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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최정인의 베니스 비엔날레 탐방기] <상> 3년 만의 비엔날레, 도시는 온통 축제 분위기

최정인 작가(동국대 디자인미술학과 외래교수)

세계 3대 비엔날레로 손꼽히는 '베니스 비엔날레'가 3년 만에 열렸다. 전세계 아티스트들의 축제이자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여서 수많은 관람객이 비엔날레 기간에 베니스를 찾는다. 대구 출신의 최정인 작가가 직접 베니스 비엔날레를 찾아 보고 느낀 현장의 분위기와, 작가의 눈으로 본 작품들의 생생한 얘기를 2주에 걸쳐 상·하 두 편으로 전한다. 〈편집자 주〉

 

 

드디어 베니스 비엔날레가 열렸다.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격년으로 열린다는 의미의 '비엔날레'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3년 만에 열린 것이다.

127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가진 베니스 비엔날레는 그동안 홀수 해마다 열렸다. 1895년 움베르토 1세의 결혼 25주년을 기념해 제1회 '베니스 국제미술전'으로 시작됐다. 이후 격년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져온 세계적인 미술 전시회다.

 

비엔날레가 열린 '물의 도시' 베니스는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다운 도시로,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는 시·공간이 공존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베니스에 도착하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미술 작가로서 비엔날레를 본다는 것은 다른 작가들의 작품과 거기에 담긴 서사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감동의 순간이다. 그래서 비엔날레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유럽행 티켓을 끊을 때부터 설렜다. 비엔날레가 열리는 6개월 동안 베니스는 섬 전체가 거대한 미술관으로 변하고 도시는 온통 축제 분위기다.

비엔날레 전시는 국가관이 자리잡은 '자르디니' 공원과 기획관인 '아르세날레' 전시장, 크게 두 곳으로 나눠진다. 국가관은 총 58개국을 대표하는 전시가, 아르세날레 전시장에는 비엔날레 총감독이 기획한 본 전시가 열린다.

전시장 바깥에서도 대형 갤러리들이 기획한 병행전시가 열리고 있어 베니스 시내 어디를 가더라도 세계적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번 2022년 베니스 비엔날레 총감독인 세실리아 알레마니는 "'인간 존재의 정의는 어떻게 변해왔고 변화하고 있는가'가 이번 비엔날레 기획의 큰 주제"라고 소개했다. 세부 주제는 ▷신체 변형의 표현 ▷개인과 기술과의 관계 ▷신체와 지구 사이의 관계 등이다.

또한 비엔날레의 공식 슬로건은 초현실주의 여성 화가이자 소설가 레오노라 케링턴의 동화에서 따온 '꿈의 우유'(The Milk of Dream)다. 동화처럼 끝없이 삶이 재구성되는 마법세계가 각각의 전시장에서 우리를 맞이한다.

이번 비엔날레가 이전과 다른 점은 그동안 100여 명 남짓한 작가가 참여했던 것에 비해 200여 명의 작가가 출품했고 그들의 90%가 여성이라는 점이다. 총감독을 맡은 세실리아 알레마니는 역시 베니스 비엔날레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감독이다.

이 점에 방점을 둘 필요는 없지만 소외와 역설, 그 속에서의 예술의 가능성이라는 주제와 더불어 남성·여성의 이분법적인 사고를 넘어서는 인간성이라는 통합적 세계관을 표현하는 데는 다소 아쉬웠다는 개인적인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접해 온 페미니즘에 관한 수많은 담론으로 인해 피로도가 높아져 있었기 때문인지 나에겐 큰 울림으로 다가오진 못했다. 주제에 대한 통상적 표현과 거칠면서도 난해함까지 갖춰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기도 모호한 작품들도 다수 있다는 점은, 이번 비엔날레의 역대급 규모와 몸집으로 인한 전시의 육중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작품유형과 새로운 상상을 자극하는 수많은 작품은 나의 설레임을 채워주기에 충분했고, 발길 닿는 대로 어디를 가도 세계적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세계적인 한국 작가들의 전시도 한창이어서 전시장에서 우연히 직접 화가를 만나는 행운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설렘도 있었다. 베니스 비엔날레를 감상하는 내내 노천카페에서 수시로 1~2유로짜리 진한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쁨을 한껏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