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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경인 WIDE] '조선의 수도성곽과 방어산성' 가치와 의미

한반도 축성기술 전통에 차곡차곡 담긴 애민정신

 

이곳(북한산성)은 도성과 가까워서
먼 곳의 땅과는 다름이 있다
지금 축성의 의논이
백성과 함께 들어가겠다는 뜻에서 나왔는데
이미 쌓은 후에 어찌 비운 채
버려둘 염려가 있겠는가?
(숙종실록 中)

 

한양도성과 북한산성, 탕춘대성을 하나로 연결한 '조선의 수도성곽과 방어산성'이 지난해 12월 유네스코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에 선정되면서 세계유산 등재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우리나라의 심의과정은 무척이나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선등재목록은 잠정목록 가운데 등재 준비가 잘 된 유산을 선정하는 단계로, 등재신청 추진체계와 연구진의 구성, 등재기준을 충족하는 연구 결과, 보존관리계획 등이 갖춰져 있음을 뜻한다.

 

 

3개 성곽 합쳐진 창의적 방어시설
백성과 피난할 수 있는 길 '차별성'
여민동입 물리적 구현 독보적 증거

 

그렇다면 조선의 수도성곽과 방어산성은 어떤 가치와 의미를 지닐까. 신청유산은 수도를 둘러싼 한양도성과 그 배후의 방어산성인 북한산성, 차단성인 탕춘대성으로 이뤄져 있으며, 평지와 구릉지, 산지의 능선을 이용해 석성과 토성으로 쌓은 35.3㎞의 대규모 수도 방어성곽이다.

평지에 성곽을 짓고 인근에 산성을 쌓는 이원적 구조와 자연지형을 활용한 성곽 축성기술 등 한반도 수도성곽의 전통을 계승한 이 유산은 통치소를 보호하는 수도성곽과 보장처로서의 방어산성, 피난로 확보를 위한 차단성 등 세 개의 성곽이 연속적이고 유기적으로 합쳐진 창의적인 방어시설이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신청유산은 당시 축성기술의 발전과 고도화된 관리체계도 보여준다. 18세기 이후 표준화된 모양의 가공석을 활용한 축성기술이 반영됐으며, 이는 이후에 건설된 각 지역의 성곽 축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또 축성의 주체로 군영과 장인이 참여하며 관리조직이 전문화·체계화됐고, 이와 관련한 고문헌과 유산 내부의 건물지, 금석문 등의 기록물이 이러한 가치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9월에 열린 국제학술심포지엄 '수도성곽 방어체계와 군사유산'에서 김영수 서울시립대 연구교수는 "한양도성과 북한산성은 식민지 시기, 냉전시대 전쟁, 근대화와 도시화의 격변 속에서도 현재까지 진정성과 완전성을 잘 유지하고 있어 한반도 성곽축성 역사와 유형적 특징,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곳이 가지는 가장 큰 의미는 바로 '여민동입(與民同入)'을 물리적으로 구현한 독보적인 증거라는 데 있다. 즉, 이전과 달리 전쟁 등 위급한 상황이 벌어지면 20만명의 백성들과 함께 도성에서 북한산성까지 계획적으로 피난할 수 있게 만들어진 곳으로 여느 성곽들과 확연한 차별성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