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모양 금도금 은병’(銀製鍍金蓮花折枝紋瓜形甁)은 고려시대 은판으로 제작된 꽃병이다. 국내 단 한 점만 전해오는 유일한 유물로 문화적 가치가 크다. 특히 참외모양의 외관과 정교한 문양은 당대 선조들의 수준 높은 미의식을 보여준다. ‘참외모양 금도금 은병’이 최초 공개될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오는 28일부터 열리는 보문복지재단(이사장 정영헌) 동곡뮤지엄 특별전 ‘한국의 금속문화유산 오천년’에서다. 오는 6월 29일까지 펼쳐지는 이번 특별전은 한국 금속공예의 역사와 미학적 가치 등을 다각도로 조명하는 자리다. 전시에서는 ‘참외모양 금도금 은병’ 외에도 시대별 금속공예 유물 100여 점도 선보인다. 고조선 시대 청동검, 고구려 금관, 신라 금동관, 가야 금동관 등 유물은 우리나라의 수준 높은 금속문화를 보여주는 유물들이다. 김정훈 학예실장은 24일 통화에서 “저희 뮤지엄에서는 매년 주제를 정해 전시를 해왔다. 처음에 고려청자를, 그 다음으로 조선시대 백자와 분청사기를 선보였다”며 “일련의 프로그램을 통해 도자기 전시를 완료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금속공예를 일반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자리다”며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표 유물을 거론할 때 도자기를 많
대구 중구 출신의 예술가 이상춘(1910~1937)을 기리는 현대미술 전시장 '공간리상춘'이 26일부터 개관전 '이상춘 아카이브'를 선보인다. 이상춘은 일제강점기 당대 아방가르드 예술 양식을 통해 민족 독립과 노동자, 농민 해방을 위해 투신하다 일제의 탄압으로 수차례 옥고를 치른 끝에 28살의 나이로 요절했다. 그는 1925년 결성된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KAPF]에 참가했으며, 1927년 대구 최초 한국인 서양화 단체인 영과회 회원으로도 활동했다. 그의 전위적 예술정신을 계승하고자 만들어진 공간리상춘은 리카(RICA·이상춘현대미술학교)와 지역 아티스트 콜렉티브 '로컬포스트(Local post)'가 공동으로 구성했다. 리카는 2019년 대구예술발전소에서 3·1운동 100주년 기념으로 기획된 '대구아트레전드: 이상춘' 전시에 참여한 미술인들이 주축이 돼 창립한 단체로, 로컬 이슈에 집중한 전시와 현대미술 강좌를 개최해오고 있다. 로컬포스트는 지역성의 특수성을 보편성으로 확장한 글로컬 프로젝트를 펼쳐오고 있으며 행동주의 예술에서 뉴미디어 아트까지 넓은 스펙트럼으로 활동하는 그룹이다. 공간리상춘은 지역 예술인들에게 현대미술의 주요 담론과 흐름을 소개하는 교육 프
빈센트 반 고흐, 폴 고갱, 에곤 쉴레 등…. 대중에게 친숙한 예술가들이자 자기만의 독특한 창작세계를 열었던 화가들이다. 또한 삶은 순탄치 않았지만 작품을 통해 인정을 받은 대가들이다. 예술가의 삶과 창작세계를 영화로 조명하는 ‘해설이 있는 예술영화’가 올해도 시민들을 찾아온다. 시립미술관(관장 윤익) 하정웅미술관은 올해도 ‘해설이 있는 예술영화’를 진행한다. 오는 10월까지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문화가 있는 날, 오후 2시) 하정웅미술관 2층. 특히 올해는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 10년째 되는 의미있는 해로, 사진작가들도 조명할 계획이다. 강사는 조대영 영화평론가가 맡는다. 윤익 관장은 “예술영화는 미술의 언어가 어떻게 영상 속에서 구현되는지 다채롭게 느낄 수 있는 자리”라며 “시각적인 공통점이 있는 두 장르를 통해 예술가와 그 작품, 그리고 예술가의 삶을 조망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먼저 오는 26일 첫 시간은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를 다룬 작품이 시민들을 찾아간다. 무려 15만 장의 필름을 남긴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는 이름도 직업도 알리지 않은 채 작업을 했다. 보모를 비롯해 가정부, 간병인을 하며 삶의 마지막까지 사진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한국춤 동인 단체로는 가장 오래된 ‘춤패 배김새’(1985년 12월 창단)가 26일 오후 7시 부산예술회관 1층 공연장에서 시민들을 만난다. (사)부산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와 부산예술회관이 공동 주최하는 2025 문화가 있는 날 ‘예감: 예술로 감성을 전하다’ 일환으로 펼치는 3월 두 번째 공연인 ‘춤패 배김새의 새봄맞이 춤판’이다. 이번 공연은 한 해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춤열림’(청신)으로 시작해서 한국 춤의 흥과 멋을 지닌 흥겨운 춤판인 ‘춤맞이’(오신)로 진도북춤과 진주교방굿거리춤, 권명화 소고춤을 선사한다. 이어 복을 빌고 희망을 나누는 비나리와 살풀이춤을 선보일 ‘춤내림’(송신)으로 넘어갔다가 관객과 함께하는 풀이 무대인 배김허튼춤과 신명춤으로 마무리된다. 출연진 최은희(연출, 총감독), 정미숙(고문), 하연화(예술감독), 손미란(대표), 김민경, 박수정, 김지윤, 서부은, 이수영, 장윤미, 오민혜(이상 배김새), 박정회, 설영성, 조대일, 방형웅, 김현일(이상 악사). 전석 무료. 문의 051-631-1377.
4월 30일부터 개최되는 전주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린 30편의 작품 중 대구 지역에서 제작된 단편영화 '월드 프리미어', '커뮤니티'거 선정됐다고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가 밝혔다. 김선빈 감독의 '월드 프리미어'는 올해 제작된 34분 분량의 메타영화(영화에 대한 영화)로, 오랜만에 연출한 장편영화의 첫 영화제 상영을 앞두고 벌어지는 사건과 소동을 그렸다. 정회린, 김연교, 문상훈 등이 출연했다. 김선빈 감독은 '수능을 치려면', '소녀탐정 양수린', '고백할거야' 등의 작품을 통해 감각적인 연출능력과 개성 있는 재기발랄함을 선보여왔으며, 2023년 '수능을 치려면'으로 정동진독립영화제에서 수상한 바 있다. 역시 2025년 제작된 37분의 단편 '커뮤니티'는 박유진, 진현정 감독이 공동 연출했다. 주인공 유정이 함께 지역에서 커뮤니티를 운영하던 혜리가 상경을 결심한 이후 겪게 되는 변화를 통해, 순수한 마음으로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과 공동체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한 영화다. 초저예산 독립영화로 제작된 이 작품은 박유진과 진현정 감독이 직접 배우로도 출연했다. 지난해 대구단편영화제 애플피칭 선정작으로 선정돼 제작비를 지원 받은 '커뮤니티'는 이번 전주국
화천에는 자연이 빚어낸 비경이 있다. 바로 ‘곡운구곡(谷雲九曲)’이 주인공이다. 지금의 화천군 용담리 일대에 자리 잡은 이곳은 조선 시대의 대표적 유학자인 김수증(1624~1701년)이 은거하며 학문을 닦던 장소다. 김수증은 이곳을 중국의 주희가 머문 무이산의 ‘운곡(雲谷)’에서 착안해 ‘곡운(谷雲)’이라 이름 붙였고, 절경이 뛰어난 아홉 곳을 선정해 ‘곡운구곡’이라 이름 지었다. 김수증은 당쟁이 격화되던 시기인 1670년, 벼슬을 내려놓고 화천의 깊은 골짜기로 들어왔다. 그가 머물던 곳은 구곡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제6곡 ‘와룡담(臥龍潭)’이었다. 이곳에는 그가 직접 지은 농수정과 곡운정사가 자리했다. 정사는 학문을 익히고 후학을 양성하는 공간으로, 후에 서원으로 발전하기 전 학당의 역할을 하였다. 김수증은 자신이 사랑한 곡운구곡의 풍광을 남기고 싶어 했다. 이에 따라 1682년, 평양에서 활동한 궁중화원 조세걸에게 ‘곡운구곡도첩(谷雲九曲圖帖)’을 그리게 했다. 실경산수화와 서예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화첩에는 ‘와룡담’을 비롯한 아홉 곳의 절경이 담겼고, 그림마다 당대의 문인들이 쓴 시가 곁들여졌다. 이는 단순한 산수화가 아니라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DIMF)이 2025 뮤지컬 인큐베이팅사업 리딩공연 선정작 5편을 발표했다. 이번 인큐베이팅사업 리딩공연은 개발 초기 단계의 신작 뮤지컬을 지원하는 DIMF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지역의 창의적이고 잠재력 있는 신작을 발굴·지원해 완성도를 높이고 초연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올해 선정된 작품들은 전통과 현대, 판타지와 현실, 가족애 등 폭넓은 소재를 참신한 방식으로 담아내 뮤지컬 장르의 다양성을 확장하고 지역 공연계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선정된 5편의 작품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받은 이들에게 치유와 위로를 전하는 '릴라 씨의 인형가게' ▷심청전과 별주부전을 새롭게 각색해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는 '심청이와 별주부, 바다를 구하라!' ▷현대 2030세대의 연애 문제를 담아낸 로맨틱 코미디 '운명의 붉은 실' ▷정신병원에 갇힌 비운의 천재 조각가 카미유 클로델의 삶과 내면세계를 그린 '카미유 클로델' ▷조선시대 명현, 탁영 김일손의 거문고를 의인화해 음악과 인생을 깊이 있게 풀어낸 '탁영금'이다. 선정된 작품들은 오는 6월 20일 개막하는 제19회 DIMF 기간 중 3~40분 내외의 리딩 공연 형태
'불멸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명작들이 20일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관람객들은 37세로 요절한 천재의 붓질을 지근거리에서 감상하며, 그의 생애와 예술적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벌써부터 기대를 모은다. '2025 세계유명미술특별전-불멸의 화가 반 고흐(반 고흐 특별전)'가 오는 25일부터 6월 22일까지 대전시립미술관에서 90일간 휴관 없이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네덜란드 크륄러 뮐러 고흐 컬렉션 중 유화 39점, 드로잉 37점 등 총 76점이 최근 도착, 이날부터 미술관에 설치되기 시작했다. 관계자들은 추정 작품가 총액이 1조 1600억 원에 달하는 작품들을 전시장에 미리 둔 방탄 소재 상자로부터 밀봉된 작품을 꺼내 포장을 벗기고 손상된 부분이 없는지 세심하게 살폈다. 이후 작품에 따라 높이와 간격을 조정해 배치했다. 또 작품 보호 등을 위해 구조물도 사전 설치했다. 대전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유화의 경우 최대 80㎝까지 접근이 가능하도록 설치, 관람객들의 접근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전시장은 고흐의 생애와 예술적 변화에 따라 네덜란드, 파리, 아를, 생레미, 오베르 쉬르 우아즈 시기로 구분했다. 시기별 대표 작품들을 감상하며 자연스럽게 고흐의
"당신은 지금 어디에서 봄을 기다리고 있나요?" 누군가는 꽃 피는 거리를 걷고, 누군가는 따스한 햇살을 창문 너머로 바라본다. 하지만 이곳 경북 영양군 죽파리의 자작나무숲에서는 계절이 조금 다르게 흐른다. 겨울의 마지막 눈이 수피(樹皮)에 내려앉아 있고, 봄의 첫 기척이 바람 끝에 머물고 있다. 그리고 이 숲은 아무 말 없이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며 당신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제 그 고요한 순백의 숲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30년 기다린 숲…꽃말 '당신을 기다립니다' 봄은 아직 머뭇거리지만, 숲은 먼저 계절을 품기 시작했다. 영양 자작나무숲에는 겨울의 마지막 숨결과 봄의 첫 기척이 동시에 머물고 있다. 경칩(만물이 잠에서 깨는 시기, 3월 5일)이 지났지만 자작나무숲 곳곳엔 소복한 눈이 아직 녹지 않았다. 그러나 그 위로 내리쬐는 햇살은 분명히 말하고 있다. 봄이, 지금 이 숲으로 향하고 있다고. 숲에 발을 들이는 순간 한 편의 동화 속으로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든다. 하얀 자작나무들이 쭉쭉 뻗은 채 하늘을 향해 자라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장관이다. 수피에 햇살이 닿을 때마다 은빛이 번쩍이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가지마다 걸린 눈꽃은 아직 겨울의
“어린 시절 동네 형들을 따라 제일극장에서 본 ‘십계’가 처음 본 영화였습니다. 당시 티켓값이 100원이었죠. 십계, 벤허, 타이타닉…. 세월이 흘러도 그 아름다움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매표소 앞에 길게 늘어선 줄, 영화 속 배우와 닮은 듯 닮지 않은 듯 강렬함이 전해지던 극장 간판, 어둑한 상영관과 어디선가 풍겨오는 달콤짭짤한 냄새, 작은 몸을 압도하는 대형스크린…. 지역민들을 웃고 울리던 영화의 추억들이 가득 담긴 광주의 극장들. 그러나 지역의 극장들은 시대 흐름과 함께 새롭게 생겨나고 변화하고 사라져갔다. 광주 극장들의 역사를 담은 책이 발간돼 눈길을 끈다. 광주시 동구가 엮은 ‘동구의 극장과 사람들’은 영화계 원로들이 전하는 광주 극장들의 흥망성쇠에 관한 이야기이다. 위경혜 전남대 연구교수가 책임과 감수를 맡았으며 임인자 독립책방 ‘소년의 서’ 대표, 윤연우 시각예술작가가 연구원으로 참여했다. 1917년 일제강점기 광주 최초의 극장 ‘광주좌’가 황금동에 자리잡은 이후 동구는 광주의 영화산업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해방 이후 무등극장과 광주극장 등 충장로와 금남로, 광주천변을 중심으로 영화관들이 차례차례 생겨났다. 하지만 TV와 비디오의 보급으로 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