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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최완규 교수의 '마한이야기'] 유통의 거점 '부안 백산성'2

인류는 생존과 편리한 삶을 영위하기 위하여 자연적인 조건을 최대한 이용해 왔을 것으로, 그들이 남겨놓은 유적의 주변 환경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생활의 터전인 집자리는 우선적으로 자연의 재해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충족하는 곳을 선택하여 자리잡고 있다. 또한 죽음의 공간에 해당하는 분묘를 축조하는 데는 기본적으로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자리를 선택하지만, 그 집단들 속에 내재되어 있는 전통이나 사상 등이 반영되는 지리적 선택을 하고 있기도 하다.

이와 같이 다양한 종류의 유적들은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형성되는 것이 보편적 현상이며, 이를 유적 경관이라 부르고 있다. 따라서 유적 경관은 유적의 성격을 규명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부안 백산성 역시 이러한 부분을 간과할 수 없다. 백산성의 주변은 내륙에서 사방으로 통하는 길목에 해당하고, 남북으로는 고부천과 동진강이 감싸고 흘러 서해로 통하고 있다. 이러한 지리적 조건은 유적 경관의 관점에서 보면 내륙과 해안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로서 매우 적합한 위치에 해당한다. 또한 이곳의 수로교통과 관련해서는 『신증동국여지승람』의 부안현 산천조에 주목되는 기사가 보인다. 그 내용을 보면 백산성에서 서해로 나아가는 길목에는 “東津이 위치하는데 이를 通津이라고도 하며, 벽골과 눌제의 물이 합쳐져 북으로 흘러 이 나루가 되는데, 현에서 16리에 있다.”라 하여 김제 벽골제와 고부의 눌제로 통하는 수로임을 밝혀주고 있다. 특히 동진을 통진이라고 부르고 있었다는 점은 발음에서 유사성도 있지만, 통진이라는 명칭은 사방으로 통한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이 곧 유통의 거점으로서 적합한 지역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08년도의 1차 발굴조사에서 확인된 3, 4중의 환호는 정상부의 건조물 유구들을 겹겹이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적이나 도적, 혹은 다른 동물들이 정상부까지 접근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 시설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정상부에는 보호해야 할 특별한 시설이나 물건이 있었을 것이며, 그것은 바로 유통이나 중앙으로의 운반을 위한 잉여 농산물의 보관처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발굴조사 결과 이곳에서 다량으로 출토된 여러 종류의 곡물류가 이를 뒷받침해 준다.

 

 

한편 백산성의 축조 집단이나 그 시기는 유적에서 출토된 토기를 통해서 살필 수 있다. 한반도 서해안 일대의 마한 집자리에서 출토되는 것들과 같은 기종으로서 제작기법이 동일한 자배기나 장란형토기 등은 백산성이 3세기말에서 4세기 전반경에 마한세력에 의해 축조된 유적임을 알려준다. 그런데 백산성의 축조연대는 인근 벽골제나 마한 분구묘 유적인 지사리 고분군과 동시대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료를 통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지금까지 마한유적이 발견되는 일정한 공간적 범위 내에서 이와 같이 다양한 유적이 집중되어 있는 유일한 지역이 바로 동진강유역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동진강유역의 유적경관은 마한 제소국의 당시 모습을 그려볼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으며, 백제시대 지방통치의 중요 거점이었던 “중방 고사성(中方 古沙城)”이 설치될 수 있는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최완규(전북문화재연구원 이사장)

기고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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