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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2024 함께경남] ⑥ 다문화 사회 돌입, 과제는?

작년 12월 기준, 등록외국인 경기·서울 이어 3번째 많아
김해 합성초·창원 용원초 등 4곳 다문화 학생 30% 넘어

소통 부재로 산재 위험 증가·임금체불 등 문제점 발생
커뮤니티 센터 등 애로사항 청취하고 인식 개선 나서야

책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다. 경남대표도서관은 매년 ‘경남의 책’을 선정한다. 2023년 경남의 책은 ‘나는 미래를 꿈꾸는 이주민입니다’였다. 한국에 사는 이주민들의 다양한 삶을 담아낸 이 책은 경남에도 다문화가 성큼 다가왔음을 시사했다. 바야흐로 다문화 시대다. 부정할 수도 외면할 수 없는 흐름이다. 그 흐름 속에는 차별과 냉대가 잔존하며, 관심과 환대가 피어난다. 우리가 어디서 태어났든 이곳 경남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고, 살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어떤 것들이 논의돼야 하는지 살펴본다.

◇다문화 물결, 경남에 일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공개한 ‘2023년 12월 통계월보’에 따르면, 경남도내 체류외국인은 14만명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등록외국인 8만9312명, 외국국적동포 국내거소신고자 1만4269명에 단기체류외국인 4만4587명(추정)을 합해 총 14만여명이 경남에 살고 있다. 이는 경남 인구의 4.6%에 해당한다.

한 나라의 외국인 비율이 5%를 넘는 경우 다문화 사회로 본다. 경남은 올해 외국인 산업인력 2만2000명 유치를 목표로 세웠기에 머지않아 다문화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경남의 외국인 유입 추세는 코로나19 이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등록외국인만 보면 경남은 지난해 비수도권 중 가장 많은 외국인이 거주하는 지역이 됐다.

2023년 12월 기준, 경남은 경기(42만명), 서울(25만명)에 이어 등록외국인이 가장 많았다. 전년 대비 1만9000명 이상 인구가 늘며 순위도 5위에서 3위로 뛰었다. 연도별로 보면 지난해 27% 이상 늘어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연도별 증감추이는 △2018년 7만4304명(-1%p) △2019년 7만6123명(+2%p)△2020년 6만7239명(-11%p) △2021년 6만3148명(-6%p) △2022년 7만390명(+11%p) △2023년 8만9312명(+27%p) 등이다.

경남도내 시·군별로 보면, 조선소가 밀집한 거제시가 1만1773명으로 전년(5861명) 대비 등록외국인 수가 2배가량 늘었다. 가장 많은 외국인이 거주하는 곳은 김해시(2만1425명)였고, 이어 창원시(1만6422명), 거제시, 양산시(6948명) 등 순이었다. 군 지역은 함안군(4022명), 창녕군(3091명), 고성군(1712명) 순으로 많았다.

◇증가하는 이주민, 줄어드는 지원 예산=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늘면서 경남은 다문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에 맞춰 선제적으로 마련됐어야 할 외국인 지원체계는 아이러니하게도 과도기에 접어든 상태다.

정부의 현 정책방향은 긴축 재정 속에 외국인 지원업무를 민간기관에서 공공기관으로 옮기는 것에 있다. 올해 초 전국 거점외국인지원센터 9곳과 소지역지원센터 35곳에 대한 예산 71억원 삭감하면서 센터를 폐쇄한 것도 이러한 정책 기조에 따른 결과다. 경남에는 거점센터 3곳(창원·양산·김해)과 소센터 2곳이 운영돼 왔다. 공백이 생긴 센터 업무는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맡기로 했지만, 외국인들이 쉬는 주말 등 휴일에는 정작 공공기관이 운영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결국, 국회에서 외국인 체류 지원을 위한 자치단체 보조사업 예산 18억원을 신규 편성하며 진화에 나섰다. 창원·양산·김해 센터가 ‘외국인근로자 종합지원센터’란 명칭으로 외국인 지원업무를 다시 맡게 됐다. 하지만 센터당 지원되는 국비 예산은 2억원에 불과하다.

거점센터 뿐만 아니라 외국인 지원과 관련된 모든 예산이 줄고 있다. 남궁희수 경남외국인주민지원센터 기획행정실장은 “거점센터 문제도 크지만 경남도가 진행하는 외국인적응지원사업에 대해 절반가량 예산이 줄면서 사업을 진행하는 비영리단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빈틈을 공공기관에서 직접 메꾸어야 하는데, 업무를 추가로 떠맡게 될 공무원들이 수십년간 센터 실무자들이 쌓아온 전문성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많은 애로사항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가 급증한 거제의 경우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외국인 노동자가 계속 유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원센터 유치도 예산 문제로 잇따라 무산됐기 때문이다. 노동 현장에선 소통 부재로 인한 산업재해 위험 증가, 취업사기·임금체불 등 부당노동에 대한 외국인들의 대응 부족 등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다.

김중희 거제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전문 취업비자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국어 교육 없이 현장에 바로 투입되고 있다”며 “원청 자체에서나 정부 차원에서 입국한 외국인에 대해 최소한의 한국어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경남도는 조선업 외국인이 급증한 남부경남과 계절근로자가 많은 서부경남에 주말 한국어 교실 운영, 찾아가는 외국인 근로자 지원사업 등 독자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센터 추가설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거제시도 최근 외국인노동자지원팀을 신설하며 부족한 외국인 지원업무를 해결하고자 하고 있다.

◇기성세대 사회통합 교육도 이어져야= 외국인에 대한 정책적 지원보다도 중요한 건 한국인들의 인식 개선이다. 중국과 동남아 국가 등에 대한 편견과 차별, 혐오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기초교육과정에서는 다문화 수용성을 높이는 교육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배경진 창원대학교 다문화진흥원 원장은 “10대의 경우 이주민과의 관계 형성, 사회다문화화에 대한 인식 등에 있어 긍정적 답변 비율이 과반을 넘는다”며 “학교 등에서 이루어지는 교육과 함께 실제 다문화 2세 학생들과 교우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남도내 초중고 학생 36만2169명 중 다문화 학생은 1만3465명으로 3.72%를 차지하고 있다. 학교 재학생 중 다문화 학생이 30%를 넘은 곳도 김해 합성초(54.95%), 창원 용원초(51.64%), 김해 동광초(37.5%), 창원 용지초(30.15%) 등 4곳이 있다. 경남교육청도 다문화교육정책학교를 운영하면서 한국어교육과 다문화 친화적 학교환경조성, 맞춤형 학습으로 학력 격차를 해소하고, 통·번역지원단을 구성해 안착을 위한 지원을 하고 있다.

과제는 기성세대다. 단일민족, 단일문화란 이름 아래 자라온 세대에게 다문화는 낯설다. 다문화 수용성을 높일 교육 등을 접하기도 어려운 환경이다. 다문화 사회 속 사회통합의 열쇠는 기성세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성가족부가 3년 주기로 발표하는 국민 다문화 수용성 지수는 2021년 기준 성인은 52.27점으로 청소년(71.39점)에 비해 19.12점 낮게 나타났으며, 2018년에 비해 성인은 낮아지고, 청소년은 소폭 상승해 청소년과 성인 간의 격차가 더 커진 것으로 드러났다. 배경진 원장은 “과거 못 살던 시절에는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해외로 향했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된 지금은 해외에서 노동자들이 들어오고 있다”며 “양측 상황을 경험해 본 우리이기에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에서 사회통합이 시작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흥원이나, 이주민센터, 언론, 미디어 등에서 인식 개선에 계속 힘써준다면 건강한 사회통합이 이뤄질 거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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