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래 설화 ‘견우와 직녀’를 새롭게 변주한 김란희 작가의 신작 <까치와 까마귀>(비공)는 하늘나라의 사랑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이 작품은 만나지 못하는 존재들의 간절한 마음이 어떻게 다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섬세한 은유로 풀어낸다. 이야기 속에서 까치와 까마귀는 비가 쏟아지는 하늘 아래서 두려움과 고통을 감수하며 자신의 몸으로 다리를 놓는다. 누군가 대신해 주지 않는 일을, 작고 약한 존재들이 스스로 해내는 장면은 아이들에게는 용기와 협력의 의미를, 어른들에게는 화해와 연대의 가치를 전한다. ‘나 하나쯤이야’가 아닌 ‘나라도 할 수 있다’는 태도가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책은 어린이를 위한 동화이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서로를 향한 작은 손짓과 날갯짓이 결국 거대한 비극을 멈춘다는 서사는 평화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일상의 용기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하늘의 비극은 땅 위의 약한 존재들이 보여준 연대로 변화한다. 작품은 정확하면서도 서정적인 문장, 민중적 감각이 살아 있는 의성어·의태어를 통해 장면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특히 까마귀의 일상 속에서 길어 올린 사색의 언어는 이야기 전체에 깊이를 더한다. 각각은
애미아트가 한 해의 끝자락, 노래와 춤으로 시대의 서사를 풀어내는 연말 공연을 선보인다. 30알 오후 3시, 치명자산성지 평화의전당 유항검홀에서 펼쳐질 애미아트의 기획공연 ‘왕의 꿈 금척’이 바로 그것. 전석 유료(1만 원). 이번 공연은 혼란의 시대 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던 인물들의 선택과 운명을 상징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말로는 다 전할 수 없는 마음을 노래와 춤, 움직임의 언어로 담아내며, 격동의 역사 속에서 피어난 인간의 고결한 의지와 내면의 갈등을 무대 위에 섬세하게 그려낸다. 공연은 ‘혼란의 시대 속에서’라는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장군의 길, 몽금척, 단심의 깃발 등 장면별 서사를 따라 전개된다. 쓰러져 가는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한 책임의 무게와 결단의 순간, 칼과 운명 앞에 선 인물들의 선택이 음악과 춤으로 펼쳐진다. 특히 정몽주와 이성계, 이방원으로 이어지는 인물들의 대비는 한 시대의 종언과 새로운 질서의 탄생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작품의 긴장감을 높인다. 작품의 제목이자 핵심 모티프인 ‘금척’은 칼과 폭력이 아닌 하늘의 뜻과 이상, 새로운 질서를 향한 꿈을 상징한다. 전란과 혼돈 속에서도 인간이 끝내 놓지 않았던 희망과 미래에
힘든 오늘을 살아내는 사회인에게 평화의 시간을 전하는 전시가 열렸다. 오는 21일까지 전주 평화의전당 보두네홀에서 개최되는 사진작가 박종권이 사진전 ‘보시니 참 좋았다’이 바로 그것. 이번 전시는 2007년부터 이어온 사진 인연의 기록이다. 박 작가는 천주교 전주교구 산하 장애인 단체 ‘하나회’와 ‘무지개가족’, 장수·김제 다문화센터를 통해 만난 장애인과 다문화가족을 오랜 시간 카메라에 담아왔다. 그 과정에서 마주한 것은 어려움보다 먼저 피어나는 미소였다. 불편함을 감사로 승화시키는 장애인들의 미소, 낯선 문화와 외로움 속에서도 일상을 살아가는 다문화가족의 맑은 표정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작은 평화의 시간을 건넨다. 전시장에는 이들과 함께 묵묵히 헌신해 온 봉사자들의 미소, 그리고 점점 사라져가는 어린이들의 웃음이 담긴 가족 사진도 함께 걸린다. 모든 작품은 전통 한지에 인화한 뒤 전통 표구로 족자 형태로 제작돼, 사진이 지닌 따뜻한 시선에 한국적 미감을 더했다. 특히 전시 마지막 날에는 사진 속 주인공들을 모두 초대해 조촐한 자리를 마련하고, 전시된 작품을 직접 선물하는 뜻깊은 행사도 예정돼 의미를 더한다.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미소로 피어난 존재
목정문화재단(이사장 김홍식)은 지난 28일 전주 더메이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제33회 목정문화상 시상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수상자와 문화예술계 인사, 예향도민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지역문화 발전에 헌신해온 이들을 축하했다. 올해 문학 부문은 박동수 수필가(전주대 명예교수), 미술 부문은 황호철 한국화가(전 전북미술대전 심사위원장), 음악 부문은 오정선 피아니스트(전주교육대 강사)가 각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세 분야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함께 창작지원비 2000만 원이 전달됐다. 시상식과 함께 목정문화재단이 매년 진행하는 ‘전북 중·고교생 목정미술실기대회’ 입상작 전시도 마련됐다. 청소년들의 창작 역량을 살피고 지역 미술 저변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로 눈길을 끌었다. 올해로 33회를 맞은 목정문화상은 고 목정 김광수 선생이 ‘도민의 문화적 삶과 문화 욕구 충족’을 목표로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목정문화재단이 주관한다. 1993년부터 문학·미술·음악 3개 부문을 대상으로 전북 향토문화 진흥에 기여한 문화예술인을 선정해 매년 시상해 왔으며, 올해까지 누적 수상자는 98명에 이른다. 김홍식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전북 문화예술 발전의 큰 틀을 열어가는 길에 재단
온화한 미소와 자근자근한 주름이 어우러진 그의 얼굴에는 오랜 창작의 시간이 배어 있었다. 투박하고 거친 손끝에는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었지만, 그 안엔 여전히 어린아이 같은 호기심이 살아 있었다. 희끗한 머리칼이 세월을 말해주었지만, 눈빛은 새로운 세계를 향한 열정으로 반짝였다. 프랑스에서 다수의 대형 전시를 선보여온 중견 작가 피에르 파브르(64)가 한국 전통 한지의 매력에 이끌려 전주를 찾았다.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1983년 파리 페닝헨대학교를 졸업한 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연(凧) 예술가로 활동했다. 이후 파리 그랑팔레에서 첫 연 시리즈를 선보인 후, 2000년대부터는 바람·빛·중력 등 자연의 힘을 매개로 한 대형 키네틱(kinetic) 설치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그의 작업은 가벼운 직물을 바람에 맡겨 공간을 춤추게 하는 방식으로, ‘움직임과 공간’이라는 테마 아래 프랑스 전역의 야외미술 프로젝트로 발전해 왔다. 세상의 거의 모든 종이를 작품 재료로 다뤄온 그가 한지에 매료된 결정적 이유는 다른 종이와 달리 ‘천연 재료’를 활용해 만들어진 종이였다는 점이다. 작가는 “1990년대부터 연을 만들며 자연과 바람, 예술의 관계를 탐구했다”며 “
국내 재즈계의 젊은 피아니스트 강재훈이 첫 리더작 앨범 ‘Mean What You Say’를 발표하며 전국 투어에 나선다. 데뷔 이후 다양한 무대에서 가능성을 증명해 온 그는 이번 투어를 통해 비로소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집약한 결과물을 선보인다. 전주 공연은 오는 11일 오후 7시 30분 더바인홀에서 열리며, 신예 피아니스트의 섬세하고 단단한 사운드를 가까이서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자리가 될 전망이다. 강재훈 트리오는 이번 무대에서 새 앨범 전곡을 중심으로 담백하면서도 밀도 높은 연주를 펼친다. 공연의 주축이 될 앨범에는 총 10곡이 실려 있으며, ‘It’s De Lovely’, ‘Shadow of Your Smile’ 등 재즈 팬들에게 친숙한 스탠더드 넘버와 함께 강재훈의 자작곡 4곡이 포함됐다. 특히 그의 곡들은 전통 재즈의 뿌리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입혀, 스트레이트 어헤드 재즈의 정수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스윙과 즉흥연주의 매력, 발라드의 서정과 업템포 곡의 에너지까지 아우르는 이번 공연은 재즈의 전통성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재훈은 줄리아드 음대와 버클리 음대에서 수학하며 이론과 실기를 두루 갖춘 연주자다
MZ세대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 중인 건강한 아침 문화가 전주에 상륙했다. 커피와 러닝, 음악을 결합한 새로운 트렌드 ‘커피 레이브’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미 자리를 잡은 이 문화는 밤의 클럽 문화를 대신해 아침에 건강하고 활기차게 즐길 수 있는 음악 축제로, 청년들의 새로운 일상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오는 21일 전주시 완산구 피덴스커피에서 ‘피덴스 커피 레이브(FIDENS COFFEE RAVE)’가 열린다. 행사는 아침 러닝으로 몸을 깨운 뒤 카페에 모여 DJ의 음악과 함께 커피를 즐기는 신개념 모닝 이벤트다. 현장에는 DJ 캐시트레이(CASHTRAY)가 참여해 135BPM의 비트로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135BPM은 운동 시 최적의 심박수와 맞닿아 있어, 음악과 러닝의 리듬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기획됐다. 홍규택 피덴스커피 대표는 “처음엔 러닝의 장점을 알리고 싶어 음료 할인 이벤트만 진행했지만,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기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커피 레이브로 확장하게 됐다”고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단순한 마케팅에서 출발했지만, 그의 고민도 담겨 있다. 그는 “쉼 없이 일하며 몇 년을 달려오며, 더 행복하게 일할 방법을 고민하다 시작했다”며 “작은
다음 달 13~17일 열리는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전통의 원형을 만날 공연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이하 소리축제)는 ‘본향의 메아리(echoes from the homeland)’를 주제로 축제 기간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주 일대에서 닷새간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인다. 판소리를 비롯한 전통음악, 월드뮤직, 클래식, 대중음악, 어린이 프로그램 등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가 펼쳐진다. 이 가운데 전통음악의 원형과 깊이를 오롯이 느껴볼 수 있는 무대들이 주목받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무대는 ‘판소리 다섯바탕’이다. 소리축제의 대표 브랜딩 공연으로, 개막일부터 마지막날까지 매일 오후 3시 소리전당 연지홀에서 열린다. 개막일인 13일에는 남상일 명창이 ‘수궁가’를, 14일에는 이난초 명창의 ‘흥보가’, 15일 윤진철 명창의 ‘적벽가’, 16일 염경애 명창의 ‘춘향가’, 17일 김주리 명창의 ‘심청가’가 무대에 오른다. 각 명창의 유파와 소리의 깊이를 비교하며 판소리의 정수를 음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즉흥과 질서가 공존하는 산조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는 ‘산조의 밤’도 준비됐다. 다음 달 15일 오후 4시 30분 소리전
올해로 제51회차를 맞은 전주대사습놀이는 단지 ‘국악 경연대회’라는 틀에 가두기엔 그 역사와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소리의 고장’이라 불리는 전주에서 반세기 넘게 이어져 오고 있는 이 무대는 전통예술의 계승, 공정한 경쟁, 그리고 전통 예인들의 꿈이 교차하는 현장이다. 본보는 이번 기획을 통해 전주대사습놀이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고자 한다. 무대를 지켜온 명인들, 전통예술의 제도권 현장, 그 안에서 소리를 잇고자 애쓰는 이들의 목소리를 세 차례에 걸쳐 돌아봤다. <편집자 주> 오정숙·조상현·성우향·성창순·이일주·최난주·최승희·조통달·김일구·전정민·김영자. 이름 석 자만으로도 국악계의 권위를 드러내는 이 명창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 명창부 장원자로 대통령상을 받았다는 점이다. 1975년 ‘국악 진흥과 전통 계승’을 목적으로 부활한 전주대사습놀이는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국내 최고 권위의 전통예술 경연대회로 자리매김해 왔다. 올해 역시 판소리 명창부, 농악부, 무용 명인부, 민요 명인부, 고법 명고부, 가야금병창 명인부, 기악부, 무용 일반부, 판소리 일반부, 시조부, 무용 전공부, 고법 일반부, 궁도부 등 총
전북특별자치도의 2036 전주하계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는 축제가 열린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 (사)한국이벤트협회 전북특별자치도회와 함께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소리전당 놀이만당에서 ‘2025 전북 All Festa(올페스타)’를 개최하는 것. 올해로 4회째를 맞은 ‘2025 전북 올페스타’는 지난해보다 더욱 다채롭고 풍성한 문화 콘텐츠로 돌아왔다. 도민들에게 더욱 새롭고 특별한 시간을 선사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축제에는 2036 전주하계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며 열리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북 All Festa 콘서트’, ‘소리버스킹’, ‘EDM 댄스 NIGHT' 등 장르와 세대를 아우르는 공연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또 다문화가족과 해외 유학생이 자신의 끼와 재능을 발산하는 ‘다문화 All Stage', '전북도민 힐링콘서트’,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하나 되는 ‘패럴림픽 기원: 하모니콘서트’ 등 이웃과 함께 정을 나누고,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시간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행사를 찾은 도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가족대항: 오징어게임’, ‘레이저 서바이벌’과 같은 참여형 프로그램부터 아트 프리마켓, VR체험버스, 어린이 놀이기구 등 상시 운영 프로그