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19일부터 10월4일까지 '평화의 숨결, 아시아의 미래'라는 슬로건으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45억 아시아 전역에 인천이란 도시를 알린 대규모 국제 행사였다. 도시를 밝혔던 성화가 꺼진 지 10년, 아시안게임이 인천에 남긴 유산은 무엇인지 되돌아볼 시점이다. 인천아시안게임·패러게임 10주년을 기념하는 KBS열린음악회가 개최된 지난 10일 오전 서구 연희동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전체 면적 63만㎡)을 찾았다. 인천아시안게임 개·폐막식을 치른 기념비적 장소이자, 현재 인천아시안게임을 기억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유형의 유산'이다. 10년 전 영광의 순간, 현재 남겨진 것들, 앞으로 주어진 과제를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날 저녁에 막을 올릴 열린음악회를 보기 위해 수백명의 관객이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서면서 아시아드주경기장 일대는 소란스러웠다. 그러나 경기장 안에 입점한 카페와 영화관, 예식장은 한산했다. 평일 오전 아시아드주경기장 풍경은 이처럼 인적이 뜸하다. 가끔 대규모 공연 등 특별한 행사가 있거나 결혼식이 있는 주말에만 북적인다. 경기장은 인천도시철도 2호선 아시아드경기장역과 도보로 20분 정도 떨어져 있다. 인근 상권은
비좁은 공간에서 생기를 잃은 동물의 이야기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더러는 죽고, 버티다 못해 도심으로 탈출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경인일보는 지난 5월부터 동물 방치와 학대가 자행되는 전국 동물원의 실태를 추적했다. 관련 법·규정의 미비점을 살피고, 독일·네덜란드·일본 등 현지 동물원 취재를 통해 국내 동물원의 개선 가능성과 미래를 모색한다. 부천시 한 실내 동물원(플레이아쿠아리움) '정글존'. 이름처럼 울창한 정글 수풀이 떠오를 법한 이 구역에는 호랑이와 반달가슴곰이 살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동물들의 존재를 지우면 얘기는 달라진다. 콘크리트 모형 바닥과 인위적인 조형물이 놓인 비좁은 공간만 남을 뿐이다. 지난달 4일 플레이아쿠아리움. 취재진은 올해 1월에 이어 6개월 만에 이곳을 다시 찾았다. 정글존 내 사자가 있던 자리를 다른 동물이 채웠을 뿐 생활환경은 달라진 게 없었다. 반달가슴곰은 여전히 머리를 좌우로 흔드는 무의미한 움직임인 정형행동을 보였고, 호랑이는 눈이 풀린 상태로 맥없이 창밖만 바라봤다. '경기도민청원'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 동물원의 열악한 사육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민원이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 동물원 동물들이 열
정부가 가상자산을 화폐로 인정하지 않고 규제 만들기를 게을리하는 사이 허술한 법망을 틈타 가상자산 범죄가 판을 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자산투자 열풍이 불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며 서민을 노린 금융범죄까지 횡행하고 있다. '욘사마 코인' 퀸비컴퍼니 상장폐지 사건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상장사가 금융위원회에 가상자산사업자 등록 신고를 마친 정상적인 거래소에 상장했다가 해킹 등 코인 물량의 비정상 유출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이들과 같이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의 고소가 잇따르고 있다. 빗썸글로벌과 빗썸코리아에 상장했다 거래지원이 종료된 '욘사마 코인' 퀸비컴퍼니와 퀸비와 계약을 맺고 투자한 블록체인업체 렛츠컴바인은 지난 2020년 각각 서울중앙지검과 서울용산경찰서에 특경법상 컴퓨터 등 사용 사기 혐의로 고소장을 냈다. 두 고소인은 현재 특정할 수 없는 인물들이 각자 소유한 암호화폐 지갑의 퀸비 코인 QBZ를 원격 조종으로 해킹해 탈취해 갔다고 주장했다. 퀸비의 추산 피해액은 당시 QBZ 거래액 기준 우리 돈으로 26억1천여만원이고, 렛츠컴바인의 피해액은 5억5천500여만원이다. 이강혁 퀸비컴퍼니 대표는 "당시 해킹으로 의심되는
부동산 폭등, 주식 광풍과 함께 불안정 자산시대의 한 축엔 가상자산 투자 열풍도 있다.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에 개설된 계좌 수만 지난해 상반기 기준 550만명에 달하는데, '넘사벽'이 돼버린 부동산값에 좌절한 2030세대가 빠져들기 시작하더니, 중장년층까지 투자에 가세한 형국이다. 이 덕에 가상자산 거래금액은 이미 코스피 거래대금의 2배를 뛰어넘은 상황이다. 불확실성이 넘쳐나는 이 시장은 말 그대로 '하이 리스크(High Risk)'가 분명한데도 날이 갈수록 급성장 중이다. 이에 정부도 가상자산사업자 신고·허가제를 통해 감시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지금까지 투자자와 코인 상장사를 보호할 안전장치 마련에는 손을 놓고 있다. 혼란한 틈을 타 개미 투자자들을 노린 코인 범죄도 점점 진화하고 있다. 경인일보는 '욘사마 코인'으로 불린 퀸비컴퍼니의 상장과 몰락을 통해 가상자산 거래의 허점과 규제 미비로 인한 피해를 낱낱이 파헤쳤다. → 편집자 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2위인 '빗썸'에 상장한 이른바 '배용준 코인'이 디지털 쓰레기로 전락했다. 퀸비컴퍼니(Queenbee company·이하 퀸비)는 2020년 2월 가상자산사업
6남매를 키우는 다둥이 엄마에게 실례인 줄 알면서도 이렇게 물었다. "다들 아이를 안 낳고 싶어하는데, 왜 이렇게 많이 낳으셨어요?" 수원시 정자동의 한 아파트에는 6남매 가족이 산다. 정민경(45)씨는 고등학교 1학년 첫째부터 6살 막내에 이르기까지 청소년과 미취학 아동을 동시에 돌보고 있는 엄마다. 지난 20일 아이 대부분이 학교와 유치원을 간 틈을 타 다둥이네 집에서 민경씨를 만날 수 있었다. 민경씨는 어릴적 7남매와 함께 컸다. 그는 시끌벅적하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집안 분위기가 좋았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남편과 자녀 계획을 세울 때부터 다둥이 가족이 되길 바랐다. 우문(愚問)에 대한 그의 답변은 결국 '행복'이었다. 민경씨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했다. 구김살 없이 자란 아이들이 서로 양보하며 잘 지내는 모습을 보는 게 그의 낙이다. 그래도 아이들에겐 자신의 삶과 반대로 살아가라고 말한다. "후회는 없지만, 아이한테는 그래요. 엄마처럼 많이 낳지 말라고. 아이들 입히고, 먹이고, 가르치는 게 힘드니까…." 수원 '다둥이가정' 정민경씨네 후회없지만 '현실 부담' 이야기 아이 많아… 집주인 계약 꺼려 결국 현실적인 이야기로 대화 주제가 넘어갔다. 민경
서윤아(가명·32)씨는 두 아이의 엄마다. 지난 2013년 결혼한 서씨는 슬하에 7살, 6살 연년생 남매를 뒀다. 그는 결혼생활 5년 만인 2018년 남편과 돈 문제로 갈등을 겪다 별거를 시작했다. 남편에겐 사채 빚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부터 서씨는 두 아이를 홀로 키워야만 했다. 서씨 가족의 보금자리는 원룸이었다. 그는 물류센터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벌고 엄마만 애타게 바라보고 있는 어린 자녀들까지 돌봐야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나빠졌다. 월세를 제때 내지 못해 서씨 가족은 원룸에서조차 쫓겨날 처지에 내몰렸다. 서씨, 흉기로 6살 아들에 상처 살인미수 기소 1심서 징역 4년 서씨는 6살 아들의 가슴을 흉기로 찌른 범죄자다. 그는 지난 2월 두 아이와 함께 오산시로 여행을 떠났다. 아이들에게는 여행이라고 말해뒀지만, 실상은 자신과 아이들의 생을 마감하기 위한 여정이었다. 그는 숨바꼭질을 하자며 아들을 화장실로 유인했고, 미리 준비한 흉기로 아들의 가슴을 두 차례 찔렀다. 정신을 잃은 아들을 침대에 눕힌 서씨는 곧이어 자신의 복부를 흉기로 한 차례 찌른 뒤에 쓰러졌다. 사건을 목격한 딸이 모텔 관리인을 방에 데리고 왔고, 관리인은 즉시 1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우리의 아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만 없는 게 아니다. 아이를 위한 도시도 없다. 어둠 속에 방치된 아이는 드러나지 않은 우리 이웃의 이야기다. 양육의 기본적인 책임은 1차로 보호자에게 있다.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인 양육과 치료·교육을 소홀히 하면 형법, 아동복지법,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에 따라 벌금을 내거나 징역을 살아야 한다. 1차적인 책임을 보호자에게 지우면서도 대한민국 법은 보호자에게 양육 책임을 전적으로 지우진 않는다. 아동복지법의 모법(母法)으로 1961년 12월 제정된 '아동복리법(현 아동복지법)'은 구청장·시장·군수에게 보호해야 할 아동이나 임산부를 발견하면 광역시·도 지자체장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60년 전부터 이 법은 시·읍·면엔 아동위원을 두고 관할구역 내 아동의 생활상태나 가정환경을 상세히 파악해 필요한 원조와 지도를 해야 한다는 이른바 '자녀 양육 오가작통(五家作統)제'로 작동했다. 아동을 보호하는 법은 광범위하고 촘촘하다. 하지만 아동 양육의 기본적인 책임을 다할 수 없어 비극의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는 보호자와 그 가
개발제한구역이 정부의 정책사업 유보지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주택단지와 산업단지 공급, 경기장 건설 등을 위해 개발제한구역 부지가 활용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을 놓고 '공로민불(공공이 하면 로맨스, 민간이 하면 불법)'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져 쓰이는 실정이다. 정책사업 추진되는 개발제한구역 인천 지역의 개발제한구역은 지난 2월 현재 71.55㎢ 규모다. 미추홀구와 연수구, 남동구, 부평구, 계양구, 서구 등 6개 기초단체에 걸쳐 있다. 2006년부터 10여 차례에 걸쳐 조금씩 해제가 진행됐는데, 지금까지 약 9.01㎢의 개발제한구역이 다양한 이유로 해제됐다. 서창2지구·가정지구(3.41㎢)와 인천경서국민임대주택단지(0.14㎢), 인천구월 보금자리주택지구(0.73㎢), 인천가정2 공공주택지구 조성(0.24㎢) 등 주택 공급을 위한 개발제한구역 해제가 많았다. 인천 약 9.01㎢ 10여차례 조금씩 해제 상당수 주택 공급… AG 경기장 조성도 아시안게임 경기장 조성(1.36㎢)과 계양 서운일반산업단지, 남동 도시첨단산업단지 등 산단 조성(0.75㎢), 남촌농산물도매시장, 소래어시장 현대화사업 등 시장 조성(0.17㎢) 등 정부와 지자
인천 계양구 귤현·동양·박촌동 일대 개발제한구역은 해제를 앞두고 있다. 이 일대가 정부의 3기 신도시 중 하나인 '계양테크노밸리' 사업 대상지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서울시 경계로부터 2㎞ 떨어져 있고 광역 교통망을 고려해 이 일대를 신도시 공급 지역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환경단체에선 이 일대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는 과정에서 도심 속 녹지로 희귀 동식물의 서식지 역할을 하는 환경적 가치에 대한 고려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2019년 4월 공개된 '인천 계양테크노밸리 공공주택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보면 사업 대상지 내에는 10여 종의 멸종위기 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천여 마리의 큰기러기(멸종위기 2급)가 겨울철 이곳 들판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고, 멸종위기 1급인 맹금류 흰꼬리수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멸종위기 2급인 금개구리와 맹꽁이는 개발 지역 전역에 걸쳐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집단 피해가 불가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 계양TV 3기 신도시 지정 귤현·박촌동 일대 해제 예정돼 금개구리 등 멸종 위기종 피해 환경보전 등 본래의 목적 불구 대규모 개발 도시 연담화 우려 사업을 추진 중인 LH(
'천형(天刑)'. 하늘에서 내리는 큰 벌을 의미한다. 인천 계양구에 사는 당현증(65)씨는 개발제한구역을 천형이라고 불렀다. 그는 부모님으로부터 개발제한구역 내 농지를 물려받았다. 당씨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는 "1990년대 후반까지는 집을 조금 고치는 것도 어려워 새마을운동 당시 수리한 집에 그대로 살았다"며 "많이 좋아졌다고들 하는데, 개발제한구역에선 여전히 농사짓는 과정에서 필요한 싱크대나 샤워시설이 있다는 이유로 과태료가 부과되는 등 생활하는데 어려움이 크다. 그래서 마을사람들이 개발제한구역을 천형이라고 했다"고 했다. 경인일보 취재팀이 만난 개발제한구역 내 주민들은 저마다 표현은 달랐지만 취지는 당씨와 비슷했다. 개발제한구역을 지정한 정부에 대해 "나쁜 사람들"로 불렀고, 그동안 쌓인 '한(恨)'을 토로하는 이도 있었다. 공공주택 공급 등을 이유로 개발제한구역이 쉽게 해제되는 요새 상황을 보면 더욱 감정이 북받친다는 얘기도 많았다. 올해로 50년이 된 개발제한구역은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었다. 지정 당시 독재정권 반발 눌러 "농사짓는 시설도 과태료 부과" 구역내 주민들 반세기 恨 토로 산업화 시대로 접어들던 1970년대. 농촌 인구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