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주·전남 지역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나드는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 여름에는 평년보다 더 더울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지역민들은 벌써부터 올 여름나기를 걱정하고 있다.
지난해 겨울부터 이어진 기온상승과 잦은 강수로 인해 일조량 부족으로 농작물의 피해가 계속되자 전남지역 농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22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광주지역(과기원) 낮 최고기온은 30도를 기록했고, 담양 30.5도, 곡성과 화순 30.1도 등 대부분 지역에서 30도에 육박했다. 광주도심에서는 반소매를 입은 시민들이 연신 손부채질을 했고 뜨거운 햇살을 피하기 위해 양산을 챙겨 들었다.
기상청은 서해상에 위치한 고기압의 영향과 구름없이 맑은 날이 이어지며 높은 일사량 탓에 한낮 더위가 지속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초여름 더위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광주·전남 23일 낮 최고기온은 25~31도로 예상되고 자외선 지수 또한 ‘높음’에서 ‘매우높음’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됐다.
지난 20일에는 여수에는 낮최고기온 28.8도를 기록해 지난 1952년 5월 14일(28.3도) 이후 72년 만에 5월 일최고기온 극값(최대치)을 경신했다. 이외에도 보성은 30.3도, 강진은 30.1도, 완도는 30도를 기록하며 일최고기온 최고극값을 갈아치웠다.
지난 4월 역시 광주·전남 평균기온은 15.3도로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운 4월이었다. 평년보다 2.8도 높았고, 1998년 15.1도를 26년 만에 경신한 기록이다.
기상청은 “이동성고기압이 우리나라를 통과하는 동안 맑은 날씨로 햇볕을 많이 받았고, 동쪽으로 빠져나가면서 따뜻한 남풍 계열의 바람의 영향으로 높은 기온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올해 봄엔 비 또한 예년보다 자주, 강하게 내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4월 광주·전남 강수량은 149.0㎜로 역대 13위를 기록하며 평년(80.5~119.2㎜)보다 많은 비가 내렸다.
지난 5일에는 전남에 평균 100.7㎜의 비가 내렸고, 광양과 진도는 각각 198.6㎜, 112.8㎜의 비가 내리며 5월 일강수량 극값을 경신했다. 1723.1㏊의 농경지에서 피해도 발생했다.
전남지역 농경지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비정상적인 2차 생장으로 마늘이 자잘하게 갈라지는 현상인 ‘벌마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마늘은 보통 6~7쪽으로 성장하지만, 고온과 잦은 비로 생장시기 장해를 입으면 최대 20쪽까지 갈라져 상품성을 잃게 되는데 이를 ‘벌마늘’이라고 부른다. 현재까지 전남지역에 신고된 벌마늘 피해는 7551농가, 1868㏊로, 피해액이 50억여원에 달한다.
문제는 올해 본격적인 여름시기에는 역대급 폭염이 예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엘니뇨가 중립 상태로 접어들긴 하지만 바닷물의 온도가 식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올여름까지는 수온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지난 2018년 맹위를 떨쳤던 역대급 더위가 찾아올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한다.
이 때문에 강한 집중호우와 태풍이 많이 발생할 가능성도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상청은 3개월 예보를 통해 6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7월도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을 40%로 내다봤다. 광주·전남의 6월과 7월 평년(1991~2021년) 평균기온은 각각 22.7도, 25도였다.
6월은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평년(21.2~21.8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되며 남쪽을 지나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월강수량 또한 평년(118.7~213.9㎜)보다 비슷하거나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7월 역시 북태평양의 고기압의 영향으로 평년(24.2~25.6도)보다 비슷하거나 높은 기온을 보이겠으며 저기압의 영향을 받아 평년(206.5~279.1㎜)와 비슷하거나 많은 비가 내리겠다.
기상청 관계자는 “당분간 전남 내륙을 중심으로 한낮 30도가 넘는 더위가 이어지다 일요일인 26일 비가 내리며 더위가 한 풀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