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의회는 29일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의 연내 실시를 정부에 공동 건의했다.
오영훈 지사와 이상봉 도의회 의장은 이날 도청 기자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다만, 주민투표 실시 권한은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있고, 국회 입법으로 행정체제 개편을 추진하면서 정부와 국회를 설득할 논리와 전략 마련이 과제로 떠올랐다.
오 지사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는 법인격과 자치권이 없는 현 행정시의 한계를 보완해 제주가 한 번 더 도약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3개 기초자치단체 설치는 행정과 정책 역량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지사에게 집중된 제왕적 권한을 기초단체로 분산해야 한다. 기초단체가 설치되면 복잡 다양해지는 행정수요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하는 생활 밀착형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위한 긴 여정은 지난주 주민투표 실시 건의문 전달로 국가적 차원의 논의로 전환시키는 첫걸음을 떼었다”며 “그 첫걸음에 도민의 대의기관인 제주도의회가 함께 하면서 도민의 뜻을 더욱 분명하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주민투표를 통해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정부에 주민투표 실시를 촉구했다.
행정안전부는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단층제 행정체제를 통해 지난 18년 동안 중앙정부 사무 5321건이 제주도로 이양되고 각종 특례와 제도개선이 부여된 만큼, 기초단체 설치 시 강원·전북특별자치도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남호성 행안부 자치분권제도과장은 최근 국회 세미나에서 “행정체제 개편을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지만, 지방 분권의 선도 모델로 많은 성과를 냈는데, 기초단체를 설치가 정말 필요한 것인지는 종합적인 논의와 확인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주민투표와 함께 국회 입법에도 속도가 필요한 상황이다.
위성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서귀포시)는 지난달 행정시와 행정시장 관련 조항을 모두 삭제하는 제주특별법 개정안에 이어 조만간 ‘동제주시·서제주시·서귀포시 설치에 관한 법률안(가칭)’을 대표 발의한다.
기초단체 설치법은 국회에서 원활한 심사와 법안 통과를 위해 광역과 기초단체 간 재정과 특례 부여는 제외하고, 추후에 시행령을 통해 반영할 예정이다.
위 의원은 “제주형 기초단체 설치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법안이 빠른 시일 내 상임위를 비롯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여야를 망라해 설득에 나서고 있다”며 “행안위 소위가 구성되면 제주형 기초단체 설치 법안이 바로 상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2026년 7월 민선 9기 출범에 맞춰 제주형 기초자치단체(동제주시·서제주시·서귀포시)와 기초의회 설치를 목표하고 있다.
지난 1월 제주도의 계층구조 등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도민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행안부 장관이 도지사에게 주민투표를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의 제주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10년 넘게 논의에 그쳤던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