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까지 관노가면극 등 지정문화재 비대면 행사
창포다리·단오섬·홍제교 소원등 조형물 시민 반겨
작가·강릉 어린이 함께 그린 대관령 호랑이전 주목

국사성황신을 인간 세계로 모시고 가는 날인 국사성황제 때 시민들에게 나눠 주는 떡은 아무리 많이 해도 늘 모자랐다. 하나는 남편, 하나는 자식, 하나는 손주를 위해 할머니들은 떡을 넣고 또 넣었다. “아무것도 아닌 부지깽이에라도 의미를 부여하고 매일 기도를 드리며 신이 깃든다. 하물며 천년을 모셔 온 국사성황신인데 그 신력이 얼마나 크겠냐”며 자식들에게, 손주들에게 먹일 생각에 한껏 욕심부리며 움켜쥐었다. 그래서 늘 떡을 나눠 줄 때면 혹시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보는 내내 조마조마했다. 믿는 사람이든 믿지 않는 사람이든 떡을 받은 사람들이 그 떡을 이웃과 나누며 올해 운 좋으시라 덕담을 하는 풍경만으로도 흐뭇하고 기분 좋았다.

강릉단오제는 그런 강릉사람들의 믿음이 모여 천년을 이어 온 축제다. 국사성황 행차에 참가해 받은 떡 하나에도 나를, 우리 가족을, 우리 마을을 지켜 줄 것이라는 믿음, 소망, 바람, 기원 그런 의미의 모든 것이 모여 하나의 든든한 울타리를 만들어 가는 축제, 바로 그것이 강릉단오제다. 지역경제를 위해 억지로 만든 축제가 아닌 단오를 잘 치러야 올 한 해 잘 지나간다는 믿음, 단오를 잘 치러 신을 기쁘게 하면 그 신이 우리를 든든히 지켜 줄 것이라는 소망, 단오를 잘 치르고 비까지 내리면 올 한 해 풍년이 들 것이라는 기원을 담아 강릉사람들이 천년을 이어 오며 지켜낸 축제다.

그런 축제가 코로나로 2년째 멈췄다. 온라인 강릉단오제로 아쉬움을 달래고는 있지만 남대천 강변을 가득 메운 텐트와 불빛 사이로 걸으며 야바위도 하고 감자적에 막걸리도 한잔 걸치며 흥에 겨워 떠들던 그 들썩임은 사라졌다. 단오굿당에 앉아 굿을 보며 쨍쨍한 꽹과리 소리에도 무념무상이 되는 그 순간 신기하게도 마음속의 시름이 사라지는 마법 같은 순간의 기억들이 점점 멀어져 간다.

'HELLO DANO' 잠시 쉬어 가며 소원을 비는 시간 2021 온라인 강릉단오제가 시작됐다. 10일부터 17일까지 홍제동 여성황사에서 단오제례, 단오굿, 관노가면극 등 지정문화재 행사가 비대면으로 펼쳐지고, 남대천 단오터에 강릉단오제를 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담아 창포다리와 단오섬, 홍제교, 단오터에는 단오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컬러와 소품을 활용해 소원등이 켜지고 빛을 활용한 조형물이 설치됐다. 현대미술과 접목한 다양한 조형물과 미디어아트, 7명의 작가와 강릉의 어린이들이 그린 대관령 호랑이전이 명주예술마당에서 함께 펼쳐진다. 청소년 단오축제 DYF, 단오체험키트, 온라인 강릉사투리대회, 영산홍챌린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의 참여도 유도한다.

강릉 시내 곳곳에는 '안녕 단오'라는 인사와 함께 '잠시 쉬어 가며 내일을 준비하고 소원을 비는 시간'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2년째 전 세계인을 옥죄는 코로나19 공포에서 잠시 벗어나 쉬어 가며 내일을 준비하자. 그리고 소원을 빌어보자. “내년 단오에는 꼭 단오장터가 펼쳐져 늦은 밤에도 흐느적거리며 단오장을 걷고 싶다고…. 내년 단오에는 단오굿당에서 빈순애 예능보유자의 축원굿을 들으며 소원을 빌고 싶다고…. 내년 단오에는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마음껏 사람들과 어울려 감자적에 막걸리 한잔 마시며 취하고 싶다고….”

강릉=조상원기자 jsw0724@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