로 경영난은 악화됐다. 그나마 위안이 됐던 후원도 끊길 위기다.

 

참배움터는 학령기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성인 장애인들에게 한 줄기의 등대 불빛과 같은 곳이다. 학령기에 교육을 받지 못한 뇌병변장애인, 지체장애인 등 성인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검정고시나 창업 교육 등 생애주기에 따른 모든 교육을 한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55.7%가 중졸 이하의 학력을 갖고 있다. 3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부산지역의 유일한 야학인 참배움터가 부산에 거주하는 성인 장애인 교육을 도맡아 하는 셈이다.

 

야학에서 배운 다양한 활동과 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삶의 여백을 다시 써 내려간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교육 이상으로 권리와 자립에 대해 배우고 체감한다. 참배움터에 다니는 정동열(50) 씨는 뇌병변장애인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다. 야학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학업을 재개했고 열정적으로 공부하며 검정고시까지 합격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창업 수업까지 꾸준히 들으면서 몇 년 전 온라인 사업도 시작했다. 정 씨는 “참배움터는 학업뿐만 아니라 경제 활동을 할 수 있게 도와줬고 스스로 일상을 다시 만들 수 있도록 의지를 심어 줬다”고 말했다.

 

참배움터는 정 씨와 같은 성인 장애인이 학업 의지를 불태우고 자립 기반을 세울 수 있는 부산 유일 교육기관이지만 줄곧 경영난으로 허덕였다. 특히 올해는 개교 이래 최대 위기다. 치솟은 물가로 주름은 깊어졌다. 수업에 필요한 재료비와 인건비, 월세는 계속 올라 지출은 늘어나는데, 시교육청에서 지원받는 한 해 보조금은 2016년부터 받아 온 5000만 원이 전부다. 설상가상으로 10년 동안 이어져 오던 1000만 원 상당의 지역 기업 후원도 언제 끊길지 모르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허리띠를 졸라매기 위해 2년 전 100평이 넘는 사무실에서 30평 조금 넘는 부산진구 전포동 현재 건물로 자리를 옮겼다. 직원 6명 중 2명은 자원봉사 형태로 무급으로 일하고 있다.

 

중증 성인 장애인을 위한 특수 형태의 교육기관이다 보니 오히려 지자체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학교 형태의 장애인평생교육시설’로 등록되면 단순 기관 운영비 명목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참배움터는 시민사회단체 부설 평생교육시설로 등록돼 있어 운영비 보조금을 지원받지 못한다. 성인 중증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다 보니 학교 재정이나 공간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어 장애인평생교육시설의 시설·설비 기준 조건을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부산시 장애인복지과 관계자는 “참배움터는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화장실 크기 등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설비 기준 조건이 안 맞는 부분이 있어 시민사회단체 부설 평생교육시설 비영리 민간단체로 등록됐다”고 말했다.

 

참배움터 유재윤 사무국장은 “장애인 권리 확장을 위해 피켓을 들고 현장에 나가는 것도 중요한 투쟁의 방법이지만 성인 장애인들에게 교육을 제공하고 이들의 자립을 돕는 일도 중요한 운동이라고 생각한다”며 “참배움터는 단순히 성인 장애인들을 시혜적으로 지원하는 단체가 아닌 교육단체로, 이들이 사회 활동을 할 수 있게 돕는다. 야학 운영이 매우 어려운 상황인데 예산 걱정할 필요 없이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