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시 영업은 말 그대로 '임시방편'에 불과합니다.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28일 오전 찾은 대구 북구 매천동 농산물도매시장(이하 도매시장). 화재가 발생한 농산물A동 앞 주차장 일부 부지는 대구시가 설치한 임시 판매소인 몽골 텐트로 가득 차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상인들은 텐트 상단에 상가의 명칭과 번호가 적힌 임시 간판을 달고 거래처와 전화를 하는 등 영업 준비에 바쁘게 움직였다.
하지만 임시 텐트 크기가 넉넉하지 않아 텐트 밖에 쌓아둔 농산물과 운반 차량들이 뒤엉키며 혼란이 가득했다.
차량, 오토바이, 지게차 등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현장에는 경적소리와 후진 경보음, "후진하라"고 소리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뒤섞였다. 이동할 통로가 좁은데다 아직 차량 동선이 명확하게 잡히지 않은 탓이었다.
한 상인은 "몽골텐트 크기가 충분치 않아 개인 텐트를 가져왔는데,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텐트가 사라졌다"고 황당해했다.
화재 피해를 입은 도매시장 상인들을 위한 임시 판매소가 본격 마련된 가운데 임시 영업 첫날부터 상인들이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좁은 부지에 사람과 차량이 뒤엉키며 교통 대란을 빚고 있는데다 거래량도 떨어지면서 한숨을 내쉬는 상황이다.
대구시는 화재가 발생한 농산 A동과 관련 동 사이 주차장 부지(1천750㎡)에 임시 경매장과 임시 판매 텐트 74개, 컨테이너 5개를 설치했다.
그러나 임시 판매소에 전기 설비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상인들은 결제와 거래 내용 입력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상인 김모(70) 씨는 "전기 설비가 없기에 전산 시스템을 전혀 못 쓰는 중이다. 수기로 물건 외상값을 기록하거나 계좌이체를 받고 있다"면서 "부지도 좁고 차량까지 뒤엉키면서 혼잡이 이어지다보니 장사도 제대로 하기 힘들다. 지금도 농산물 관리도 어려운데 비까지 오면 어떻게 하나 싶다"고 푸념했다.
단골 거래처의 발걸음이 끊기기 시작했다며 매출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상인 여모(60) 씨는 "기존에 13개 업체와 고정적으로 거래를 했는데, 오늘 아침에 5개 업체에게서 다른 곳과 거래했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임시 영업을 시작한 첫날부터 거래가 이렇게 줄어드니 앞으로 너무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경매 낙찰가도 크게 떨어져 상인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졌다. 이날 오후 3시에 열린 채소 경매에서 상인들은 좀처럼 응찰기 버튼을 누르지 않았고 경매사는 "조금 더 비싸게 사달라"고 연신 되풀이했다.
상인들에 따르면 평소 5천~6천원에 팔리던 깨순 4kg이 이날 2천~3천원 선에서 거래되는 등 입찰 가격은 평소에 비해 50%이하로 떨어졌고, 판매량도 줄어들었다. 화재로 인해 농산물을 보관할 장소도 마땅치 않고, 거래처와의 거래도 많이 줄어든 탓이다.
경매에 참여한 김기태(60) 씨는 "농산물을 따로 둘 곳도 없고, 소매인과 거래도 줄어들었기 때문에 비싸게 입찰하기 부담스럽다"면서 "그렇다고 주말 영업을 안 할 순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참여했다"고 했다.
정정희 경매사도 "화재의 여파로 인해 경매 거래량도 줄고 입찰 가격도 정말 많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대구시는 당분간 현장 방문을 통해 상인들의 고충을 듣고 지원 방안을 꾸준히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전기 설비 확보, 임시 화장실 설치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 상인들의 요구를 계속 듣고 지속적으로 지원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