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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부산문화 백스테이지] 국제적 실내악 축제를 위한 성공적 ‘첫발’

제6회 부산문화회관 챔버 페스티벌 결산

 

세계적 수준의 연주자들 대거 초청

한국 초연 3곡 연주 레퍼토리 풍성

3~17일 7개 연주회 관객 2000여 명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

 

부울경 실내악 단체 음악회도

고른 좌석 점유율 보여 고무적

 

관객 선호도·공익적 부분 조화 과제

문화회관 “프로그램·예산 증액 고민”

 

흔히 ‘음악의 꽃’이라고 부르는 실내악은 교향곡을 듣고 오페라도 듣다가 나중에 듣게 되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음악 장르 중 실내악은 즐기기 쉽지 않다는 것을 빗댄 말인데, 이게 잘못된 선입견을 심어 줬다는 게 음악인들의 지적이다. 유독 우리나라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실내악 불모지라는 오명도 얻고 있다.

 

그런 점에서도 지난 3일부터 17일까지 2주 동안 총 7개 연주회를 선보인 ‘2023년 부산문화회관 챔버 페스티벌’은 여러모로 고무적이었다는 평가다.

 

일단 눈에 띄게 관객이 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거의 반토막 났던 관객은 다시 배 가까이 늘어서 2000여 명에 이르는 등 코로나19 발발 이전으로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6회째를 맞이한 올해는 예년과 달리 해외 유명 아티스트를 대거 초청해 ‘국제 페스티벌’로 첫발을 내딛는 계기를 마련했다. 레퍼토리 면에서도 ‘한국 초연’을 이틀(3곡)이나 연주하는 등 한층 다채로운 면모를 보였다.

 

관객 반응도 아주 좋았다. 공연장 전체가 하나의 울림통이 되어 관객에게 숨소리 하나까지 전달하게 되면서 무대와 객석 간격이 한층 좁혀졌다. 음악회가 끝난 극장 로비는 관객과 연주자가 함께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는 등 특별한 추억을 남기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실제 개막 전까지는 관객 걱정을 많이 했던 것도 사실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빠르게 열리는 실내악 페스티벌이고, 세계적인 수준을 갖춘 연주자를 대거 초청했지만, 국내 처음으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아서 부산 관객들이 알아줄까 싶어서다. 하지만 첫날 연주를 보고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확실히 매표가 늘기 시작했다. 특히 같은 연주자들이 출연한 둘째 날 연주는 현장 구매가 줄을 이었다. 요나 김 같은 첼리스트는 미국에서 가져온 CD를 전량 판매 소진했다.

 

김동욱(부산대 교수·전 부산시향 악장) 예술감독은 “요나도, 바클레이 트리오(데니스 김·요나 김·션 케너드)도 한국에선 거의 못 보던 사람인데 음악회가 대히트를 쳤다는 건 엄청난 자부심을 느끼게 해 주었다”며 “데니스 김이나 미셸 김 정도는 국내에도 어느 정도 알려졌지만 다른 분들은 그렇지 않아서 한국 데뷔하는 길을 열어준 셈이어서 그것도 뿌듯하다”고 밝혔다.

 

또한 해외파 연주자들과 6중주, 8중주 등으로 어깨를 나란히 한 국내 연주자들도 기대 이상으로 부각되거나 주목받았다. 게다가 부울경에서 주로 활동하는 실내악 단체 음악회도 해외 초청 연주자 프로그램 못지않게 고른 좌석 점유율을 보여서 주최 측 걱정을 덜었다. 심지어 미국팀(트리오 바클레이 등)과 유럽팀(로젠슈타인 현악4중주) 연주를 따로 들었지만, 두 연주를 비교하는 재미도 있었다. 이게 바로 ‘골라 먹는 음악 뷔페’ 실내악 페스티벌의 묘미라는 말도 들렸다.

 

 

이번 페스티벌을 주관한 조혜운 ‘마린7 아티스트&매니지먼트’ 대표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이번엔 초대권을 거의 안 냈습니다. 그런데 한 번 참석한 사람이 (입장권을)사고 또 사고 하는 걸 보면서 부산도 이제 (클래식 음악회에) 희망이 생기나 싶었어요. 콘텐츠만 잘 만들면 관객이 없는 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한 건 아주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만해요.”

 

실제 ‘올 댓 챔버 뮤직’ 개막 연주회와 그다음 날 ‘트리오 바클레이’, 그리고 폐막 연주회까지 3번이나 공연장을 찾은 피아니스트 김정권은 “높은 예술성과 빼어난 기량을 두루 갖춘 훌륭한 아티스트들이 악흥의 한때를 우리 부산에서 함께하는 모습에 마음이 기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다만 과제도 없지 않다. 김 예술감독은 “해를 거듭하면서 ‘고객(관객층)’이 어떤 걸 좋아하는지, 입맛에 맞는 음악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도 조금씩 노하우가 생기는 것 같다”면서도 “공공기관으로서 마냥 관객들 입맛만 좇을 순 없어서 공익적인 부분과 어떻게 적절하게 섞을 것인가가 숙제”라고 털어놨다. 공연 티켓 판매 등을 고려해 2주일가량 일정을 늘리면서 음악회 일정을 띄엄띄엄 배치했는데, 일주일(7개 음악회)을 연달아서 페스티벌을 열기엔 아직 부산 공연 문화가 성숙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챔버 페스티벌 총괄 기획을 담당한 부산문화회관 유성근 문화예술팀장은 “향후 부산 출신 연주자를 더 알리고 발굴하는 프로그램과 국제 페스티벌에 걸맞은 예산 증액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챔버 페스티벌 개막 리셉션 때 부산문화회관 이정필 대표이사는 “지역 사회를 위해서, 하반기엔 ‘대학 교향악 축제’도 열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어 이번 챔버 페스티벌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학교 실내악 축제’는 규모를 더 키우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에 기분이 좋았던 건 음악회에 유입되는 새로운 관객들이다. 김 예술감독은 “간혹 연주 중간에 손뼉을 치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그게 너무 감사할 때가 있어요. 음악회에 처음 오시는 ‘신규 고객’인 거잖아요”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기자 역시 연주를 마치고 나오다가 한 관객의 말을 얼핏 들었다. “취미로 시작한 첼로를 케이스 넣어 둔 채 연주 안 한 지가 10년은 족히 된 것 같은데 오늘은 집에 가서 다시 꺼내 봐야겠다”라고 하는 게 아닌가. 음악이,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게 틀림없어 보였다.

 

 

 

폐막 연주회 무대에 오른 앙상블 코스모폴리탄 예술감독 이일세(부산시향 첼로 수석) 말이 기억난다.

 

“이번 페스티벌 기간 여러 공연을 관람했는데 거대한 나무가 자라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부산문화회관 챔버 페스티벌이 뿌리이고, 수많은 음악가는 나뭇가지에 숨어 있습니다. 우리 앙상블 코스모폴리탄도 그 나뭇가지 중 하나가 된 것 같아서 매우 기쁩니다. 이 거대한 나무가 커지듯 문화회관 챔버 페스티벌이 더욱더 활성화돼 더 많은 관객이 찾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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