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 발표 주현미 ‘미시령''
트로트 기교 자제 발라드로
김기하의 ‘미시령'' 男 버전도
동해안 해안선을 따라 뻗어 내려가는 백두대간을 등에 이고 있는 강원도는 그래서 산이 많고 그래서 또 고개도 많다. 고개는 마을과 마을을 나누는 경계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긴 세월동안 우리의 삶 안에 날것으로 자리하고 있으니 그 안에 서려 있는 이야기와 사연, 애환은 또 오죽 많겠는가. 그래서 구름도 쉬어 간다는 강원도의 고개는 장르를 막론하고 예술작품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곤 한다. 대관령은 가곡이나 평창 출신 이야기꾼 김도연의 소설 ‘아흔아홉’의 주무대로 나왔고, 양희은은 노래로, 또 이홍섭 시인은 시(詩)로 ‘한계령’을 노래하기도 했다. 진부령도 ‘진부령 아가씨’라는 트로트곡이 발표돼 있다.
이번 편에 나오는 노래는 ‘미시령’과 관련이 있다. tvN 드라마 ‘반의반’의 OST인 연주곡(미시령 노을)도 있고, 탤런트 강석우가 작사, 작곡한 가곡(미시령)과 트로트(미시령옛길)도 있지만 오랜만에 발라드를 소개할까 한다. 그것도 올 3월에 발표된 따끈 따끈한 신상. 바로 주현미가 부른 ‘미시령(사진)’이다.
이 노래의 콘셉트는 이렇다. 속초 어느 바닷가에서 태어난 어린 소년이 미시령의 품에 안겨 동화 같은 꿈을 꾸고, 그 꿈을 찾아서 먼 길을 돌고 돌아 끝내 인생의 푸른꽃 한송이 피워 올린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자신의 꿈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이 땅의 모든 중년 남자를 응원하고 위로하는 노래라는 것이 음반사의 설명이다. 아무튼 트로트의 여왕으로 불린 주현미가 불렀으니 특유의 뽕끼가 전혀 없지는 않지만 목소리만 들어보면 그인지 전혀 모를 정도로 뒤집고 꺾는 트로트식 기교는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노래가 재미있는 것은 주현미의 여자 버전 말고 남자 버전도 앨범에 동시에 수록돼 있다는 것이다. 같은 멜로디에 다른 가사를 얹어 부른 김기하의 ‘미시령’은 바닷가에서 태어난 어린 소년의 자전적인 성장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치 남녀의 대화를 보는 듯한 윤종신의 ‘좋니’와 민서의 ‘좋아’를 연상케 한다. 미시령에 신화적인 색을 가미해 마치 한 편의 시를 읽는 것 같은 가사로 몰입하게 만든다. 주현미뿐 아니라 감미로운 김기하의 목소리도 꽤나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