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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대구 아트스페이스펄, 장재희 개인전 ‘DISCOVER’

30일까지

 

눈부신 형광색의 향연이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순간적으로 이어나가는, 수십년간 체화된 선들이 캔버스를 채운다. 장재희 작가는 이 모든 움직임이 '있는 그대로의 나'이자 다른 사람과 다른 나, 내가 모르는 나만의 나,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여정이라고 설명한다.

"수줍고 말도 잘 못하는 나지만, 캔버스에서는 누구보다 자유롭고 과감한 나를 발견할 수 있죠. 표면적으로는 그림 그릴 때의 나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 속에는 내가 성장하며 느낀 모든 것들이 추상적으로 담겨있습니다."

그가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희망적인 메시지를 표현한 것은 아니다.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2000년대 초까지 그의 작품은 그야말로 창작의 고뇌와 방황,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작가는 "당시엔 어둡고 무겁고 중후한 작품세계를 만들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어두운 캔버스에 온 힘을 다해 강렬한 선으로 자화상 등을 그렸다. 그러던 어느날, 내 성격도 그림을 따라 어두워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스스로 밝아져야겠다는 자각의 시간을 거치고 난 뒤, 그는 야망 대신 희망을 그려보자고 마음 먹었다. 기존의 작품 속에 숨어있던 형광색을 끄집어냈다. 희망과 자유로움을 담은 색이자 그림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즐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렇게 나온 작품이 '형광물결' 연작. 물결 무늬의 형광색이 이어지는 작품이었는데, 틀 안에 색을 구성하는 것조차 어느 순간 그에게 답답함으로 다가왔다. 고민을 이어가던 그는 2019년부터 마침내 자유로운 형광색의 터치를 보여주는 지금의 작품을 선보이게 된다.

 

장 작가가 대구 중구 아트스페이스펄에서 10년 만에 여는 9번째 개인전 타이틀은 'Discover(발견)'. 그는 "그림에 짓눌리지 않고, 그림을 갖고 놀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쓰지 않는 색, 설명할 수 없는 표현에 대한 불안에서 벗어나려는 노력도 많이 했다"며 "작업하다 막힐 때도 있지만, 그 순간을 뚫고 나올 때의 감각과 안도감이 다음 작품의 원동력이 된다.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순간이 기다려지고, 앞으로 어떤 작품을 그려낼지 스스로 궁금하다"고 말했다.

 

작가는 작품에 제목이 있지만, 관람객들이 제목에 얽매이지 말고 작품을 감상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관람객들이 보는대로의 느낌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긴다면 현대미술을 좀 더 쉽게 이해하고 누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럼 제목을 굳이 붙이지 않아도 100명에게서 각기 다른 100개의 제목이 나오겠죠. 내 그림이 관람객들의 희망과 상상을 자극하는 대상이 됐으면 합니다."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는 "작가가 자신의 존재를 발견하는 것, 상호작용을 통해 움직이고 성장하는 삶, 그 시간과 열정이 녹아든 그림의 빛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전시"라고 말했다. 전시는 30일까지. 053-651-6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