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층짜리 초고층 건물을 해체하는 초유의 철거 작업을 앞두고 HDC현대산업개발이 해체·철거 기술력이 풍부한 해외 업체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고 있다.그룹 회장까지 나서서 ‘70개월’ 시간표를 제시한 데다 원청이 20층 이상 건물을 철거해 본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안전하고 빠른 철거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현대산업개발은 붕괴 사고가 있었던 광주시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 철거 작업과 관련해 독일의 건설장비 업체 P사와 협업을 검토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해당 업체는 벽체 건설용 대형 콘크리트 거푸집을 생산·보급하는 회사로, 화정아이파크 시공 당시에도 이 회사의 RCS(Rail Climbing System) 거푸집이 사용됐다. 그만큼 가장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해외 업체를 섭외한다는 방침이다.현대산업개발은 구체적인 철거 공법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P사와의 협업까지 이야기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철거 작업에 속도가 붙으려면 안전한 철거 기술과 관련 경험을 갖춘 협력사를 빠르게 구하는 게 관건이라는 것이다.화정아이파크는 최고 39층, 136m에 달하는 초고층건물이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이만큼 높은데다 완공조차 되지 않은 건물을 철거한 사례가 없다.
최근 무등산에는 등산복을 입은 ‘어른들’보다 형형색색 옷을 갖춰입은 젊은이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한 때 무등산이 퇴직자 등 노년층이 주로 찾아 ‘운치’를 즐기던 산이었다면, 지금은 전국적인 ‘운동 열풍’과 더불어 화려한 무등산 풍경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으려는 젊은이들이 몰려들어 ‘인스타 성지’로 떠올랐다. 주말이면 SNS ‘인스타그램’에는 ‘#무등산’ 해시태그가 적힌 게시물이 100여건씩 올라오고 있다. 2030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세련된 옷차림으로 중머리재, 서석대 등에 올라 인증샷을 찍고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리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서석대 풍경을 바탕으로, 중머리재 표지석을 끌어안고, 자신만의 숨은 포토존을 배경으로 매주 다양한 사진을 찍어 올리고 있다. 이들은 나아가 “힘들지만 보람차다” “날씨도 풍경도 좋다”며 ‘팔로워’들의 무등산행을 독려하고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무등산 유행은 2020년께부터 시작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야외에서 모여서 할 수 있는 운동이 제한되자 거리두기 걱정 없이 혼자, 연인끼리, 친구끼리 즐길 수 있는 등산이 열기를 더해 가고 있다. 팬데믹으로 골프가 유행을 탄 것과 비
광주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철거 작업에 앞서 ‘안전 대책’을 요구하던 인근 상인들이 되레 고발당해 검찰에 넘겨지자, 인근 상인들로 구성된 대책위가 피해자 2차 가해를 멈출 것을 현대산업개발측에 요구했다.화정아이파크 피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8일 광주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공사현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산업개발이 지난 5년간 공사로 피해를 입은 상인들에게 어떠한 보상과 사과도 하지 않고, (철거 공사에 대한) 안전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피해상인들을 되레 고소해 검찰까지 보냈다”며 “이는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업무방해 고소건에 대한 검찰송치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의 공식적인 사과 방문이 없을 시 더 이상의 어떠한 협의나 협상도 거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대책위는 화정아이파크 공사로 소음·비산먼지, 매출 감소 등 피해를 입은 인근 60여개 상가가 모여 결성한 단체다.대책위 회원 7명은 지난 4월 25일부터 화정아이파크 공사 현장 진출입로를 1t트럭과 승용차 등으로 막는 등 업무방해 혐의로 지난달 1일 현대산업개발에 고발당했다. 이 중 진출입로를 막
“그동안 5·18 유가족과 어머니들은 가해자를 용서해주고 싶어도 용서할 상대를 찾지 못했습니다. 비록 조금 늦긴 했지만, 이렇게 용서를 구하러 찾아와 줘서 고맙습니다.”(추혜성)5·18민주화운동 진압작전에 참가한 공수부대원 3명이 5·18 피해자 가족에게 사죄하고 용서를 구했다.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5·18 진상조사위)는 1980년 5월 당시 제3공수여단 소속이었던 A 중사와 B 중대장, 제11공수여단 소속 C 일병 등 3명이 지난 19~20일 이틀 간 광주시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피해자 가족을 만났다고 24일 밝혔다. 조사위는 최근 계엄군들을 전수조사하던 중 일부 계엄군이 ‘피해자들을 만나 사죄하고 싶다’고 요청해 오자 이번 만남을 주선했다. 이에 5·18 최초 사망자인 김경철씨의 어머니 임근단씨 등 10명이 소식을 듣고 참석 의사를 밝혔다.19일 A 중사와 B 중대장은 피해자 가족들을 만나 머리 숙여 사죄했다.이들은 “늦었지만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너무 죄송하다. 우리가 당시 너무 심했다”고 후회했다. 이들은 1980년 5월 현장에서 자신들이 목격한 장면, 대검으로 시위대를 찌르는 행위 등 진압과정을 증언하기도 했다.C 일병은 20일 피
“한국에서 다시는 국가 폭력이 반복되지 않도록, 미래 세대가 그 뜻을 이어갈 수 있도록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아야 합니다.” 제42주기 5·18민주화운동 전야제가 열린 17일 오후 광주 금남로는 5·18을 온몸으로 느끼려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독일에서 온 50대 남성, 미국에서 온 언론인, 광주를 비롯한 전국에서 ‘5월 광주’를 만나러 온 이들은 한목소리로 “5·18은 한국 민주주의의 상징” “5·18 정신 헌법 수록 지지”라고 밝히며 5·18을 치켜세우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일부는 “5·18 광주를 광주에만 가둬선 안 된다”는 애정어린 조언을 했다. 자신을 독일에서 온 아스콜트(Askold·55)라고 밝힌 남성은 “5·18 40주년에 꼭 광주에 오고 싶었는데, 코로나19 유행 때문에 오지 못했다”며 “벼르고 별렀던 5월 광주 한복판에 내가 와있다는 게 감격스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아스콜트씨는 독일 내 난민들에게 독일어를 가르치는 단체 비아둑트(Viadukt)에서 활동하는 교사다.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20대 시절인 1990년대 비디오테이프로 5·18 관련 영상을 접했다고 한다. 그는 “광주 시민들이 같은 나라 군인들에게 저항도 못하고
들불열사 김영철과 딸 무용가 김연우씨 이야기 “아빠가 목숨을 바쳐 지킨 자유로운 세상에서 저 또한 자유롭게 춤추고 싶어요.” ‘들불열사’ 고(故)김영철 열사의 딸인 무용가 김연우(42·북구 오치동)씨는 지금도 아버지를 생각하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고인은 5·18 민주화운동을 앞장서서 이끌다 고초를 겪었고 그 때 얻은 후유증으로 운명할 때까지 18년 여생의 대부분을 정신병원에서 보냈다. 투사로서 굽힐 줄 모르는 삶을 살았지만 연우씨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가족 앞에서는 한없이 따뜻하고 자상하기만 했던 ‘아빠’였다. 그 아픔을 이해하기엔 너무 어렸던 연우씨는 지금까지도 아버지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안고 있다. 고인 김영철은 박기순·박관현 열사 등과 함께 1978년 들불야학을 결성, 야학운동을 주도했던 대표적인 인물이다. 피난민과 부랑자들이 모여 살던 광천 시민아파트에 거주하며 주민들의 주거생활 전반을 개선하는 지역공동체 운동을 이끌었다. 5·18 당시에는 시민학생투쟁위원회 기획실장을 맡아 항쟁의 선봉에 섰다. 정부와 언론의 흑색선전에 맞서 투사회보를 만들어 시민에게 배포하고, 민주수호 범시민궐기대회를 주도했다. 5월 27일 계엄군에 맞서 카빈 총을 들고 새벽
광주시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 철거 및 재시공 작업의 절차가 차츰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HDC현대산업개발은 현재 철거 방식·일정 등이 담긴 안전관리계획서를 작성하고 있으며, 당국 승인을 받는 즉시 철거 작업에 돌입할 계획이다.현대산업개발은 해체 공법으로 다이아몬드가 섞인 끈(와이어)으로 구조물을 잘라내는 ‘다이아몬드 와이어 절삭’(DWS) 방식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축물을 철거하는 공법은 폭약으로 건물을 주저앉히는 발파공법, 굴착기로 상층부부터 철거하는 크러셔 공법 등이 일반적이다. 다만 발파공법은 인근 주거지·버스터미널 등에 피해가 크고, 크러셔 공법은 불안정한 사고 동에 중장비를 올리기 어려운데다 25층 이상 초고층 건물에 적용한 사례가 없어 화정아이파크 현장에는 적용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다만 DWS공법은 잘라낸 구조물을 곤돌라 등 장비로 일일이 지상으로 내려보내야 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이 방식은 사고 동인 201동에서 추가 붕괴 위험이 있는 22~39층 동쪽 기둥과 남쪽 외벽을 철거하는 안정화 작업에 먼저 활용될 계획이다.각 동별로 개별 철거를 할 것인지, 동시다발적으로 철거할 것인지 여부는 아
박모씨는 지난 5일 연휴를 맞아 가족들과 서울에 가려고 광주송정역을 들렀다 황당한 일을 당했다. 광주송정역 표지판과 유사한 간판만 보고 주차장에 차를 댔는데, 막상 결제를 하려고 보니 가격이 두배 이상 비싼 사설 주차장이었던 것이다. 열차 시간이 임박해 서둘러 3일치 주차비인 5만 4000원을 선 결제하고 역사로 뛰어갔지만, 바가지를 썼다는 생각에 연휴 내내 분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어린이날 등 지난 황금연휴 동안 광주송정역을 이용한 시민들 사이에서 “주차장 때문에 못살겠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가뜩이나 광주송정역에 주차 공간도 부족한데, 부설주차장 행세를 하며 방문객을 꾀어 2~3배 비싼 요금을 물리는 ‘얌체 운영’이 해도해도 너무하다는 게 시민들 목소리다. 현재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광주송정역에서 운영하고 있는 부설주차장은 총 5곳으로, 이용료는 1일 7000원이다. 철도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하루종일 1만원이면 주차할 수 있다. 하지만 5개 주차장 주차대수는 총 717면으로, 이용객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광주송정역 1일 이용객은 평일 1만 7000명, 주말 2만 5000명 수준이다. 차를 댈곳이 없는 방문객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사설 주차
치솟는 물가(物價)로 인해 우리 사회 곳곳에서 갈등이 터져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성 과잉이 부른 원자재 가격 상승이 광주·전남지역의 원하청 갈등, 생산 차질이라는 후폭풍으로 몰아치기 시작한 것이다.호남·제주지역 골조공사 전문업체 52개사는 20일 일손을 내려놓고 광주로 몰려와 원청사를 상대로 계약 단가 조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호남·제주 철근콘크리트 연합회 소속사로 이날 광주시청 앞에서 계약단가 조정 등을 촉구하는 시위를 열었다. 당초 전국 회원사 190여개 업체가 참여하기로 했으나 일부지역에선 원청사와 합의가 이뤄져 호남·제주 연합회 단독으로 진행됐다.이들은 “물가가 무섭게 올라 자재비가 70% 가까이 치솟았다. 자재가격은 올랐는데 하도급 단가는 그대로니, 매달 돌려막기로 적자를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며 “ 철근콘크리트 업체는 당장 월급도 못주는데 원청사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원청이 계약 단가를 조정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공사 진행이 불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철콘업계가 줄도산할 상황”이라고 주장했다.김양록 호남·제주 철근콘크리트 연합회장은 “도급 계약금으로는 감당할
“러시아 침공에 고향을 떠나왔어도 저는 꿈을 잃지 않았어요. 얼른 한국 말, 한글 배워 한국 생활에 적응하고 프로그래밍 공부도 열심히 해 보란듯이 IT(정보통신) 개발자가 되고 싶어요.” 지난 15일 오후 3시께 광주시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 꼭 학교 교실처럼 생긴 고려인마을 종합지원센터에서 한글 수업을 듣던 아들 올렉산(16·Oleksan Vartapetian)군의 당찬 포부를 듣자 어머니 루이자(55·Kulishova Luiza)씨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최근 고려인마을에서는 우크라이나 난민 자녀와 고려인을 위한 ‘한글 교육’이 한창이다. 이 수업은 본래 한국말이 서툰 고려인들의 한국 적응을 앞당길 수 있도록 만든 수업이지만, 최근 고려인마을에 우크라이나 피란민이 늘자 학령기 자녀를 위한 ‘한국사회 적응교육’으로 범위를 넓혔다고 한다. 이날도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는 난민 자녀 7명을 포함한 21명의 학생이 모여 한글 수업을 들었다. 7~16세 초·중·고교생으로 구성된 학생들은 ‘세종대왕’을 바탕으로 한글과 한국(조선)의 역사를 배웠다. 교사 박 빅토리아(Pak Victoria)씨의 지시에 따라 또렷한 발음으로 ‘세종대왕’을 따라 읽고, 세종대왕 초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