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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정운의 인천물류 톺아보기 #4] 항공기도 '카센터'가 있다? 'MRO 산업'

#'톺아보다'는 '샅샅이 훑어가며 살피다'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입니다. 인천은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이 있는 물류 거점 도시입니다. 인천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물류 관련 활동을 '키워드' 중심으로 톺아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항공기는 사람이나 화물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물류 분야에서는 운송 수단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항공기가 다른 역할을 할 때가 있는데 바로 '화물'입니다. 항공기 그 자체가 화물이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항공기 수리·정비·개조 등을 위해 항공기가 이동할 때입니다. 이때 항공기는 화물이면서 다른 운송 수단 없이 자력으로 이동하는 셈이 됩니다.

화물로써의 항공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항공 MRO(Maintenance·정비, Repair·수리, Overhaul·분해조립)를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국내 항공 MRO 산업은 아직 해외에 비해 활성화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국내 항공기들이 해외에서 정비·수리를 받으면서 연간 1조원 이상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항공 MRO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MRO 산업이 활성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Q. 항공 MRO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나요?

A. 자동차가 정기 점검을 받듯이, 항공기도 정기적인 점검이 필요합니다. A·B·C·D check(체크) 등으로 구분됩니다. A체크는 1~2개월, B체크는 4~6개월, C체크는 1년마다 해야 합니다. D체크는 4년 주기로 진행됩니다.

모든 점검에서는 항공기가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각종 부품·장비 등을 검사하고, 필요하면 교체도 이뤄집니다. D체크로 갈수록 검사 항목 등이 많아지게 됩니다. 이처럼 정기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점검, 엔진 등 부품에서 고장이 났을 때 수리, 항공기 개조 등의 작업을 'MRO'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자사 항공기를 대상으로 점검·수리를 진행하고 있을 뿐, LCC(저비용항공사)는 대부분 중국이나 필리핀 등 다른 나라에서 MRO를 수행합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100% 국내에서 MRO를 진행하지는 못합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외국에서 진행하는 수리·정비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Q. 인천공항 MRO는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나요?

A.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샤프테크닉스케이는 지난 5월 이스라엘 국영기업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Israel Aerospace Industries)'과 합의각서를 체결했습니다. IAI의 첫 해외 생산기지를 인천공항에 건설하겠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IAI는 샤프테크닉스케이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2024년부터 B777-300ER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사업을 인천공항에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인천공항공사는 부지를 조성하고 격납고를 건설하는 등 사업 수행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합니다.

 

지난 7월에는 미국 항공사인 아틀라스항공이 인천공항에 수리·정비센터를 조성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각서가 체결됐습니다.

IAI와 마찬가지로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샤프테크닉스케이가 합의각서에 서명했습니다. 아틀라스항공은 보유하고 있거나 위탁 관리하고 있는 항공기의 정비·수리를 인천공항에서 수행한다는 계획입니다. 2025년부터 사업이 본격화됩니다.

IAI와 아틀라스항공이 인천공항에 MRO 기지를 세우게 되면서 인천공항 MRO 산업은 더욱 활성화될 전망입니다. 인천공항공사는 추가로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MRO가 물류와 어떤 연관성이 있나요?

A. IAI, 아틀라스항공이 조성하는 것은 항공기가 들어가는 격납고입니다. 격납고 안에서 개조·정비·수리 작업이 진행됩니다. 하나의 공장이 들어서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보면 외국을 오가는 항공기가 인천공항으로 들어오고, 부가가치를 더한 뒤 외국으로 나가게 되는 과정이 진행되는 것입니다.

정비를 받기 위해 인천공항에 오는 항공기는 화물이 됩니다. 예를 들어 '100'의 가치가 있는 화물(항공기)이 인천공항에서 수리·정비 등을 받아 부가가치가 더해지면서 '200'의 가치를 갖는 화물이 되는 것입니다. 원자재를 들여와서 가공·조립 등의 과정을 통해 완성품으로 만든 뒤 수출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하나의 항공기가 가치를 높이기 위해 국경을 넘어 오가는 것입니다. 인천공항은 항공기라는 화물의 가치를 높이는 물류 거점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Q. IAI와 아틀라스항공은 왜 인천공항에 기지를 조성한 건가요?

A. 인천공항이 '물류 거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최적지이기 때문일 겁니다. 물류 거점은 물류비용을 최소화하는 등 효율을 극대화하는 장소에 조성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 두 가지를 결정하는 것은 부품 공급, 이동 거리, 인건비, 토지 사용료, 인력 충원, 인력의 숙련도, 운영 효율성, 지속가능성 등입니다. 인천공항은 다양한 측면에서 봤을 때 최적지라는 평가를 받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아틀라스항공이 수행하는 화물 부문에서 인천공항은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틀라스항공과 관련한 '아틀라스항공 월드와이드홀딩스(AAWW·Atlas Air World Wide holdings)'는 아틀라스항공, 폴라에어카고, 미국 남부화물항공(Southern Air)의 지주회사입니다. 이들 3개 항공사는 인천공항의 항공사별 화물 물동량에서 3, 4, 7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물동량을 처리하는 항공사들입니다.

이들 항공사는 인천공항을 자주 오가기 때문에 이곳에서 정비를 받아야 이동 거리를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화물을 싣고 인천공항에 온 뒤, 정비를 받는 것입니다. 이는 정비·수리만을 위해 항공기를 움직이는 것보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인천공항은 항공기 부품 수급 등에 드는 물류비용이 적다는 게 장점입니다. 국내 제조업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는 정비 부품 등을 공급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는 물류비용 절감으로 이어집니다. IAI는 항공기 개조 과정에 사용하는 부품의 50% 이상을 국내 부품으로 사용한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국에서 부품을 수입할 때에도 인천공항은 다양한 노선을 보유하고 있어 타 공항보다 원활하게 수급할 수 있습니다.


항공기 정비 인력·기술과 관련해, 대한항공 등이 국내에서 진행하는 정비·수리 수준은 높게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항공기는 안전이 중요합니다. 한국이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숙련도와 꼼꼼한 일 처리 등으로 안전도를 높이는 데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Q. 인천공항 근처에 MRO 시설이 들어서면, 항공기들은 MRO 시설까지 어떻게 이동하나요?

 

A. 항공기가 인천공항 활주로에 착륙하면, 토잉카가 항공기를 끌고 가게 됩니다. 토잉카는 항공기를 끌거나 밀어서 이동시켜 주는 차량입니다. 항공기는 자체 엔진 동력으로 이동할 수 있지만, 토잉카를 이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안전하게 이동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현재 샤프테크닉스케이 격납고에서 수리를 받는 항공기들도 이러한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Q. 항공기가 화물이라고 했는데, 이 화물은 항공 운송되는 것으로 봐야 하나요? 육상 운송을 포함한 것인가요?

A. 어려운 질문입니다. 대부분의 화물은 육상 운송을 포함합니다. 항공기나 선박으로 옮긴 화물들도 목적지까지 운송할 때는 철도, 트럭 등을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항공+육상 운송이라고 봐야 합니다.

항공기는 다른 운송 수단에 의지하지 않고 목적지인 MRO 기지까지 간다는 점에서 항공 운송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짧지만 육상 이동이 있고, 토잉카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항공+육상 운송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Q. 육상 운송을 포함하지 않는 화물도 있나요?

A. 거의 없지만 분명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선박입니다. 선박도 화물이 될 수 있습니다. 조선소에서 선박을 만든 뒤, 목적지 항만까지 갈 때 선박의 힘으로만 이동합니다. 또 목적지에 도착해 접안하더라도 육상 이동 구간은 없습니다. 이 때문에 선박은 육상 이동이 없는 거의 유일한 화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