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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39층 아파트 철거 도와주세요” 현대산업개발, 獨 업체에 ‘SOS’

화정 아이파크 철거 협력 논의…20층 이상 절단 공법·저층부 중장비 올려 압쇄용법 유력

 

39층짜리 초고층 건물을 해체하는 초유의 철거 작업을 앞두고 HDC현대산업개발이 해체·철거 기술력이 풍부한 해외 업체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고 있다.

그룹 회장까지 나서서 ‘70개월’ 시간표를 제시한 데다 원청이 20층 이상 건물을 철거해 본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안전하고 빠른 철거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산업개발은 붕괴 사고가 있었던 광주시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 철거 작업과 관련해 독일의 건설장비 업체 P사와 협업을 검토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해당 업체는 벽체 건설용 대형 콘크리트 거푸집을 생산·보급하는 회사로, 화정아이파크 시공 당시에도 이 회사의 RCS(Rail Climbing System) 거푸집이 사용됐다. 그만큼 가장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해외 업체를 섭외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산업개발은 구체적인 철거 공법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P사와의 협업까지 이야기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철거 작업에 속도가 붙으려면 안전한 철거 기술과 관련 경험을 갖춘 협력사를 빠르게 구하는 게 관건이라는 것이다.

화정아이파크는 최고 39층, 136m에 달하는 초고층건물이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이만큼 높은데다 완공조차 되지 않은 건물을 철거한 사례가 없다.

더구나 현대산업개발은 물론 협력사를 동원한 사례까지 포함하더라도 20층 이상 고층 건물을 철거해 본 경험이 없어 신중하게 철거 공법을 고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20층 이상 고층부에서는 절단 공법을 활용하고, 저층부에서는 굴삭기 등 중장비를 올려 압쇄 공법을 활용하는 게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절단 공법으로는 다이아몬드가 섞인 끈(와이어)으로 구조물을 잘라내는 ‘다이아몬드 와이어 절삭’(DWS) 방식이 고려되고 있다.

김정수 대한건축구조기술사회 호남지회장은 “단순히 층수가 높다고 위험한 게 아니다. 붕괴되다 남은 사고동이 해체 도중 무너지는 등 2차 사고 위험이 크다는 게 문제다”며 “현대산업개발뿐 아니라 국토안전관리원과 서구청도 충분한 검수를 거쳐 안전한 철거 공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명기 동신대학교 교수는 “사고동뿐 아니라 100미터 이상 높이로 비계를 쌓으면 비계가 무너질 수도 있고, 고층에서 인근으로 파편이라도 떨어지면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고려해야 할 위험 요소가 매우 많다”며 “이번 철거 작업은 추후 초고층 건물을 철거할 때 참고할 사례가 된다. 안전한 철거 기술을 습득한다는 뜻에서 현대산업개발이 책임감을 갖고 작업을 진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1월 11일 화정아이파크 신축 현장에서는 39층짜리 건물 공사 중 201동 23∼38층 일부가 붕괴하면서 하청 노동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사고 현장은 현재 추가 붕괴 위험이 있는 22~39층 동쪽 기둥과 남쪽 외벽을 철거하는 안정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공사비 2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8개 동을 전부 철거한 뒤 재시공하기로 했으며, 철거 기간은 70개월(5년 10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