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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5·18은 한국 민주주의 상징…5·18 정신 헌법 수록 지지”

5월 광주 금남로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
독일 중년 “광주 한복판에 와 있어 감격”
美 언론인 “5·18을 광주에 가두지 마라”
‘5·18 정신’ 전하려 자녀 동행 경기 주민

 

“한국에서 다시는 국가 폭력이 반복되지 않도록, 미래 세대가 그 뜻을 이어갈 수 있도록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아야 합니다.”

제42주기 5·18민주화운동 전야제가 열린 17일 오후 광주 금남로는 5·18을 온몸으로 느끼려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독일에서 온 50대 남성, 미국에서 온 언론인, 광주를 비롯한 전국에서 ‘5월 광주’를 만나러 온 이들은 한목소리로 “5·18은 한국 민주주의의 상징” “5·18 정신 헌법 수록 지지”라고 밝히며 5·18을 치켜세우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일부는 “5·18 광주를 광주에만 가둬선 안 된다”는 애정어린 조언을 했다.

 

 

자신을 독일에서 온 아스콜트(Askold·55)라고 밝힌 남성은 “5·18 40주년에 꼭 광주에 오고 싶었는데, 코로나19 유행 때문에 오지 못했다”며 “벼르고 별렀던 5월 광주 한복판에 내가 와있다는 게 감격스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아스콜트씨는 독일 내 난민들에게 독일어를 가르치는 단체 비아둑트(Viadukt)에서 활동하는 교사다.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20대 시절인 1990년대 비디오테이프로 5·18 관련 영상을 접했다고 한다. 그는 “광주 시민들이 같은 나라 군인들에게 저항도 못하고 쓰러지고 있었다. 참혹하고, 정말 끔찍한 장면이었다”며 “한국 사람들이 지금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가 5·18을 비롯한 시민들의 피땀으로 이룩한 것임을 미래세대에 잘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광주 시민들은 폭력에 지지 않고 민주주의를 쟁취했다. 5·18 정신 헌법 수록 등을 놓고 이슈가 있는 것 같은데 반드시 이뤄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미국 미네소타 출신으로 사진기자로 활동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스테판 원로(Stephen wunrow·63)씨는 “광주 정신은 광주만의 것이 아니라 한국 전체의 정신이나 마찬가지”라며 우회적으로 5·18 정신을 광주에 가두는 것을 경계해달라고 조언했다.

원로씨는 “1999년 처음 5·18행사에 참석한 이후 기회가 될 때마다 5월이면 금남로에 왔다”며 “20여 년 전에는 과거를 기억하고 추모하려는 분위기가 강했는데, 지금은 다 함께 한마당 즐기는 분위기가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광주에 온 것도 5·18 민주화운동의 현장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다. 민주주의의 현장인 이곳을 꾸준히 앵글에 담고 싶다”고 말했다.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두고는 “5·18 정신과 가치를 모든 한국인과 미래세대에 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동의했다.

박호림(36·경기도 화성시)씨는 이날 아들 주현(13)·상현(9)군의 손을 꼭 잡고 금남로에 나왔다.

박씨는 “아버지가 5·18을 직접 겪으셨던지라 5월이 되면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난다. 5월을 맞아 충장로에 살고 계신 아버지를 뵙고 아이들에게도 5·18 현장을 몸소 보여주려고 모처럼 광주에 왔다”고 말했다.

박씨는 아버지를 통해 1980년 5월 당시 참혹했던 광주의 이야기를 많이 접했으며, 자신도 그 뜻을 이어 5·18 정신을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행사장에 오기 전 아이들에게도 “광주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지켜냈고, 그 덕분에 우리가 지금 민주주의를 누리면서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박씨는 “5·18 정신을 헌법에 수록하는 것은 찬성하나, 정치적인 의도로 악용되진 않을까 걱정된다”며 최근 이슈로 부상한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관한 생각을 밝혔다.

이날 만난 광주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공감했다.
 

 

손성탁(65·북구 두암동)씨는 “주먹밥을 먹으며 42년 전 장면을 떠올렸다. 5월이 되면 당시 전남대 등지에서 교수들이 태극기를 들고 민주주의를 부르짖던 장면들이 떠오른다”고 얘기했다. 손씨는 “진작 5·18 정신이 헌법 전문에 수록됐어야 하는 게 아닌가. 이번 세대도, 다음 세대도 오월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다”고 했다.

구관영(22·남구 봉선동)씨와 이하영(21·서구 풍암동)씨는 “5·18 기억을 계속 되새기고 그 정신을 알리는 일인 만큼 백번 찬성한다”면서도 “다만 우리 삶과 동떨어진 이야기로 들리기도 한다. 사람들에게 어렵게 다가오지 않도록 쉽고 명확하게 수록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구 충장동에서 온 김명운(88)·조순혜(86)씨 부부는 “운이 좋았는지 80년 5월 우리는 잠시 여수에 있었다. 그 뒤로 광주에 와서 보니 말 그대로 민간인들을, 시민들을 짐승 취급했더라”며 “그때만 생각하면 마음이 미어진다. 보수정권이든 민주당정부든 5·18을 기념하는 데 다른 목소리를 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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