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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하늘에선 편안히 숨 쉬길”… 부산 연고 희생자 2명 발인

비통함 가득한 마지막 길

금정구 영락공원서 발인 엄수
화장장 앞 떠나지 못한 유족들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오열
영정사진 앞 한동안 자리 지켜

 

2일 오전 10시 20분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 장례식장.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숨진 두 청년 희생자의 발인이 엄수됐다. 빈소에는 비통함이 가득했고 그 어떤 말도 들리지 않았다. 울음소리와 한숨만 장례식장 복도를 가득 채웠다. 유족들은 소중한 가족을 잃은 슬픔을 형언조차 할 수 없었다. 단지 목놓아 울 뿐이었다. 그렇게 유족들은 희생자들을 눈물로 배웅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20대 여성 A 씨는 부산에서 간호사로 일하다 올해 초 서울의 한 병원에 취업했다. 그는 사고 당일 회사 동료 5명과 이태원을 찾았고, 이 중 1명과 함께 잠시 편의점에 들르기 위해 무리에서 이탈한 사이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희생자인 30대 여성 B 씨는 컴퓨터 디자이너로 일하며 서울에 거주했다. 참사 당일 동생과 함께 이태원에 갔다가 참변을 당했다. 당시 한 시민이 동생을 극적으로 구해 동생은 현장을 탈출할 수 있었지만, B 씨는 세상을 떠났다.

 

오전 10시 30분 두 희생자의 운구 행렬이 영락공원 화장장으로 향했다. 영정사진을 든 유족이 앞장섰고, 나머지 유족은 모두 슬픔에 잠긴 채 고개조차 제대로 들지 못했다. 빈소에서 화장장으로 가는 거리는 10여 m에 불과했지만 유족들의 발걸음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유족과 지인들은 한발자국을 내디딜 때마다 오열했다.

 

유족들은 화장장 앞에서도 한동안 A 씨와 B 씨를 떠나보내지 못했다. 장례식장에 있던 다른 시민들은 일제히 슬픔에 잠겨 침묵했고, 일부는 묵념을 하거나, 조용히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중계 화면 너머 화장터로 관이 들어가자 유족들은 다시 크게 오열했다. 일부 유족들은 화장터로 관이 들어가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어 고개를 돌렸고, 영정사진 앞에서 한동안 자리를 지키는 유족도 있었다.

 

약 1시간이 걸리는 화장 절차를 기다리는 동안 유족들은 대기실로 돌아갔다. 한동안 침묵과 한숨 소리만 오갔고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으려는 소리만 들렸다. 착잡한 마음에 몇몇 유족들은 건물 밖으로 나가 마음을 추스르려고 시도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멍하니 하늘을 응시하거나 땅바닥을 바라봤다. 유족들은 손을 잡으며 서로를 다독였다.

 

A 씨의 한 유족은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부산에선 전날부터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발인이 시작됐다. 부산에 본인의 연고가 있거나, 장례를 치를 유가족이 거주해 부산에서 장례와 봉안 등의 절차가 진행된 희생자는 모두 6명이다.

 

지난 1일에는 부산 사상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20대 여성 C 씨의 발인식이 유족들의 눈물 속에 진행됐다. 부산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던 C 씨는 올 3월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전남지역 대학 간호학과에 진학했고, 지난달 29일 친구와 함께 이태원에 갔다가 참사를 당했다. C 씨는 평소 주변을 살뜰히 챙긴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또 다른 희생자인 20대 남성 D 씨와 E 씨의 장례식도 지날 1일 부산과 서울에서 치러졌고, 같은 날 부산추모공원에 봉안됐다. 부산에 연고를 둔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발인과 봉안은 이태원 참사 닷새째인 2일 슬픔 속에서 모두 마무리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일 오전 기준 이태원 참사의 사망자는 156명, 부상자는 172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일까지 사망자 156명 가운데 120여 명의 발인식이 치러졌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장례 절차는 이번 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