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수위원회 내달 출범 목표로 월정사·강원일보 공동 비대위
정부 어젠다인 '문화분권' 위한 지역문화재 제자리 찾기 강조
강원도 대표 문화재인 '오대산 사고본 조선왕조실록과 의궤'의 환지본처(還至本處·본래의 자리로 되돌아간다)를 위한 환수운동이 대대적으로 펼쳐진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4교구 본사인 월정사(주지:퇴우 정념)는 이들 문화재의 원소장처인 오대산 봉안을 위해 올 6월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의궤 범도민 환수 추진위원회(이하 환수위)'를 출범한다고 11일 공식 발표했다. 이를 위해 월정사와 강원일보가 공동으로 환수위 출범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지자체와 불교계는 물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급 기관·단체, 개인이 참여하는 민관협력 거버넌스(Governance) 구성에 나선다.
월정사는 2010년 실록·의궤와 관련된 문화재 제자리 찾기 운동을 전개하면서 당시 환수위의 활동이 다소 선언적이고 한시적이었다는 한계에 대한 지적을 감안해 다양한 방식의 환수운동을 기간 제한 없이 지속적으로 전개하기로 했다. 특히 현 정부가 주창하고 있는 지방자치와 분권의 관점에서 '문화분권'의 실현을 위해서는 지역 문화재의 제자리 찾기가 선행돼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할 계획이다. 또 지역 간의 문화격차를 해소하고 지역별로 특색 있는 고유의 문화를 발전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지역문화진흥법'의 내용과 상충하는 문화재보호법(7장·국유문화재에 관한 특례)의 해석 부분도 지속적으로 지적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환수위는 앞으로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SNS를 활용한 참여 이벤트 '릴레이 788'를 비롯해 온라인 서명운동과 토크콘서트, 문화재 새 지도 제작, 전시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오대산사고본 실록·의궤 제자리 찾기 운동 알리기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 실록은 1913년 조선총독 데라우치와 도쿄대 교수 시로토리(白鳥庫佶)와 결탁으로 788책이 주문진항을 통해 도쿄대로 빼돌려지면서 일본으로 넘어갔고, 1923년 관동대지진 때 대부분 불에 타 소실됐다.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 의궤는 1922년 일제가 대한제국의 국권을 침탈한 후 식민통치와 수탈을 위해 세운 조선총독부를 통해 일본 왕실 사무를 담당하는 궁내청에 '기증'의 형태로 넘겨진 오욕의 역사를 갖고 있다.
두 문화재 모두 1965년 한일협정으로 일본을 상대로 한 반환 청구권을 상실한 정부를 대신해 월정사 등 민간의 노력으로 일본에게서 돌려 받았지만 국유문화재로 편입되면서 현재는 서울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에서 타향살이를 하고 있다.
퇴우 정념 월정사 주지스님은 “환수위 출범과 함께 오대산사고본 문화재의 제자리 찾기가 실현돼 지역문화의 혼(魂)을 되살리고 문화분권의 진정한 가치를 드높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석기기자 sgtoh@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