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아득해질수록 도리어 '봄'을 향한 마음은 간절해지는 것일까. 겨울 문턱에서 따사로운 봄을 그리는 마음이 그렇다. 과거 조국 광복의 희망과 함께 인류·가정의 평안을 봄이란 상징어에 담아 전한 마음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일제강점기 말이자 제2차 세계대전의 엄혹한 현실 속 경상도의 어느 외딴 섬을 배경으로 봄의 희망을 노래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가 여기 있다. 섬세한 필체와 폭넓은 상상력으로 국내에서 두터운 팬층을 구축한 정의신 작가의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가 오는 12일부터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 무대에 오른다.
일제 말 외딴섬 '가족 이야기'
베테랑 배우 손병호·이경 열연
수원시립공연단의 정기공연인 만큼, 이경·유현서·윤명인 등 극단 배우들이 대거 이번 연극에서 열연을 펼친다. 여기에 관록의 베테랑 배우 손병호(홍길 역)가 합류했다. 작품에서 네 자매의 아버지 역할의 주연을 맡아 극단 단원들과의 앙상블로 관객들에게 진한 감동을 안길 전망이다.
손병호는 최근 인터뷰 자리에서 "정의신 작가의 작품에 늘 애정과 관심이 있었던 데다, 구태환 예술감독과 같이 작품을 하길 오래 기대해왔는데 시기가 맞았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파묻힌 아이'로 경기도극단과 수원(경기아트센터)에서 호흡을 맞췄는데 다시 오게 돼 무대에 대한 욕심이 내심 크다"고 기대했다.
새롭게 손발을 맞추게 된 극단 배우들과의 호흡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손병호는 "배우 이전에 동료들이 어떤 사람인지 합을 맞추며 찾아가는 시간이 필요한데, 특히 아내 역을 맡은 이경 배우와 부딪히고 감싸 안으면서 배우는 게 많다"고 설명했다.
이날 함께 자리한 이경(영순 역) 배우 역시 "(손병호) 선배가 오셔서 연습장의 공기가 확 달라졌다"며 "잊고 있던 연기에 대한 열정까지 살아나는 것 같다"며 서로의 합을 높이 샀다.

가변형 좌석으로 입체감 더해
12일부터 수원SK아트리움서
이번 공연의 큰 특징은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의 기존 객석을 비우는 대신, 무대 위 양쪽에 가변형 좌석을 마련한 것이다. 작품의 연출을 맡은 구태환 예술감독이 관객들로 하여금 배우들의 움직임과 숨소리까지 느끼게끔 하려고 꺼낸 복안이다.
구 감독은 "블랙박스(공연 성격에 따라 좌석 배치를 자유자재로 변경할 수 있는 극장) 공연장이 아니라 늘 객석과 무대가 분리되는 모습을 봐왔다"며 "그런(블랙박스) 공연장만큼은 아니지만, 관객들이 공연을 조금이나마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하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손병호와 이경이 함께 극에서 인상이 깊게 남은 부분으로 꼽은 것은 극이 대단원에 이를 때쯤 벚꽃이 떨어지는 장면이다. 손병호는 "사랑과 이별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벚꽃의 낙화가 참으로 아름답게 다가온다"고 했다. 이경은 "극의 여러 장면이 떨어지는 꽃처럼 스치며 많은 것을 생각해주는 장면이라 여운이 남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배우는 "망설일 필요 없이 관객들이 공연장을 찾아주셨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번 작품은 오는 12일부터 20일까지(14일 월요일 제외)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