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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소산 박대성 화백, 베를린서 초대전…해외 순회전 스타트

개막식 120여 명 몰리는 등 대성황
구룡폭포, 금강 등 24점 대표작 망라
미국 LA카운티 미술관 등 해외 순회 예정

 

짙은 묵향이 독일 베를린 한복판을 가득 채우고 있다. 한국의 수묵산수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온 청도 출신 소산(小山) 박대성 화백의 초대전 '眞景時代:The Eternal'(진경시대:영원한)이 베를린 주독일한국문화원에서 열리고 있다.

 

그가 독일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것은 1987년 서독 쾰른의 파리나갤러리에서 가진 초대전 이후 35년 만이다. 마치 관람객들이 그를 기다려온 듯 지난달 말 열린 개막식에는 현지인 120여 명이 참석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

 

5월 27일(금)까지 이어지는 이번 베를린 전시는 금강, 금강화개, 청산백운, 신라몽유도 등 그의 최근 산수화부터 정물 연작까지 24점의 대표작을 망라한다.

 

그 중 길이 5m에 달하는 '구룡폭포'는 화백의 무르익은 필치와 기백을 엿볼 수 있다. 작게 솟은 지리산 봉우리로부터 시원하게 깎아지른 바위산을 타고 흐르는 장대한 물줄기는 마치 그 아래 선 듯 소리마저 느끼게 한다.

 

박 화백 특유의 다(多)시점으로 완성한 '금강'과 '금강화개'는 장선과 단선의 조화, 절묘한 먹의 농담 변화로 한반도의 명산을 묘사한다. 소박한 담채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먹 풍경에 생동감을 주고, 파랗고 동그란 형태의 물줄기는 운율감을 자아낸다. 또한 '신라몽유도'는 박 화백의 예술 거점인 경주 천년고도를 파노라마의 형태로 압축해 보여준다.

 

 

박 화백은 한국전쟁 중 부모와 왼팔을 잃었지만, 5살 때부터 붓을 잡고 70여 년째 하루 25시간을 작품에 매진해오고 있다. 1979년 제2회 중앙미술대전에서 '상림'으로 대상을 수상하며 화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전통산수화에서 점차 고유한 필법과 시점으로 완성한 의경(意景)산수화로 나아가며 오늘날 한국화의 모더니즘을 이룩했다는 평을 받는다. 최근에는 특유의 서(書)를 더한 정물화를 시도하며 독학과 실험을 계속해가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경주 솔거미술관에 작품 830점을 기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경주 솔거미술관에서 어린이들이 보험평가액 1억원이 넘는 작품 위에 눕고,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와 논란이 된 작품도 그의 작품이다. 그는 당시 그 일을 문제 삼지 않았다. 또한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도 솔거미술관을 찾아 그의 작품을 감상하고, SNS에 사진을 올려 화제가 된 바 있다.

 

박 화백의 베를린 초대전은 앞으로 그가 펼칠 해외 순회전의 포문을 여는 전시여서 주목을 끈다. 그는 베를린 전시를 시작으로 ▷카자흐스탄 국립박물관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하버드대 한국학센터 ▷다트머스대 후드미술관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메리워싱턴대 등에서 전시를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