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8일 ‘6·3 대선’ 일정을 확정했다. 이와 동시에 정치권 잠룡들의 ‘출마 러시’가 이어지면서 대선판이 초입부터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국민적 관심도 각 당의 차기 대권 후보에 쏠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 한순간 대선 국면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열고 “오는 6월 3일을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대선일 확정 공고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각 당은 공식적인 대선 준비 체제에 돌입했다.
이날 대선일 공식 발표와 함께 잠룡들의 릴레이 출마 선언과 출마 예고가 이어졌다. 우선 이날 기준 더불어민주당에선 김두관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고 이재명 대표와 김동연 경기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이 조만간 대권 도전을 결심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에선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이정현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이철우 경북도지사,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이 출마를 선언했거나 조만간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이외 마지막까지 출마를 가늠 중인 정치권 인사가 적지 않은 만큼, 출마 선언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문수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한 대행에게 사의를 표했다. 대선 출마를 위해서다. 김 장관은 오는 9일 국회에서 공식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다. 그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러 국가적 어려움을 해결해야 할 책임감을 느낀다”며 “국민의 뜻을 굉장히 무겁게 생각한다”고 출마 의지를 드러냈다. 그가 언급한 ‘국민의 뜻’은 최근 주요 여론조사에서 김 장관이 보수 대권 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하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일찌감치 친명(친이재명) 지도부를 구축해 둔 민주당 이 대표는 9일 대표직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그의 공식적인 대선 출마 선언은 다음 주로 전망된다. 조기 대선 시간표가 정해지면서 친명 지도부는 이 대표와 합을 맞춰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사퇴하면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맡아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안철수 의원은 한발 빠르게 출마를 선언했다. 안 의원은 이날 오전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출마 선언식을 열고 “국민은 이재명 민주당에 정권이 넘어갈까 두려워하고 있다”며 “이길 수 있는 후보, 당선할 수 있는 안철수를 선출해달라”고 목소리 높였다.
오세훈 시장의 대선 출마 선언도 임박했다. 오 시장은 최근 여의도 국회 앞 건물에 캠프 운영 차원에서 사무실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시장은 이날 ‘서울런 학생 초청 간담회’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선 출마 선언이)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다”며 “조금 더 준비할 게 남아있다”고 출마를 시사했다.
홍준표 시장은 오는 11일 대구시장직을 사퇴하고 14일 대선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한 전 대표는 10일 대선 출마를 선언할 계획이다. 이들은 일찌감치 여의도 국회 앞 대하빌딩에 나란히 사무실을 계약한 상태다.
이정현 전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후보 경선 출사표를 던졌다. 이철우 지사도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고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인 유정복 시장도 9일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본격적인 대선 준비에 나선다. 민주당에선 김동연 지사가 9일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이외 김부겸 전 총리 등도 조만간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 대행은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대선 출마론을 일축했다. 한 대행은 최근 총리실 간부들에게 “대선의 ‘ㄷ’ 자도 꺼내지 마라”며 출마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