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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집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캔버스로…‘수성인사이드 49-31’

지역 작가 20명, 빈 집에 예술의 옷 입혀
10월 11일부터 12월 25일까지

 

인구 감소에 따른 도심 속 빈 집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끊임없이 늘어날 빈 집을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해나갈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수성아트피아가 주거 밀집지역 속 1년여 이상 비워져 있던 일반 가정집을 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켜 눈길을 끈다.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수성인사이드 49-13' 전시다. 유휴공간 문화재생 사업의 하나로 진행되는 이번 '빈 집 프로젝트'는 도심 속 유휴공간의 지속적인 활용 가능성을 탐색해보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수성로 14길 49-13번지. 연면적 290.90㎡의 2층 주택은 지난 8월 중순까지만 해도 사람의 발길이 끊긴 채 방치돼왔다. 서영옥 수성아트피아 전시기획팀장은 "파란 철 대문을 열고 빈 집에 들어섰을 때, 마당에 무성한 풀과 눅눅한 기운, 거미줄, 먼지 등이 자욱했다"며 "집 안 곳곳에 흩어져 있던 집기의 파편들과 깨진 타일 조각에는 흘러간 시간의 자국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고 말했다.

 

곧 지역 작가 20명이 이 집에 뛰어들었다. 그들에게 이 집은 하나의 캔버스가 됐다. 집의 역사와 마을 분위기를 수집하고, 집 구석구석을 탐색하며 교감했다. 작가들은 집이 품고 있었을 다양한 서사를 각자에게 배정된 공간에 조각, 영상, 사진, 평면회화 등의 작품으로 풀어냈다. 이번 전시가 추구한 방향인 '장소 특정적 미술'(site-specific art)을 구현한 것이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장소 특정적 미술은 특정한 장소를 해석하고 그 장소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 의도적으로 계획되고 배치된 미술이다. 장소에 예술가가 직접 개입하거나 관람객의 개입을 유도하는 것이 특징이며, 작품의 위치 그 자체가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조각가 신상욱은 파란 철 대문을 화사한 노란색 대문으로 리모델링했다. 2층 발코니를 올려다보면 배수관의 작품을 볼 수 있는데, 기존에 마당에 피어있던 낮달맞이꽃의 모습을 물줄기처럼 내려오는 줄 속에 담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이경희는 방 안에 빛과 소금을 펼쳐 돌아가신 어머니의 온기를 되살렸으며, 우미란은 맞은편 방에 시계 무브먼트를 여러개 배치하는 방식으로 집의 시간성에 주목했다.

 

사진 작가 김상희는 마당, 지하실 배관에 무성하던 잡초를 2층 주방에 재배치해 삶의 연결성과 지속성을 시각화했으며 신성민은 2층 화장실을 아이의 공부방으로 재탄생시켰다.

 

이외에 김민지, 김채린, 손귤, 윤보경, 윤우진, 정서온 작가가 빈 집의 흔적들을 개성 있는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수성구미술가협회 팀의 강석원, 김유경, 김외란, 최재숙, 한영수 작가는 마을 풍경과 주민들의 모습을 스케치해 전시했다.

 

배문경, 배윤정, 서현규 작가는 빈 집의 서사를 현대적인 방식으로 풀어 미디어 파사드에 담았다. 지난 11일 개막일에 이어 11월 15일 한 차례 더 상영할 예정이며, 미디어 파사드 전반을 촬영한 영상은 전시기간 중 지하실에서 볼 수 있다.

 

전시기간 중 ▷윤우진 작가와 함께 하는 마스킹테이프 작업 ▷김민지 작가와 함께 하는 패브릭 인형 만들기 ▷신성민 작가와 함께 하는 나무걸이 문패 만들기 등 주민 참여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전시는 12월 25일까지 이어지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053-668-15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