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상자산을 화폐로 인정하지 않고 규제 만들기를 게을리하는 사이 허술한 법망을 틈타 가상자산 범죄가 판을 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자산투자 열풍이 불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며 서민을 노린 금융범죄까지 횡행하고 있다. '욘사마 코인' 퀸비컴퍼니 상장폐지 사건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상장사가 금융위원회에 가상자산사업자 등록 신고를 마친 정상적인 거래소에 상장했다가 해킹 등 코인 물량의 비정상 유출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이들과 같이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의 고소가 잇따르고 있다. 빗썸글로벌과 빗썸코리아에 상장했다 거래지원이 종료된 '욘사마 코인' 퀸비컴퍼니와 퀸비와 계약을 맺고 투자한 블록체인업체 렛츠컴바인은 지난 2020년 각각 서울중앙지검과 서울용산경찰서에 특경법상 컴퓨터 등 사용 사기 혐의로 고소장을 냈다. 두 고소인은 현재 특정할 수 없는 인물들이 각자 소유한 암호화폐 지갑의 퀸비 코인 QBZ를 원격 조종으로 해킹해 탈취해 갔다고 주장했다. 퀸비의 추산 피해액은 당시 QBZ 거래액 기준 우리 돈으로 26억1천여만원이고, 렛츠컴바인의 피해액은 5억5천500여만원이다. 이강혁 퀸비컴퍼니 대표는 "당시 해킹으로 의심되는
부동산 폭등, 주식 광풍과 함께 불안정 자산시대의 한 축엔 가상자산 투자 열풍도 있다.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에 개설된 계좌 수만 지난해 상반기 기준 550만명에 달하는데, '넘사벽'이 돼버린 부동산값에 좌절한 2030세대가 빠져들기 시작하더니, 중장년층까지 투자에 가세한 형국이다. 이 덕에 가상자산 거래금액은 이미 코스피 거래대금의 2배를 뛰어넘은 상황이다. 불확실성이 넘쳐나는 이 시장은 말 그대로 '하이 리스크(High Risk)'가 분명한데도 날이 갈수록 급성장 중이다. 이에 정부도 가상자산사업자 신고·허가제를 통해 감시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지금까지 투자자와 코인 상장사를 보호할 안전장치 마련에는 손을 놓고 있다. 혼란한 틈을 타 개미 투자자들을 노린 코인 범죄도 점점 진화하고 있다. 경인일보는 '욘사마 코인'으로 불린 퀸비컴퍼니의 상장과 몰락을 통해 가상자산 거래의 허점과 규제 미비로 인한 피해를 낱낱이 파헤쳤다. → 편집자 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2위인 '빗썸'에 상장한 이른바 '배용준 코인'이 디지털 쓰레기로 전락했다. 퀸비컴퍼니(Queenbee company·이하 퀸비)는 2020년 2월 가상자산사업
6남매를 키우는 다둥이 엄마에게 실례인 줄 알면서도 이렇게 물었다. "다들 아이를 안 낳고 싶어하는데, 왜 이렇게 많이 낳으셨어요?" 수원시 정자동의 한 아파트에는 6남매 가족이 산다. 정민경(45)씨는 고등학교 1학년 첫째부터 6살 막내에 이르기까지 청소년과 미취학 아동을 동시에 돌보고 있는 엄마다. 지난 20일 아이 대부분이 학교와 유치원을 간 틈을 타 다둥이네 집에서 민경씨를 만날 수 있었다. 민경씨는 어릴적 7남매와 함께 컸다. 그는 시끌벅적하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집안 분위기가 좋았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남편과 자녀 계획을 세울 때부터 다둥이 가족이 되길 바랐다. 우문(愚問)에 대한 그의 답변은 결국 '행복'이었다. 민경씨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했다. 구김살 없이 자란 아이들이 서로 양보하며 잘 지내는 모습을 보는 게 그의 낙이다. 그래도 아이들에겐 자신의 삶과 반대로 살아가라고 말한다. "후회는 없지만, 아이한테는 그래요. 엄마처럼 많이 낳지 말라고. 아이들 입히고, 먹이고, 가르치는 게 힘드니까…." 수원 '다둥이가정' 정민경씨네 후회없지만 '현실 부담' 이야기 아이 많아… 집주인 계약 꺼려 결국 현실적인 이야기로 대화 주제가 넘어갔다. 민경
서윤아(가명·32)씨는 두 아이의 엄마다. 지난 2013년 결혼한 서씨는 슬하에 7살, 6살 연년생 남매를 뒀다. 그는 결혼생활 5년 만인 2018년 남편과 돈 문제로 갈등을 겪다 별거를 시작했다. 남편에겐 사채 빚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부터 서씨는 두 아이를 홀로 키워야만 했다. 서씨 가족의 보금자리는 원룸이었다. 그는 물류센터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벌고 엄마만 애타게 바라보고 있는 어린 자녀들까지 돌봐야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나빠졌다. 월세를 제때 내지 못해 서씨 가족은 원룸에서조차 쫓겨날 처지에 내몰렸다. 서씨, 흉기로 6살 아들에 상처 살인미수 기소 1심서 징역 4년 서씨는 6살 아들의 가슴을 흉기로 찌른 범죄자다. 그는 지난 2월 두 아이와 함께 오산시로 여행을 떠났다. 아이들에게는 여행이라고 말해뒀지만, 실상은 자신과 아이들의 생을 마감하기 위한 여정이었다. 그는 숨바꼭질을 하자며 아들을 화장실로 유인했고, 미리 준비한 흉기로 아들의 가슴을 두 차례 찔렀다. 정신을 잃은 아들을 침대에 눕힌 서씨는 곧이어 자신의 복부를 흉기로 한 차례 찌른 뒤에 쓰러졌다. 사건을 목격한 딸이 모텔 관리인을 방에 데리고 왔고, 관리인은 즉시 1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우리의 아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만 없는 게 아니다. 아이를 위한 도시도 없다. 어둠 속에 방치된 아이는 드러나지 않은 우리 이웃의 이야기다. 양육의 기본적인 책임은 1차로 보호자에게 있다.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인 양육과 치료·교육을 소홀히 하면 형법, 아동복지법,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에 따라 벌금을 내거나 징역을 살아야 한다. 1차적인 책임을 보호자에게 지우면서도 대한민국 법은 보호자에게 양육 책임을 전적으로 지우진 않는다. 아동복지법의 모법(母法)으로 1961년 12월 제정된 '아동복리법(현 아동복지법)'은 구청장·시장·군수에게 보호해야 할 아동이나 임산부를 발견하면 광역시·도 지자체장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60년 전부터 이 법은 시·읍·면엔 아동위원을 두고 관할구역 내 아동의 생활상태나 가정환경을 상세히 파악해 필요한 원조와 지도를 해야 한다는 이른바 '자녀 양육 오가작통(五家作統)제'로 작동했다. 아동을 보호하는 법은 광범위하고 촘촘하다. 하지만 아동 양육의 기본적인 책임을 다할 수 없어 비극의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는 보호자와 그 가
개발제한구역이 정부의 정책사업 유보지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주택단지와 산업단지 공급, 경기장 건설 등을 위해 개발제한구역 부지가 활용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을 놓고 '공로민불(공공이 하면 로맨스, 민간이 하면 불법)'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져 쓰이는 실정이다. 정책사업 추진되는 개발제한구역 인천 지역의 개발제한구역은 지난 2월 현재 71.55㎢ 규모다. 미추홀구와 연수구, 남동구, 부평구, 계양구, 서구 등 6개 기초단체에 걸쳐 있다. 2006년부터 10여 차례에 걸쳐 조금씩 해제가 진행됐는데, 지금까지 약 9.01㎢의 개발제한구역이 다양한 이유로 해제됐다. 서창2지구·가정지구(3.41㎢)와 인천경서국민임대주택단지(0.14㎢), 인천구월 보금자리주택지구(0.73㎢), 인천가정2 공공주택지구 조성(0.24㎢) 등 주택 공급을 위한 개발제한구역 해제가 많았다. 인천 약 9.01㎢ 10여차례 조금씩 해제 상당수 주택 공급… AG 경기장 조성도 아시안게임 경기장 조성(1.36㎢)과 계양 서운일반산업단지, 남동 도시첨단산업단지 등 산단 조성(0.75㎢), 남촌농산물도매시장, 소래어시장 현대화사업 등 시장 조성(0.17㎢) 등 정부와 지자
인천 계양구 귤현·동양·박촌동 일대 개발제한구역은 해제를 앞두고 있다. 이 일대가 정부의 3기 신도시 중 하나인 '계양테크노밸리' 사업 대상지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서울시 경계로부터 2㎞ 떨어져 있고 광역 교통망을 고려해 이 일대를 신도시 공급 지역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환경단체에선 이 일대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는 과정에서 도심 속 녹지로 희귀 동식물의 서식지 역할을 하는 환경적 가치에 대한 고려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2019년 4월 공개된 '인천 계양테크노밸리 공공주택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보면 사업 대상지 내에는 10여 종의 멸종위기 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천여 마리의 큰기러기(멸종위기 2급)가 겨울철 이곳 들판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고, 멸종위기 1급인 맹금류 흰꼬리수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멸종위기 2급인 금개구리와 맹꽁이는 개발 지역 전역에 걸쳐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집단 피해가 불가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 계양TV 3기 신도시 지정 귤현·박촌동 일대 해제 예정돼 금개구리 등 멸종 위기종 피해 환경보전 등 본래의 목적 불구 대규모 개발 도시 연담화 우려 사업을 추진 중인 LH(
'천형(天刑)'. 하늘에서 내리는 큰 벌을 의미한다. 인천 계양구에 사는 당현증(65)씨는 개발제한구역을 천형이라고 불렀다. 그는 부모님으로부터 개발제한구역 내 농지를 물려받았다. 당씨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는 "1990년대 후반까지는 집을 조금 고치는 것도 어려워 새마을운동 당시 수리한 집에 그대로 살았다"며 "많이 좋아졌다고들 하는데, 개발제한구역에선 여전히 농사짓는 과정에서 필요한 싱크대나 샤워시설이 있다는 이유로 과태료가 부과되는 등 생활하는데 어려움이 크다. 그래서 마을사람들이 개발제한구역을 천형이라고 했다"고 했다. 경인일보 취재팀이 만난 개발제한구역 내 주민들은 저마다 표현은 달랐지만 취지는 당씨와 비슷했다. 개발제한구역을 지정한 정부에 대해 "나쁜 사람들"로 불렀고, 그동안 쌓인 '한(恨)'을 토로하는 이도 있었다. 공공주택 공급 등을 이유로 개발제한구역이 쉽게 해제되는 요새 상황을 보면 더욱 감정이 북받친다는 얘기도 많았다. 올해로 50년이 된 개발제한구역은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었다. 지정 당시 독재정권 반발 눌러 "농사짓는 시설도 과태료 부과" 구역내 주민들 반세기 恨 토로 산업화 시대로 접어들던 1970년대. 농촌 인구의
신도시 개발 정부 주도로 대규모 공급 경기도 매년 10만가구 이상 '양적 개선' 도민 주거 수준 향상은 여전히 미지수 경기도에는 매년 10만호가 넘는 주택 물량이 공급되고 있다. 주택보급률 역시 100%를 넘겼다. 지난 수십 년간 신도시 개발 등 정부 주도의 대규모 주택 공급 정책이 이어지면서 경기도의 전반적인 주거 수준도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택보급률과 같은 눈에 보이는 양적 지표는 분명 개선됐지만 도민들이 체감하는 질적 만족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집값은 끊임없이 오르고, 정부와 경기도가 새롭게 내놓는 주거 정책은 피부로 와 닿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의 주거 정책 '덕'에 주거 환경이 나아질 거란 기대감은 희미하다. 대신 시간이 지날수록 주거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상대적 박탈감만이 팽배하다. 이러한 지점에서 경기도는 지금껏 도민들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의문점이 생긴다. 지난 10년간 경기도의 주거 정책은 큰 틀에서 '주거 패러다임'을 바꿔나가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방법보다 임대주택 등 수요자 중심의 주거 지원책이 활발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의 결과가 도민들의 주거 수준을 높였는지는 여
성남시 태평동의 어느 골목에서 길을 잃었다. 여름이 채 가시지 않은 지난 10일 낮. 태평2동에서 4동을 향해 오르막길을 올랐다. 산을 깎아 만든 동네라더니 금세 숨이 차올랐다. 고개는 점점 앞으로 기울었고, 시야도 점차 좁아졌다. 큰길에서 벗어나 성인 2명이 나란히 걸을 수 있는 정도의 골목길을 걸었다. 외부인은 쉬이 분간할 수 없는 '빨간벽돌' 다세대주택이 길 양옆에 빼곡히 들어섰다. 걸어도 걸어도 같은 풍경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한 노인이 길과 맞닿은 집 문을 열고 나왔다. 언뜻 보이는 집 안은 내리쬐는 햇빛이 무색할 만큼 어둑하기만 했다. 여든을 넘긴 이 노인은 담배를 사러 슈퍼에 간다고 했다. "없는 사람들 살기 좋은 동네" 성남 태평동 골목서 만난 노인 보증금 2천만원 전세 찾아 이사 그는 스무 걸음 정도를 걸으면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골랐다. 이 노인은 숨을 헐떡이면서도 태평동을 '살기 좋은 동네'라고 소개했다. "없는 사람들한테 살기 좋은 동네지." 인천에 살던 그는 몇 년 전 태평4동의 반지하 집으로 이사 왔다. 전세보증금 2천만원으로 구할 수 있는 집이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한다. Bad Town 경기도 우리가 사는 집이란 [Bad T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