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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소설 속 강원도]선계에서 융숭한 대접받고 즐기다 오는 기이한 이야기

신광한 ‘최생우진기’-38

‘기재기이'' 수록된 네편 중 하나
작가 삼척부사 재임 풍류 즐겨
무릉계곡 배경 탄생 우연 아냐

 

‘기재기이(企齋記異)’는 단행본으로 간행된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 작품집이다. 신숙주의 손자인 조선 중기 문신 신광한(1484~1555년)이 지은 책으로, 우리 문학사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기재(신광한의 호)가 기록한 기이한 이야기(기이)를 모아 놓은 것으로, 안빙몽유록(安憑夢遊錄), 서재야회록(書齋夜會錄), 하생기우전(何生奇遇傳), 최생우진기(崔生遇眞記) 등 네 편의 한문소설이 수록돼 있다. 그 가운데 ‘최생우진기’가 바로 강원도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기재기이’가 간행된 시기가 1553년이니 470년이나 된 작품이다. 이 코너를 통해 소개된 소설 중 가장 오래된 작품인데도 내용은 시종 새롭고 흥미롭다. 은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를 떠올리게 하는 재미도 있다. 임영(臨瀛·강릉) 출신 ‘최생’은 좋은 경치를 찾아 구경 다니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삼척 두타산 무주암에서 ‘증공’이라는 스님과 함께 기거하고 있는 인물이다. 어느 날 둘은 신령스럽다고 소문난 용추동에 가기 위해 길을 나서는데, 최생이 그만 벼랑 아래로 떨어지고 만다. 증공은 최생이 죽은 것으로 알고 통곡하며 다시 절로 돌아오는데..., 얼마 후 갑자기 나타난 최생과 다시 조우하게 된다. 증공이 그동안의 행적에 대해 캐묻자 최생은 믿지 못할 이야기들을 고백한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며 털어놓은 비밀은 바로 자신이 ‘선계(仙界)’에 다녀왔다는 것이다. 어딘가에 떨어진 최생은 천신만고 끝에 굴 하나를 발견하게 되고, 그곳을 통해 신들이 사는 세계(용궁)에 발을 들여 놓는다. 선계에 대한 소설 속 표현은 이렇다. “시내를 거슬러 올라가며 바라보니, 가파르게 솟은 산이 하나 있는데, 하늘에 거의 닿아 있었다. (중략) 산 아래에는 안개 사이로 나무들이 어른어른 보였으며 어렴풋하게 성문이 있는 듯했다.” 성문에 다다른 최생은 이무기의 머리와 자라 등짝, 상어 몸을 한 문지기 앞에서 죽을 각오로 “너희 왕을 만나러 왔다”고 냅다 질러 버린다. 위기를 모면한 최생은 마침내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청령각에 초대를 받는다. 그곳에는 선계의 왕과 함께 동선(洞仙)과 도선(島仙), 산선(山仙) 등 세 명의 신선이 함께 앉아 있었다. 왕은 친절하게도 최생에게도 자리를 내주고 음식을 베풀며, 음악까지 들려주고 춤까지 선사했다. 왕은 최생에게 “유(儒)와 석(釋)과 도(道)와 선(仙)이 모두 모였으니, 잔치의 성대함이 이 정도면 최고라 하겠다”며 이런 기이한 만남을 노래해 달라고 청한다. 그러자 최생은 30운(韻)의 용궁회진시(龍宮會眞詩)를 단번에 지어 왕에게 바치며 화답한다. 최생은 자신도 신선이 되기를 청하지만 세 명의 신선은 수명만 재촉할 뿐이라면서 인간세상에 돌아갈 것을 권한다. 학을 타고 다시 무주암으로 돌아온 최생. 하루 사이의 일인 줄 알았지만 몇 달이 지난 후였다. 그 일 이후 최생은 약초를 캐며 살았고, 증공은 무주암에서 늙도록 이 이야기를 전했다고 한다. 소설을 지은 신광한이 37세의 나이에 삼척부사로 있으면서 두타동천을 자주 찾아 풍류를 즐겼다고 하니, 무릉계곡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의 탄생은 역시 우연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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