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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집중기획-동해안 천혜 경관이 사라진다]"바다는 모두가 누리는 자산…숙박시설은 해안도로 뒤쪽 건립"

르포 - 해안경관 보호로 보물섬 만드는 남해군을 가다

 

 

2009년부터 지역 곳곳 자연경관지구 지정…개발보다 `보존' 중점
90% 이상 해변 탁 트인 조망…가천다랭이마을 등 명소 대부분 3층 이내
주민 “건물 4층 올리는 것 큰 특혜”…남해군 “갈등 있지만 상시 소통”


4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 남해군은 해안경관 보호의 모범이라 할 수 있다.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바다를 가리는 건물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일관성 있는 조망권 확보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다. 수십 층의 고층 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서며 무너져 가고 있는 동해안과 확연히 비교되는 부분이다. 천혜의 동해안 훼손을 막아 미래 강원도의 최대 자산으로 유지케 하기 위한 대안을 남해군의 사례를 통해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해안도로에서 바다가 보여야 한다”=10월 말 화창한 가을 하늘 아래 남해군 외곽을 연결하는 300㎞ 안팎의 해안도로를 따라 이동하니 거의 모든 곳에서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었다. 해안에서 1㎞ 안팎의 거리에 떨어진 도로와 바다의 사이에는 도로보다 높은 층수의 건물을보기 어려웠다. 주민들은 2000년 이전에 세워졌거나, 2002년 월드컵 숙박시설 등의 특수 목적에 의해 전략적으로 지어진 경우를 제외한 약 90% 이상의 해변에서 조망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자랑하듯 말했다. 남해군은 2009년 2월엔 해안 중에서도 보호 필요성이 높은 남면과 서면 등을 자연경관지구로 지정하면서 개발보다 ‘보존’에 중점을 둔 행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숙박시설은 ‘해안도로 뒤편으로’=2022년을 ‘남해 방문의 해’로 정했을 정도로 남해군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는 강원도와 마찬가지로 ‘관광’이다. 이에 일반 거주 주택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신축 건축물도 숙박시설일 수밖에 없다. 1,000가구에 가까운 주택이 관광형 펜션 및 민박시설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시설은 해안도로 뒤편에 위치해 있었다. 바다와 해안도로 사이에는 ‘허가가 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강하게 형성돼 있어 행정규제에 앞서 주민 스스로 바다 가까이 건물을 지으려 하지 않는다는 게 주민과 군청 측의 한목소리였다.

주민 이태문(51·남해군 남면 석교리)씨는 “이곳은 3층에서 4층으로 올리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특혜로 여길 정도로 마을 경관을 최우선으로 하는 곳”이라며 “바다를 모두가 누리는 자산으로 여긴다는 점이 남해지역 주민의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20층 안팎의 생활형 숙박시설이 빼곡히 들어서고 있는 강원도 동해안의 현실을 취재 중 만난 남해 주민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주택 형태·색깔 등의 통일성=남해군 관광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가천다랭이마을, 독일마을, 미국마을, 스페인마을 등도 모두 지형에 어울리도록 주택의 형태 및 벽과 지붕 색깔 등이 일관성 있게 집단화돼 있었다. 이 같은 특징은 인구 4만명인 남해군에서 이곳을 중심으로 한 연간 관광객이 460만명으로 추산될 정도로 대한민국의 대표적 관광상품이 되도록 한 비결로 보였다. 대부분 3층 이내이며 각각의 주택에서 바다경관을 볼 수 있도록 배치했음은 물론이다.

■내부 지침으로 경관 유지=주목할 부분은 이들 관광형 마을은 이미 2002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국토교통부의 개발행위허가운영지침(비도시지역경관관리기준)에 따라 ‘해안에 건설되는 건축물’의 위치를 제한하고 형태, 색채 등을 주변 자연경관과 조화되도록 준수했을 뿐이라는 점이다.

같은 지침임에도 재산권 보호의 사익이 천혜 경관유지라는 공익에 밀려 파괴되고 있는 강원도를 비롯한 다른 자치단체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느껴졌다. ‘의지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최근 남해와 여수를 10분대로 연결할 수 있는 해저터널 건설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것 또한 철저한 경관 보호를 통해 해안경관에 대한 미래 가치를 유지하고자 한 남해군의 노력을 인정받은 것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했다.

박철정 남해군 기획성과담당관은 “경관은 군민 모두가 공유해야 하고 후대에 물려줄 가장 큰 자산”이라며 “아무래도 일종의 규제이다 보니 허가과정에서 항상 갈등이 빚어지고 있지만 상시적 소통과 홍보를 통해 간극을 좁혀 나가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남해=이무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