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수많은 건물 품에 안고 등에 지고
오른편으로 '춘천대교', 왼편엔 '소양2교' 한눈에
찰랑이는 의암호 그대로 화폭에 담는다
전경(全景)은 '한눈에 바라보이는 전체의 경치'를 말한다. 늘상 내 시선 안에 머무는 평범하고 익숙한 풍경들의 합(合)이라고 할까. 하지만 어쩌다 생각지도 못한 '경치'가 눈앞에 펼쳐질 때면 그건 더 이상 단순한 의미의 전경이 아닌 '절경(絶景·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경치)'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눈에 다 담아내지 못하는 그것은 누군가에 의해 시(詩)가 되고, 그림이 되고, 또 노래가 된다. 마치 김춘수의 시 '꽃' 속 이야기처럼. 평범한 삶 속에서 우린 몇 번이나 그런 절경을 만날 수 있을까. 일상 속에서, 도심 속에서 그게 가능하긴 한 걸까.
딱히 규칙은 없지만 어떤 도시의 전경이라고 하면 그 안에는 꼭 그 도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는 하나쯤 포함해야 하는 것이 '국룰(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규칙을 이르는 신조어)'이다. 파리 하면 에펠탑, 뉴욕 하면 자유의 여신상, 서울 하면 남산타워가 사진 어디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야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 말이다. 자, 그럼 '춘천의 전경'을 머릿 속으로 떠올려보자. 아니 이미지 검색을 해도 좋다. 교집합처럼 나오는 곳은…. 아마도…. '봉의산'일 것이다. 검색된 이미지를 톺아봐도 봉의산은 여기저기 어딘가에는 우뚝 솟아 있다. 이견 없는 춘천의 랜드마크다.
그런데 그런 봉의산의 모습은 사실 그리 새롭게 보이지는 않는 게 사실이다. 그냥 전경의 사전적 의미,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무슨 공식처럼 그 사진 안에는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필수 출연자 정도로 보이니 그럴 수도. 아마도 거의 비슷한 장소에서 찍어서 그럴 수도. 도심 속 수많은 건물을 품에 안고 등에 지고 있는 봉의산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그나마 부감(俯瞰)으로 찍은 사진이 새롭기는 하지만 그 높이로 늘 올라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드론을 띄워 대리만족하는 것도 사실 별로다. 하지만 땅 위(?)에서 색다른 봉의산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물 위에 떠 있는 봉의산을 만날 수 있다면 얘기는 또 달라질 수 있다.
상중도에서 바라본 봉의산의 모습이 딱 그렇다.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모습이다. 강원도청이 있는 곳을 산의 정면이라고 한다면 이곳에서 바라다보이는 지점은 딱 그 옆모습이다. 비엔나커피하우스(별도 주차 공간이 있어 사진 찍기 편하다) 앞에 서면 봉의산을 포함한 춘천의 전경들이 스르륵 눈앞으로 펼쳐진다. 춘천의 또 다른 발견이다. 오른편으로 '춘천대교', 왼편으로 '소양2교'의 모습을 한눈에 조망해 볼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앞에 찰랑이는 의암호는 그대로 화폭이다. 강렬한 햇살 아래 그려지는 물그림자는 흡사 한 폭의 수채화다.
낮에 햇살이 그려내는 반영(反映)이 있다면, 밤에는 춘천의 야경, 그중에서도 춘천대교, 소양2교가 만들어내는 오색찬연한 조명이 있는 풍경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상중도길이 강변을 따라 조성돼 있고 강쪽으로 풍경을 가릴 건물들이 없어 드라이브를 즐기며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일단 상중도 도로를 타고 가다 어디에 차를 세워도 색다른 춘천의 전경을 만날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절경이 될 수도 있겠다. 상중도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도심의 춘천대교나 고구마섬 야구장을 거치면 된다. 색다른 춘천을 보고 싶다면 이 곳을 추천한다.
글·사진=오석기기자 sgtoh@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