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 화백이 직접 제작한 연하장이 공개돼 눈길을 모으고 있다.
수집가 유용태 선생이 지난 1일 공개한 2점의 연하장에는 박 화백이 친필로 쓴 ‘謹賀新年(근하신년)'과 ‘奉賀新禧(봉하신희)'라는 새해 인사말이 적혀 있다. ‘朴壽根(박수근)'이란 이름이 발신인을 명확히 해 준다.
수신처는 박 화백의 양구초교 시절 은사인 오득영 선생이다. 오 선생은 박 화백이 양구초교 재학 시절 제자의 재능을 알아보고 많은 격려를 해준, 박 화백에게는 매우 고마운 스승이라는 게 유용태 선생의 전언이다. 이에 따라 박 화백은 새해가 되면 스승에대한 은혜를 잊지 않고 연하장을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오득영 선생은 교단을 떠난 후 춘천 요선동에서 약방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하신년' 인사말이 적힌 연하장은 백목련이 그려진 목판화 그림이 새겨져 있다. ‘을사원단(乙巳元旦)'이라고 적혀 있어 박 화백이 타계하던 1965년 정월초하루에 전달된 것으로, 사실상 마지막 작품이다. 또 다른 연하장에는 농악 장면이 담긴 목판화가 자리한다. 박 화백의 농악 작품들에서 나타나는 특유의 구도가 고스란히 묻어 있다. 농악 그림이 새겨진 연하장은 농악을 소재로 한 박 화백의 그림들이 1962년에 집중 발표된 점을 감안하면 1963년에 전달된 것으로 짐작된다.
박 화백의 연하장은 국립현대미술관과 박수근미술관이 공동 기획해 다음 달 11일부터 내년 3월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는 전시회에서 선보인다.
유용태 선생은 “박수근 화백을 만들어 준 스승에게 자신의 혼을 담아 쓴 글과 그림을 담은 연하장으로 최고의 감사인사를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허남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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