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과 의궤의 소장처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평창에 조성된 왕조실록·의궤 박물관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정래 작가는 16일 평창 월정사에서 열린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의궤 범도민 환수위원회(이하 환수위)' 공동위원장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조 작가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여·순환 전시 방안에 대해 소장처를 원래 자리로 되돌리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작가는 “대여·순환전시라는 것은 진정성이 전혀 없는 것”이라며 “(무엇보다)중요한 것은 문화재가 왜 여기에 있어야 되는가 하는 출발, 본질부터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성은 상실한 채, 중앙집권적 문화의식을 갖고 (소장처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하고 “(문화재를)제자리로 찾아오는 것, 그것만이 문화재의 성격과 품격, 역사성을 되살리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퇴우 정념 주지 스님은 “일제에 의해 약탈당한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과 의궤는 월정사와 민간이 노력한 끝에 2006년과 2011년 돌려받을 수 있었다”며 “하지만 있었던 자리, 오대산까지는 아직 돌아오지 못한 슬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록과 의궤가 있었던 곳으로 돌아오게 된다면, (그 일은) 우리의 역사 의식, 우리의 민족 정기가 미래로 향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문화재 제자리 찾기를 통해 '문화분권'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많은 분의 공감과 참여를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김동호 전 강원문화재단 이사장은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의궤를)보관할 수 있는 박물관(왕조실록·의궤박물관)을 조성했다면 문화재청의 반대 이유를 충족했다고 본다”며 “이러한 내용을 중심으로 절차를 밟아 정당성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윤 민주평통 강원부의장은 “평창에 오는 동안 '환지본처'의 염원을 담은 수많은 현수막을 볼 수 있었다.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과 의궤가 제자리를 찾는 것이 정의이고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들 문화재가 오대산 월정사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헌영 강원대 총장은 “유네스코(UNESCO) 권고사항처럼 문화재는 제자리에 있을 때 비로소 그 가치가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과 의궤도 원 소장처인 오대산으로 돌아와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평창=오석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