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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불멸의 연인은 누구인가… '영웅'의 지극히 인간적인 '운명'

뮤지컬 '베토벤' 예술의전당 무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클래식의 거장이자 악성(樂聖) '베토벤'. 운명의 장난인지, 신이 내린 사명인지 베토벤은 음악가에게 가장 중요한 청력을 잃는 고난을 겪게 됐고, 이러한 치명적인 장애를 천재성과 비범함으로 극복해내며 선율만 들어도 알만한 수많은 명곡들을 쏟아냈다.

그는 음악으로 세상을 구원한 위대한 예술가이지만, 정작 자신은 한 명의 사람으로 온전히 사랑받지 못한 고독한 인간이기도 했다.

뮤지컬 '베토벤:Beethoven Secret'은 이러한 베토벤의 유품 중 발송되지 못한 편지에서 시작된다. '불멸의 연인'에게 보낸 이 편지에는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베토벤의 안타까운 마음들이 담겨 있었고, 저명한 베토벤 연구자인 메이너드 솔로몬은 편지의 주인공이 '안토니 브렌타노'일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마음의 병을 앓으며 공허하고 위태로운 인생을 살아가던 안토니와 자신만의 음악 세계에 빠져 홀로 살아가던 베토벤,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을 깨닫고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작품 속에서 펼쳐진다.

인물 집중… "위대한 작품, 사랑에서 답"
'월드 프리미어' 개막후 상반된 평가도


이단비 대본슈퍼바이저는 "베토벤의 일생보다는 감정의 수직과 상승이 나타나는 시기를 골랐고, 청력 상실이라는 절망과 불멸의 연인이라는 환희가 교차하는 극적인 순간이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위대한 음악가가 청력을 잃으며 위대한 작품들을 탄생시켰는데, 그 답을 사랑에서 찾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극의 작가인 미하엘 쿤체는 '사랑이 보여주는 힘과 한계, 사랑에 의해 어떻게 움직이고 변화할 수 있는지를 담은 작품'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덧붙였다.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베토벤의 음악이다. 교향곡 3번 '영웅', 교향곡 5번 '운명',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 등을 포함해 베토벤의 여러 명곡이 뮤지컬적 음악으로 만들어졌다.

베토벤 역할을 맡을 배우 박은태는 "베토벤의 음악이 정말 완벽하고 훌륭하기 때문에 오히려 음악에 눌리지 않고 최대한 인물로서 다가가려고 했다"며 "토니와의 사랑과 고뇌, 인간적인 감정변화를 체감하면서 음악이 주는 감동을 함께 느끼고 공감해 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역의 배우 카이 역시 "베토벤이 완벽에 가까워서 그가 만든 것을 가만히 지켜보는 심정으로 노래하며 오히려 비워내고 있다"면서 "뮤지컬 안에서 감정이 대사와 어우러져 흐름이 끊이지 않도록 이어가는 것에 초점을 뒀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베토벤의 주위를 맴돌며 '신'과 같은 존재로 음악에 녹아든 '혼령'들의 캐릭터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무대 중심에서 베토벤의 영혼을 표현하고 있는 피아노의 모습, 조금씩 내면의 두꺼운 벽을 열어내는 베토벤의 마음을 표현한 무대장치들이 강한 인상을 준다.

다만, 월드 프리미어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번 작품은 개막 이후 연출과 서사, 넘버 등 상반된 평가들이 오가고 있어, 앞으로의 무대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남게 될지 주목된다. 공연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3월 26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